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최적의 방법을 찾아라!
평소 시간 관리에 관심이 많던 중, 모치즈키 도시타카의 《시간 지도》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와 읽게 되었는데요. 책을 읽으며서 "시간을 어떻게 지도 삼아 인생의 방향을 잡을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는 값진 시간이었네요. 이 책은 기존의 개인 경험 중심의 시간 관리 도서들과는 여러 면에서 다릅니다. 단순 저자의 경험담을 넘어 이론과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시간 관리의 핵심 주제들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제시합니다. 저자가 30년간 각 분야 전문가들에게 배운 지식과 43권의 저술 경험을 토대로 풍부한 논문과 문헌을 정리한 내용이어서, 다른 책에서 접했던 내용들의 이론적 배경을 새롭게 알게 되어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시간 지도》는 총 다섯 개의 장 - 목표 관리, 계획 수립, 실천, 습관, 목표 달성- 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느 장부터 읽어도 크게 무리가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목표와 계획 부분을 먼저 훑어본 뒤 실천과 습관 장에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이후 다시 돌아와 전체 흐름을 살펴보니,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훨씬 선명하게 다가왔고 시간 관리에 대해 새로운 관점들을 갖게되어 유익했네요.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도움되었던 몇가지 내용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책에서는 '왜 목표를 명확히 세워야 하는지'에 대해 단순한 이론 나열을 넘어 과학적 근거를 설명하고 있는데요.. 흔히 아이젠하워 매트릭스(긴급성과 중요성 구분)를 설명하는 책들과 달리, 이 책은 왜 우리가 긴급성과 중요성을 혼동하는지 그 심리적 이유를 설명합니다. 저자는 심리학 실험에 따르면 우리의 뇌가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할 일"에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중요하지만 덜 긴급한 일"을 뒤로 미루는 경향이 크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을 극복한 대표적 사례가 미국 철강왕 찰스 슈왑입니다. 찰스 슈왑의 우선순위 원칙은 아래와 같습니다.
전날 저녁 할 일을 종이에 적기
우선순위 순서대로 번호 매기기
다음 날 1번부터 차례대로 완료하기
한 가지 일이 끝날 때까지 다른 일에 손대지 않기
끝나지 않은 건 다음 날로 이전
이 방법의 핵심은 명확한 우선순위 설정입니다. 바쁜 현대인들이 막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 구체적으로 종이에 적고 순서를 정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리되고 집중력이 높아집니다. 더 중요한 것은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원칙입니다. 멀티태스킹은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 같은 착각을 주지만, 실제로는 업무 간 전환 비용(스위칭 코스트)과 조율에 필요한 에너지가 전체 효율을 떨어뜨립니다. 따라서 업무의 성격에 따라 집중이 필요한 작업은 싱글태스킹으로, 단순 반복 업무는 배치 처리 방식으로 접근하는 선택적 집중 전략을 업무의 성격에 따라 능동적으로 발휘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계획을 단순히 '할 일 목록'으로 여기지만, 저자는 계획이야말로 목표와 실행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합니다. 계획이 없으면 좋은 목표도 막연한 희망사항에 그치게 되고, 실행 과정에서 방향을 잃기 쉽기 때문입니다. 특히 책에서는 계획의 심리적 효과에 대해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온동의 습관화를 위해 계획을 수립한 참가자들이 6.2배 더 많이 실행을 하였다고 합니다. 이는 계획 자체가 우리의 뇌에 '실행 의도'를 강화시키고, 언제·어디서·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소개하는 계획 수립에 도움을 주는 몇가지 방법들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불필요한 목표 제거: 오히려 목표가 모호하면 방해가 된다고 지적합니다. 분명하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지 않으면, 실행 중에 헤매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것이죠. 모호한 목표를 현실적이고 실행가능한 목표로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 진행 중인 작업이 뚜렷한 마감과 함께 정리되지 않으면, 뇌가 그 일(미해결 과제나 과업)을 계속 기억하려고 작동하여 집중을 방해합니다. 따라서 계획 단계에서 “언제까지 무엇을 어떻게 마무리할지”를 명확히 정해두고 해결하면 미해결 과제로 인한 스트레스와 심적 부담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마감 기한 설정: “마감”이 일의 수행에 있어 동기 부여 요소로 효과가 매우 크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마감이 있는 일과 마감이 없는 일의 경우, 마감이 있는 일에 좀 더 적극적으로 수행했던 것 같아요. “마감”이 정해지면, 먼저 역산을 해봅니다. 목표 달성 기한을 기준으로 현재 기준에서 어느 시점에 어떤 작업이 완료되어야 하는지를 역으로 계산할 수 있죠. 이렇게 먼저 일의 규모 파악과 함께 일이 중간 중간 마다 정리된 시점들을 찾아보면 중간 마감이 자연스럽게 해야할 일의 분량과 내용들을 결정하도록 도움을 주었던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 “마감”이 확실히 일의 동기를 제공해주는 것 같습니다.
