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어처
프랑스에서 공간 디자인을 배울 때 수많은 모형을 만들었었다. 주로 실내공간이나 건물을 아주 작은 사이즈로 만드는 것이었다. 여기서 스케일이 중요한데 가구는 1:1 아니면 1:2 실내 공간은 1: 20 건물은 1:50 또는 1:100 정도였다. 실제 대상을 비율을 유지하되 작게 만들어서 한눈에 파악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모형은 프랑스어로는 마껫 (Maquette) 영어로는 미니어처(Miniature)라고 한다. 여기서는 영어 단어가 더 직관적이다. 미니(Mini)라는 접두어로 그 물리적 특성을 바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니어처는 실제 그 대상은 아니지만 그 공간이 만들어지기 전에 결과물을 예측하게 해주는 훌륭한 수단이다. 한눈에 보이기에 그 결과적 공간을 미리 상상하게 할 수 있게 해 주고 문제점을 빨리 파악할 수 있어서 실제 공간 구현 전에 발생될 리스크를 예상하고 심지어 제거할 수 있다.
나는 비즈니스도 이렇게 접근하고자 한다. 어떤 비즈니스든 작은 미니어처처럼 만들어보는 것이다. 목적은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다.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 접근할 수밖에 없다. 작으면 작을수록 좋다. 물론 작은 가게 운영과 규모가 있는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다르다. 하지만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본다. 본질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기초가 탄탄해야 기술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듯이.
통계적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초기 5년 안에 폐업한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아마 본질을 이해하기보다는 현상적인 것에 매몰되어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비즈니스의 본질은 생산하고 판매하고 수익을 얻는 것이다. 그게 전부다. 마치 인간이 태어나고, 살고 그리고 죽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단순화하면 무엇이 중요한지 명확하게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명확한 것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면 알고는 있지만 경험치가 부족해서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이 미니어처처럼 아주 작게 만들어 보는 것이다. 당근마켓 같은 중고거래도 괜찮다. 그냥 중고물품을 파는 것이지만 물건을 올리고 판매하고 수익을 얻는다. 자꾸 하다 보면 기술이 쌓인다. 물건의 가치에 대해서도, 사람의 심리, 낮과 밤 그리고 계절 같은 환경의 변화, 지역 등 다채로운 정보가 쌓이면서 비즈니스의 본질적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 그렇게 쌓은 경험을 토대로 다른 작은 비즈니스를 시도해 본다. 나의 지식을 모은 전자책을 공유 플랫폼에 올리거나 유튜브에 유익한 영상을 올리면서 작더라도 수익을 창출해 본다. 그렇게 여러 작은 미니어처들을 굴리면서 비즈니스의 경험치를 올리는 것이다.
물론 목적은 그냥 작은 비즈니스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더 큰 도약을 위한 체급을 만들기 위한 훈련 같은 것이다. 본질을 체화하면서 규모를 서서히 키워간다는 전략이다. 스케일은 1:1에서 1:100 그리고 1:1000으로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1:1000을 하겠다는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안된다. 이것이 소기업들이 5년 안에 망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모든 것은 순서가 있으며 왕도가 없다. 천천히 차근차근 전진하는 움직임은 흔들릴 수는 있지만 절대로 소멸되지 않는다. 나는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