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
요즘 계속 청소 중이다. 정리하는 것이 하루아침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느끼고 있다. 이것도 에너지를 쓰는 일이라서 한계가 있다. 그리고 막상 하다 보니 한 번에 정리하는 것의 단점도 알게 되었다. 날을 잡아서 한꺼번에 미뤄둔 청소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그렇게 한 번에 치우고 끝내게 되면 그 활동이 마무리되었다고 뇌가 인지한다. 결국 그 이후로는 다시 청소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물건을 들이고 쌓이고 결국에 집은 다시 어지러운 상태로 복귀된다. 다시 청소를 한다. 그리고 잊어버린다.
반면 청소를 한 번에 하는 게 아니라 매일 한다면? 구역을 나눠서 지속적으로 돌리면서 청소를 하는 것이다. 설거지, 바닥 청소, 쓰레기 버리기 같은 것은 그냥 기본이고 여기에 특별 청소라는 것을 정해서 하는 것이다. 많이 할 필요도 없다. 15분 정도 짧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랍 한 칸, 냉장고 한 칸, 다용도실 한 구역 정도를 매일 순서대로 청소하는 것이다. 아주 간단히. 그렇게 하다 보면 집안 구석구석에 물건이 쌓일 일이 없을 것이다. 매일 쓸데없는 것을 버리게 되니깐. 더 이점은 집 안의 현 상태를 파악할 수 있어 공간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이가르닉 효과가 여기서 나타난다. 청소가 끝난 게 아니라서 계속 신경을 쓰게 되고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그래서 매일 청소를 지속하게 되고 결국 정리 정돈을 잘하게 되는 올바른 습관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된다.
사실 물건이 쌓여 있는 공간도 부동산적 측면으로 보면 임대료 같이 돈을 내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그렇게 까지 경제적 지표로 환산하지 못한다. 소유의 측면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소유하고 끝이 아니다. 집 안에 있는 물건은 무조건 그 값을 해야 한다. 반드시 그 존재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의미와 기능을 하지 못하는 물건들은 다 '추방'해야 마땅하다. 특히 '나중에 다 쓸 일이 있겠지?' 이 말이 우리가 물건에 휩싸여 비효율적 삶을 살게 하는 주범이다. 그래서 기준을 정해야 한다. 1년 사계절이 지나는 동안 한 번도 쓰지 않았던 물건은 앞으로도 쓰게 될 확률이 낮다. 그래서 버려야 한다. 경험상 그렇게 버린 물건이 아쉬워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적을 단칼에 베어버리는 무자비한 사무라이의 태도로 물건을 버리고 있다. 오만 물건들이 말을 걸어온다. 나중에 쓰게 될 거야. 그날의 행복한 기억을 버릴 거야? 사랑하던 사람이 준거잖아 등등. 나를 멈칫하게 하는 말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하지만 눈을 꼭 감고 귀를 막고 바로 쓰레기봉투로 던진다. 버리는 과정은 정말 힘들지만 과감하면 과감할수록 공간은 새롭게 태어난다. 그리고 새로운 생각과 바람이 들어온다. 청소는 농사의 기본인 땅 고르기와 같다. 바닥이 평평하고 비옥해야 한다. 그리고 깔끔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생명이 자라게 되고 풍성한 수확을 할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래서 원하는 삶으로 향하는 첫걸음은 당연히 청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