팅커링 Day 06.

기업가, 관리자, 기술자

by 쾌락칸트

요즘 마이클 거버의 <사업의 철학>을 다시 읽고 있다. 거의 세 번째 읽고 있는 중인데 이 책은 시기마다 나에게 다르게 다가온다. 처음 읽을 때는 아 이런 방식이 있구나 정도였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내가 진행했던 사업의 문제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사업은 세 명의 주체로 구성된다. 기업가, 관리자, 기술자이다. 그가 말하길 대부분 소기업들이 망하는 이유는 기술자의 시각에서 출발해서라고 한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비즈니스는 기업가가 비전을 제시하고 관리자가 운영 관리하며 기술자는 비전을 구현하는 것이다. 그 누구 하나 도드라져서는 안 된다. 조화롭게 서로 협력하며 스스로의 역할에 책임을 다하며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지난 사업을 되돌아보면 기업가와 기술자는 있었지만 관리자가 없었다. 엉렁뚱땅 시작했고 운이 아주 좋아 성장의 속도는 빨랐다. 하지만 운영 관리하는 법을 몰랐기에 결국에는 속도를 조절 못해 크게 들이박고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완전히 사망한 것은 아니고 아직 코마 상태이다. 이 시점에 <사업의 철학>을 다시 읽고 있다. 왜냐 결국에는 깨어나야 하니깐.


관리자의 역할에서 중요한 것은 현 상황에 대한 수치적 접근이다. 숫자를 잘 보는 것이다.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영역은 아니다. 그렇기에 내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었고 그것이 사업이라는 사건을 통해 세상에 확실히 드러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부분 때문에 사고가 난 것이다. 아마 이것은 내가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후 나는 질서를 세우기 위한 혹독한 단련을 하며 모든 것을 수치화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미라클 모닝, 운동, 독서, 공부 등 대부분 생활에 관련된 것이 주된 내용이지만 뭔가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것들에서 관리자의 역량을 체화하고자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결국에는 재미있지만 '청소'라는 것을 통해서 마이클 거버가 지향하는 사업 모델을 경험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먼저 기업가적 시각으로 나의 이상적인 집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냥 깔끔한 집이 아니었다. 앞으로 내가 질주하게 될 삶을 견고하게 받쳐주는 평평하고 탄탄한 땅을 만드는 것이 비전이었다. 내가 상상한 공간은 아름답고 쾌적했다. 그리고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전술이 아닌 전략이 필요했다. 그것은 바로 '쪼개기'였다. 한 번에 치우는 것이 아닌 마치 케이크처럼 공간들을 쪼개고 매일의 할당량을 해치우는 것이다. 지치지 않는 것이 포인트였다. 그리고 드디어 그 공간을 만들기 위한 기술자가 등장했다. 기술자는 그날의 할당된 공간을 치우고, 버리고, 쓸고, 닦았다. 타임 바운드가 있기에 해야 하는 일에 최대한 집중했다.


청소가 끝날 무렵 이제 관리자가 등장한다. 그는 질문을 했다. '이 공간이 계속 유지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해답은 바로 시스템이었다. 이 거대한 청소가 끝나고 나서야 관리자의 작업이 시작된다. 그가 만든 시스템은 두 가지로 작동한다. 기본과 특수다. 기본은 바닥이다. 매일 바닥은 청소기를 돌린다. 그게 끝이다. 특수는 전체에서 쪼개진 구역들이다. 매일 할당된 작은 구역을 청소한다. 매일 해야 하기 때문에 무리한 작업을 지시해서는 안된다. 아주 가볍게 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오늘은 냉장고 한 구역, 내일은 베란다 창문틀, 모레는 화장실 서랍장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는 표를 만들었다. 체크리스트였다. 각 공간을 점검하는 것이다. 방치된 구역이 없게 매일 청소되는지 기술자가 잘 진행하는지도 확인한다. 그리고 그는 매일 공간들을 돌아보며 기업가와 대화한다. 당신의 비전과 일치하는지. 개선해야 하는 부분은 어디인지. 그리고 우리가 잘 나아가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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