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칸트 Day 93.

추구미를 위한 청소

by 쾌락칸트

지난 10월 하나의 프로젝트를 마치고 도쿄 여행을 다녀왔다. 여러 변화로 인해 나는 또다시 미래에 대한 불안과 혼돈에 빠졌었다. 여행 후 대략 2주 정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뭔가 번아웃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작년의 번아웃과는 다른 양상이었다. 약간의 흔들림 같은 것이랄까. 나는 언제든지 다시 질서 있는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확신 같은 게 기저에 깔려 있었다. 거의 300일 넘게 새벽 기상, 운동, 읽기와 쓰기 같은 행위를 반복해 냈다는 자신감 같은 게 아닐까 싶다. 해놓은 것이 있으니 뭔가 믿는 구석이 생긴 것은 분명했다.


이번에 찾아온 약간의 흔들림 시기는 하강이 아니라 상승을 위한 움츠림 같은 것이었다. 1년간의 셀프 고립 시간과 프로젝트 그리고 도쿄 여행으로 하나의 시기를 닫고 뭔가 명확한 방향성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변화의 시점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리고 부랴부랴 일을 다시 세팅하기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바로 경작을 위한 땅 고르기였다. 제대로 된 수확을 하기 위해서는 토양이 평평하고 비옥해야 한다. 나에게 토양은 바로 집이다. 청소를 하기로 한 것이다. 그냥 깨끗한 환경을 위한 청소가 아니었다. 앞으로 질주하기 위한 단단한 베이스캠프를 만들고자 함이었다.


이번 청소의 테마는 '추구미'이었다. 그냥 청소하는 것이 아니라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성을 명료하게 하는 것이다. 나의 추구미는 '새로운 농사'였다. 땅을 바꿔야 했다. 그러려면 기존의 토양을 제거하고 새로운 흙으로 채워야 한다. 그래서 나는 과감하게 거의 모든 것을 버리기로 했다. 일단 버리기에 집중했다. 기존에 소유하고 있던 의식주에 관련된 거의 모든 물건들을 다 버리고 정말 필요한 것만 남겨 놓았다. 그리고 집은 놀라울 정도로 아름답게 비워졌다. 그리고 이제는 새로운 흙을 채워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새로운 흙은 물건이 아니다. 바로 에너지이다. 나는 물건이 아니라 에너지를 채우기로 했다. 더 이상 이리저리 기웃거리지 않는, 명료한 삶으로 나를 데려다주는 에너지들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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