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변을 좋은 사람으로만 채우면 생기는 단점
나의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도록, 부정적인 바이브에 잠식되지 않도록, 요즘 나는 사람을 편식한다.
나를 보호하려는 이 선택은 처음엔 꽤 현명해 보였다. 좋은 사람들, 예의 바른 사람들, 내게 건강한 자극을 주는 사람들만 곁에 두며 마음의 평화를 되찾았다. 하지만 그렇게 스스로를 꽁꽁 감싸 안고 살아온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딘가 허약해진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마치 어린 시절 다양한 균을 접하지 못한 아이가 면역력이 약해지는 것처럼, 나는 예상치 못한 이들과 마주쳤을 때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한다. 불쾌한 말을 듣거나 불편한 에너지가 느껴지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뒤늦게 속이 뜨거워진다. 어느 순간부터는 나를 보호하려 만든 이 방어막이, 오히려 나를 세상으로부터 단절시키는 벽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싶었다.
솔직히 말해, 편식은 편하다. 나와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들과의 대화는 즐겁고, 그 안에서 얻는 에너지는 크다. 그러나 세상은 내가 고른 메뉴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신중하게 관계를 걸러낸다 해도, 불쑥 튀어나오는 다소 거친 사람들, 혹은 날카로운 에너지를 지닌 사람들을 완전히 피해 갈 수는 없다. 그리고 그들과의 만남은 때로 나를 흔들어 놓지만, 동시에 내 마음의 근육을 단련시키는 경험이기도 하다.
편식은 내게 안정감을 준다. 그러나 안정만으로는 세상을 온전히 살아갈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예측 불가능한 만남 속에서 나의 회복력과 유연함이 길러질 테니까. 이 깨달음은 편식을 완전히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때로는 내게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조금씩 맛보며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편식과 균형 잡힌 식단 사이, 그 어딘가에서 나만의 방식을 찾는 일. 어쩌면 그게 진짜 삶을 살아가는 법이 아닐까. 그리고 나는 이제야 그 비밀을 천천히 배워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