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칸트 Day 55.

물건을 사는 일

by 쾌락칸트

생활 방식이 단순해지면서 소비 역시 많이 줄었다. 정말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사지 않게 된 것이다. 무언가를 사야 할 때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한다. 질문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말 필요한 것인가', '기분 때문에 사고 싶은 것인가', '활용도가 높을 것인가' 등등 이렇게 다양한 질문들을 하면서 고민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면 비로소 구입을 한다.


물론 100%로 고민으로 사지는 않는다. 충동구매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여러 시도를 한 결과 예전에 비해서 불필요한 소비가 많이 줄었다. 특히 물건- 물리적 형태가 남는 것은 정말 신중하게 고민한다. 식료품이나 생필품 같이 없어지는 것들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가격과 품질이 적당하면 구입한다. 반면 의류, 잡화, 전자기기, 가구 같은 사라지지 않고 집에 남아있을 물건들은 아예 사지 않거나 며칠을 오랫동안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다.


과거 부모님과 같이 생활하던 시절에는 소비의 주도권이 없었기에 집에 들어오는 것들을 통제하지 못했다. 부모님은 물건을 정말 많이 구입하셨다. 집에는 언제나 새로운 물건이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집을 정리하다가 많이 놀라기도 했다. 엄청나게 많은 물건들이 양도 양이지만 대부분 충동적으로 구매하신 게 많았다. 부모님은 전쟁 이후 베이비 부머 세대라서 그런지 소비에 관대했다. 물자가 부족한 시기라 물건을 많이 소유하는 것이 미덕이었으며 안전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일단 사고 본다의 소비 패턴은 일반적인 것이었다. 우리 집 말고 다른 집도 다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무튼 부모님이 남기고 가신 수많은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다짐했다. 이 집에는 더 이상 불필요한 물건들은 들여놓지 않겠다는.


구입하기 전 반짝이던 물건들은 소유하게 되면 그 빛을 잃는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충동구매 같은 경우 후회로 남는 경우가 많다. 순간에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진짜 필요한 것을 구입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다. 이것도 훈련이 필요하다.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물건을 구입할 때 정말 많은 생각을 하려고 노력한다. 비록 남들이 보기에 너무 깐깐하다고 볼 수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물건도 구입하는 순간 내 세계로 들어오는 것이다. 책임을 져야 할 대상인 것이다. 그래서 힘들지만 스무 번이고 백번이고 질문한다. '이것은 정말 필요한 것인가'라고.





KakaoTalk_20251012_141839086.jpg




KakaoTalk_20251012_141839086_04.jpg


작가의 이전글쾌락칸트 Day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