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점
거점이란 핵심 활동의 근거가 되는 중요한 지점이다. 이것은 주로 장소를 말하며 넓은 개념에서는 물리적 공간이다. 인간의 핵심 활동은 바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이 핵심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은 대체로 '집'이다. 물론 학교나 회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것에 가장 중요한 행위는 휴식이다. 휴식이란 육체적 활동을 잠시 멈추는 것인데 주로 수면이 휴식의 중요한 행위이다. 물론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인간은 살아갈 수 없다. 휴식은 충전이다. 군사적 용어로 거점도 군사들의 충전을 위한 주요한 장소이다.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는 군대는 절대로 전투에서 승리할 수 없다. 현대의 전투 역시 마찬가지다. 살아남기- 생존이다. 그렇기에 현대에 이러한 충전을 위한 휴식이 주로 이루어지는 장소가 집이기 때문에 나는 현대 인간의 거점은 집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인간은 살아가면서 거점을 옮기는 일이 많다. 나 같은 경우도 어릴 때부터 상당히 많이 옮겨 다녔다. 거의 부모님의 결정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유학 시절 같은 경우에는 나 스스로 거점을 결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거점은 일시적이다. 학업을 마치면 반드시 떠나야 하니깐.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부모님이 거주하는 곳으로 다시 거점을 옮겼다. 이러한 거점의 특징은 소유권이 내가 아니라 부모님에게 있기 때문에 주도권을 가지기가 힘들다. 그래서 독립적인 성향의 사람들은 집을 나와서 자신만의 거점을 만들기도 한다. 나 같은 경우 귀국하고 초반에 일에 집중하느라 따로 독립해서 나올 이유가 없었다. 집은 그냥 잠만 자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수면을 제외한 주요 활동은 외부에서 이루어졌다. 그렇기에 집은 나에게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만 내어주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동생과 나만 집에 남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나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고 내가 맏이이기에 자연스럽게 거점의 주도권이 나에게 주어졌다. 처음부터 인식되지는 않았다. 여전히 부모님의 흔적과 기운이 집 안에 머물고 있기에.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이 공간의 주인이 바로 나라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생각해 보니 이것도 시간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그리고 여러 가지 계기로 청소를 하게 되었다. 그냥 치우는 것이 아닌 구조와 체질 개선이라는 의도를 가지고 말이다. 정말 하루하루 전투를 하는 것처럼 독하게 청소를 했다. 마치 거점을 다시 만드는 군주 같았다. 도로를 정비하고 수목을 다시 심으며 폐허가 된 도시를 재건하고자 하는 군주와 다르지 않은 마음이었다. 물리적으로 거점을 옮기지는 않았지만 그 거점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했다. 바로 내가 스스로 움직여 청소라는 행위를 통해 거점의 구조와 체질 개선을 해낸 것이다. 그렇게 새로운 거점은 다시 창조되었다. 나는 스스로 주도권을 잡고 '내가 살아간다'는 핵심 활동의 근거가 되는 공간을 드디어 마련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