쾌락칸트 Day 12.

부모의 소멸

by 쾌락칸트

인기 있는 스토리에는 특정한 공식이 있다. 특히 초반 강력한 흡입력 있는 스토리의 공통점은 바로 익숙한 것과의 떨어짐이다. 주인공의 평화로운 일상에 갑자기 큰 사건이 벌어져서 위기에 처하는 것이다. 히트한 많은 작품들의 초입에는 거의 이런 종류의 충격적인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독자의 흥미를 끌어들인다. 이러한 플롯에서 가장 극적인 장치 중의 하나는 바로 부모의 죽음이다.


모든 인간에게는 부모가 있다. 대부분 부모에 의지하면서 자라온다. 하나의 방어막이다. 그러다 성인이 되고 부모의 방어막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시기가 도래하면서 독립이라는 것을 한다. 현실 세계의 그 과정은 굉장히 느슨하고 더디게 진행된다. 하지만 문학이나 영화에서는 다르다. 바로 단절해 버리면서 충격과 공포를 일으킨다. 인간이 기대고 있는 부모라는 근원에 대한 연결을 바로 끊어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의 성장 스토리는 시작된다.


이러한 부모와의 단절은 주인공에게 엄청난 위기를 몰고 온다. 방어막이 사라진 상황에서 그는 온갖 빌런들의 공격을 받으며 갖은 고생을 한다. 하지만 결국 상황을 극복하게 되고 성장을 하고 마지막에는 승리를 거머쥐게 된다. 반면 만약 초반에 부모의 소멸이 없었다면? 이 이야기는 애초에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독자 대부분은 초반에 대부분 이탈했을 것이다. 그만큼 인간에게 근원과의 단절은 공포스러우며 동시에 매혹적이다.


그런데 나는 진짜 현실에서 부모와의 단절을 겪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는 스토리의 당사자가 되었다. 현실은 영화보다 더 끔찍했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시간이 흐르고 결국 나도 히트한 스토리의 주인공처럼 난관을 극복을 하게 된 것이었다. (아직 승리의 결말은 아니지만) 확실하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나는 정말 많은 성장을 했다. 아니 초고속 성장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나에게 스토리가 현실이고 현실이 스토리였다. 그리고 내 인생에 진심으로 집중하게 된 것이다. 나는 스토리를 만드는 창작자이면서 동시에 독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부모의 소멸이라는 특별한 사건을 겪었다. 그 이후 나의 인생은 정말로 달라졌고 결국 내 인생에 진정으로 몰입하게 되었다. 매력적인 스토리의 플롯은 현실에서도 작동한다는 것을 경험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조적이라고 하지만 그것조차 자세히 보면 매력적인 스토리의 일반적 공식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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