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을 잘하려면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요즘 하고 있는 일들의 분야가 넓어지다 보니, 이전과는 달리 다양한 분야의 분들을 만나 뵙고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을 준비하고 계획할 때와는 달리, 일이 실행되면서 여러 가지 작은 의견 충돌도 있고, 일의 수행 영역들의 협의가 명확하지 못해 일을 요청받거나 요청드리는 부분들에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있곤 합니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를 돌이켜보면, 나이나 업무 경험에서 여러 가지 부족하다 보니 일을 제대로 해내기도 벅차 일단 주어진 일에 집중해서 완수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었지 그 일을 내가 수행해야 하는 정확한 이유에 대한 생각은 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차츰 일에 적응이 되고, 일의 목적과 일의 수행과정에 대해서 나름의 원칙들이 생겨내면서 주어진 일, 혹은 외부에 위탁하거나 위임하는 일에 대해 좀 더 명확한 기준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기준을 정하니, 일의 수행도, 일에 함께 참여하거나 협업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좀 더 편해지고 일의 성과도 오르는 것을 체감하게 되었습니다. 그 기준이 바로 “거절”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어떨 때 거절을 할지, 수용을 할지, 아니면 협상이나 타협을 할지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저만의 몇 가지 원칙들이 생겨났고 실제 그 원칙들을 시도해보고 적용해보면서 효과가 있었던 몇 가지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의견을 묻거나 부탁을 하거나 요청을 한다면, 그만한 사정과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러한 부분들을 나름 미리 추정하고 넘겨 짚어서 처음부터 거절의 자세를 갖추기보다 일단 들어보는 편이 좋습니다. 잠깐 시간을 내어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말하는 쪽은 여러 가지 급하다 보니, 나의 생각과 의견보다 자신의 입장과 일에 대한 설명이 더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듣는 입자에서는 힘들지만, 상대방의 이야기를 다 들어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습니다(물론, 상대방의 이야기 중에 결정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의 이야기 중에 질문을 자주 하면, 상대방은 그 일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준다고 생각할 수 있어서 중간에 질문은 하지 않도록 합니다. 모든 이야기가 끝나면, 그때부터 궁금한 점들에 대해 질문을 시작합니다. 왜 나에게 부탁하는지, 왜 내가 해야 하는지, 왜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등등 질문하면서 현재 자신의 입장을 상대방에게 설명하는 시간을 갖습니다(이제부터는 나의 시간이다). 어렵다는 나의 입장을 충분히 이야기했음에도 상대방이 계속 부탁한다면, 확실히 어렵다고 거절해야 합니다. 거절의 순간은 정말 머쓱하고 힘들지만, 승낙으로 인해 많은 부담을 혼자 견뎌야 한다면 좋은 결정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을 위임받거나 부탁을 받을 때 반드시 체크할 가장 중요한 사항은 "그 일을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자신을 향한 내면의 질문입니다. 회사 업무나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다 보면, 다양한 일을 요청받거나 위임하기도 하는데, 협업을 하는 누군가로부터 자신의 일을 맡거나 일부 도와서 수행해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면, 먼저 앞의 질문을 해봅니다. 이러한 질문의 효과는 크게 2가지입니다. 먼저, 여러 사람들이 참여해서 함께 성과를 내는 일이라면, 자신이 맡은 일이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성과를 내는데 시간 지연이 크게 발생되면 전체의 성과에 큰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어서 맡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두 번째는 스스로의 역량에 대한 과신의 덫을 피할 수 있습니다. 도전하는 것과 도전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에는 서로 다른 역량이 필요합니다. 역량에 관한 혼동을 질문을 통해 미리 체크해보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의 기준을 세우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정리하면, 스스로 감당 가능하고, 자신의 현재 업무량에 추가되더라도 처리할 수 있다면 일을 맡고, 그렇지 않다면 매몰차더라도 거절하는 것이 좋습니다.
거절을 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한번 잘 살펴보세요. 대부분은 부탁이 이루어지는 순간, 얼마의 시간이 되지 않아서 승낙을 바로하는 경향이 큽니다. 물론, 일이 돌아가는 상황 논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빨리 답을 해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차피 해야 할 것 같아 빨리 답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진짜 문제는 “답”을 바로 하면, 상황을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하겠다고 하고 안 할 수도 없고, 안 하겠다고 했다가 하기도 머쓱합니다. 이런 상황은 “답”을 하기 전에 조금은 일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수용의 가부를 결정할 최소한의 시간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일이나 업무 등의 요청을 받았다면, 최소 1시간 정도 사안에 대해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생각을 정한 후 답을 전달하는 것이 좋습니다. “승낙”이든 “거절”이든 답을 전달할 때 요청과 회신에 시간차를 두는 것도 좋습니다. 저의 경우, 출근과 동시에 전날 도착한 요청 건에 대해서는 당일 오전에 회신을, 당일 오전의 요청은 퇴근 전(오후 5시 전후) 회신의 가이드라인을 갖고 최대 1일을 넘기지 않도록 합니다. 이런 시간차 회신은 상대방에게 일을 요청받은 사람의 입장에서 일에 대한 생각과 수행 의사를 전달할 때 어느 정도 완충작용을 해준다는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됩니다.
여전히 사회적으로 거절을 하거나 받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일을 하면서 어려움들이 있지만, 이제 “거절”에 대해 미안하거나 머쓱하다는 생각은 크게 갖지 않습니다. “거절하기”와 “거절받기”에 적응이 되면, “거절”이 서로에게 win-win 하는 하나의 방법임을 알게 깨닫게 되기 때문이지요. 어렵지만, “거절"에 대한 꾸준한 연습을 통해 스스로 “거절”이 편해질 때 일에 대한 선택과 집중도 높아짐을 체감하실 수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