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멘스쿠나
어젯밤 주술회전 한 장면에서 나는 멈춰 섰다. 시부야 사변의 죠고와 료멘스쿠나의 대결씬이었다. 세계관 최강자인 료멘스쿠나에게 죠고가 패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불타며 사라지고 있는 죠고에게 료멘스쿠나가 그에게 마지막으로 전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 너는 모조리 불태웠어야 했다.
타산도 계획도 없이 닥치는 대로. 고죠 사토루에게 도달할 때까지.
미래도 종도 다 내던지고서도 이상을 움켜쥘 굶주림.
너에겐 그게 부족했다."
이 대사가 나에겐 너무 강렬했다. 화염을 주력으로 쓰는 죠고에게 스스로 가지고 있는 능력을 다 불태우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하는 료멘스쿠나의 목소리. 그런데 나를 향해 말하는 것 같았다. 아니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힘'이라는 단순한 기준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료멘스쿠나- 그는 스스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 여긴다. 그렇기에 자신 말고 그 누구도 의지하지 않는다. 그에게 인간들은 무리를 짓고 서로를 비교하며 개별을 약하게 만드는 비효율적 존재로 보일 것이다. 죠고는 주령이지만 인간의 습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무리를 지으며 행동하며 동료들을 아끼고 집단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의 희생도 마다하지 않는다. 개인보다는 집단을 우선시하는 그의 습성 때문일까. 인간적이기에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갖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스스로에 한계를 두며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어도 다 발휘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결국 모든 것의 아쉬움은 두려움을 넘어서지 못하는 데 있다. 계산도 없이 다 던지고 불태우고 닥치는 대로 질주하는 것- 정말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몸을 사린다. 하지만 두려움이 없다면 그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다.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제대로 다 쓰고 생을 마감하는 것. 한 마디로 불태우는 것. 이것이 이 세상, 생을 부여받은 인간이라는 존재들에게 최고의 미덕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