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28 ~
매일 묻는 중이다.
이렇게 큰 사고가 1년에 두 번이나?
하나님께선 대체 무엇을 말씀해 주고 싶으셨던 걸까?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실수는 없다.
이유가 무엇이든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 것만으로
감사드리며 곱씹어 본다.
나의 지금을..
추석 전까지 일이 많아 무리를 한 탓인지 중요한 ost 녹음을 앞두고 몸살이 났다. 이번 녹음은 정말 잘해야 한다고 긴장했던 탓일까? 아니면 여름 내내 몸보신 한 번 못하고 지나서였을까? 기력 없이 이틀을 보내다 병원 투어하기로 마음먹고 나선 길, 한남대교 남단으로 다 건너와 속도 50 표지판을 보며 서행하던 중 갑자기 나의 세상은 마치 영화의 슬로 모션처럼 아주 느리게 거꾸로 뒤집히고 있었다. 흡사 피오나 애플의 across the universe 뮤직비디오처럼 차가 구르고 거꾸로 매달린 탓에 나의 두 다리가 운전석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눈앞에 보이고 애벌레처럼 동그랗게 말린 몸을 웅크린 채 견디는 동안도 눈을 감지 않고 모든 장면을 고스란히 봤던 건 사고를 인지 못한 채 당했기 때문이었다.
'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 정도의 감각이랄까..
큰 소리를 내며 부서지고 뒤집혀 꽤 멀리 미끄러지는 동안 ' 이 덜컹거림이 멈추면 죽는 걸까? 이 끝은 무엇일까? 어쩌면 나 이미 죽은 걸까? ' 같은 생각을 했던 거 같다. 다만 아주 크고 따듯한 손이 나를 감싸 다치지 않게 보호해 주고 있다 느꼈던 즈음, 차가 멈춰 섰다.
살면서 이런 장면을 눈앞에서 볼 거란 상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또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모든 장면이 슬로 모션으로 펼쳐진다는 것도, 찰나로 삶에서 죽음으로 건너갈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됐다.
이다음 장면은 차가 폭발하는 것일 텐데.. 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몸을 일으킬 수 있는지부터 확인한 후 어떻게든 빨리 빠져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숨이 가빠져왔고 얼른 밖으로 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싶었다. 넘어진 차의 천장이 되어 있는 조수석 쪽 문을 밀어 올려도 끄덕도 않길래 더듬더듬 버튼을 찾아 당겨 창문이 열렸을 때, 그 안도감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였다. 좌석을 밟고 밖으로 고개부터 내밀었다.
'아 살았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숨통을 튼 내가 본 광경은 한남대교에서 넘어오던 차들이 전부 이 사고를 목격하고 놀라 정지한 듯한 모습, 나와 부딪힌 차량의 운전자가 목덜미를 잡고 내게 달려오고 있는 모습, 음..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워 구토감이 올라오며 귀마개를 낀 듯 모든 소음이 옅고, 공기의 흐름도 느렸다. 마치 모든 게 물속인 것처럼.
다시 돋움 질 해서 차를 벗어나니 뒤 차의 아주머님들이 " 살았어? 아구 살아서 다행이다 ~ 근데 왜 그랬어요? "라고 희미하게 들리는 대사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내 보험사가 어디였는지 기억 안 난다고 울면서 애원했다. " 보험사에 전화 좀 해주세요." 바닥에 주저앉아 넋이 나간 상태로 있다 보니, 저기 멀리 4차선 정도에 삐딱하게 선 빨간색 차량의 운전자로 보이는 남학생들이 벌게진 팔을 잡고 이쪽으로 건너오고 있었다.
"끼어들던 다른 차를 피하려다 이렇게 된 거예요. "라는 어눌한 말을 들었던 것 같다.
이윽고 앰뷸런스, 소방차, 경찰차 등이 속속 도착했고 나는 순천향 대학병원으로 이송됐다. 비몽사몽간에 도착한 응급실은 분위기부터 무서워서 자주 가는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하면 안 되냐고 호소하던 내게 구급 대원은 어지러움과 구토감 증상은 뇌출혈이 의심되니 혹시나 ct 촬영 후 뇌출혈이 발견되면 바로 수술을 해야 해서 꼭 여기서 검사를 해야만 한다고 했다. 이 모든 타임라인이 실감 나지 않던 나는 두렵고 복받쳐 " 아무 이상 없는데 뇌출혈 아니라고요 , 왜 그런 무서운 얘길 해서 사람을 놀래냐고요"라고 소리치며 울어버렸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