계획은 ‘일의 실질적 수행을 위한 청사진’과 같다는 점에서 앞서 소개한 방법들을 자신의 업무에 잘 적용해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계획을 만들고 실행해 보세요.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계획을 세울 때 시간 투자 가치를 먼저 따져 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도 예전부터 '내가 하는 일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궁금해서 업무를 세분화해 시간당 가치를 계산해보고 있었는데요. 이런 작업을 통해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와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해당 업무의 실행을 전제로 합니다. 따라서 실행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미리 추정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업무 특성에 따라 가치 추정 방식은 달라지겠지만, 핵심은 자신만의 기준을 만드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는 강의를 많이 하고 있어 슬라이드 한 장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강의 슬라이드 작성과 관련하여 자료조사·기초안 작성·디자인 등을 모두 합쳐 소요되는 시간을 기준으로, 한 장당 비용(제작 원가)을 산출합니다. 예를 들어, 2분당 슬라이드 1장을 사용한다면, 60분 강의에 30장이 필요하겠죠. 1장의 제작에 들어간 총 비용(총 시간 x 인건비/시간)을 계산하고, 필요 장수(30장)을 곱하면 총 비용이 계산됩니다. 이 제작 비용을 60분 강의 비용으로 나누면, 제작 원가 회수를 위한 강의 횟수가 나오게 되지요.이를 통해 “얼마를 벌어야 강의 제작 원가를 회수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수치화해보니 강의 제작의 경제적 가치와 효율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업무 영역에서도 이런 기준을 세워보세요. 수치로 산출해두면 향후 유사한 프로젝트나 업무등에 시간과 에너지 투입량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고, 더 현실적인 계획 수립이 가능해집니다.
흔히 "언제까지 할 거야?"라는 질문에 "완성될 때까지요"라고 대답하곤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미래의 나에게는 시간이 더 많이 남아 있을 거라는 낙관 때문에 실제보다 턱없이 짧은 일정을 잡고, 데드라인이 코앞에 닥쳐서야 허겁지겁 부족한 부분을 깨닫곤 하지요. 이런 '계획 오류'에 빠지게 됩니다.
책에서는 이 착시에서 벗어나는 첫 단계로 "구체적이고 명확한 데드라인"을 제안합니다. "언젠가"가 아닌 "○월 ○일, 오후 ○시"처럼 명확한 시점을 정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기한이 정확할수록 중간 점검 지점을 역산해 배치하기 쉽고, 실행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변수도 미리 조정할 여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와 함께 결과물의 "품질 유지" 또한 중요합니다. 속도만 좇다 보면 결과물의 완성도가 눈에 띄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일을 처음 시작할 당시, 의지와 열정도 높아 '빨리 끝내야 한다' 생각과 잘 해내야겠다는 압박감 탓에 작업 시간을 과소평가했던 기억들이 떠오르네요. 결국 다시 작성하거나 재작업을 해야할 부분들이 많이 생겨났고 다시 시간을 또 들이게 되었고, 그때마다 "차라리 처음부터 넉넉하게 잡을 걸" 하고 후회했던 기억이 납니다. 돌이켜보면, 책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래의 나는 지금의 나보다 바쁘지 않을 거라는 착각"이 문제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여러번 "계획 오류"를 경험하면서, 이제는 일의 계획과 일정을 세울 때 "빠르게"보다 "제대로"를 먼저 떠올립니다. 적절하고 합리적인 데드라인을 우선 설정합니다. 그 안에서 충분한 일의 품질을 만들 수 있는 시간 자원을 넉넉히 배분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요즘 더 크게 체감하고 있답니다.
모치즈키 도시타카의 《시간 지도》는 단순히 시간관리와 생산성에 관한 ‘노하우 위주’가 아닌, 심리학적 실험과 다양한 전문가 사례를 근거로 삼아 시간 관리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풀어내어 책을 읽는 동안 매우 재미있고 유익했네요.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얻은 몇가지 시사점들을 바탕으로, 작은 행동 하나라도 매일 꾸준히 실천한다면, 시간 효율을 높이고 보다 일이나 업무의 성과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높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도 커지네요. 무엇보다 책을 통해 '시간에 끌려다니는 삶'에서 '시간을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삶'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이 글을 통해 시간 관리에 관심있는 많은 분들이 앞으로 각자의 시간 지도 위에서 자신만의 의미있는 시간을 만들어 나가시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