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니앤 Feb 08. 2022

특별한 날을 위한 빅토리안 케이크

-소설 <빨강머리 앤> 속의 19세기 빅토리안 케이크

"I'll be as secret as the dead," assured Anne. "But oh, Marilla, will you let me make a cake for the occasion? I'd love to do something for Mrs. Allan, and you know I can make a pretty good cake by this time." "You can make a layer cake," promised Marilla.
(…)
The cake did rise, however, and came out of the oven as light and feathery as golden foam. Anne, flushed with delight, clapped it together with layers of ruby jelly and, in imagination, saw Mrs. Allan eating it and possibly asking for another piece!
(…)
All went merry as a marriage bell until Anne's layer cake was passed. Mrs. Allan, having already been helped to a bewildering variety, declined it. But Marilla, seeing the disappointment on Anne's face, said smilingly: "Oh, you must take a piece of this, Mrs. Allan. Anne made it on purpose for you."


“전 죽은 듯이 입 꽉 다물고 있을게요. 그런데 마릴라 아주머니, 제가 그날 케이크를 만들어도 될까요? 사모님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어요. 제가 요즘엔 케이크를 제법 잘 만들잖아요.”
  앤이 말했다.
  “그래, 레이어 케이크는 네가 만들어보거라.”
(…)
그러나 케이크는 잘 부풀어 올랐다. 오븐에서 꺼내자 케이크는 황금빛 거품처럼 가볍고 부드러웠다. 앤은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좋아하며 루비색 젤리를 케이크에 발랐고, 머릿속으로 앨런 부인이 케이크를 먹으며 한 조각을 더 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
앤이 만든 레이어 케이크를 대접하기 전까지는 결혼식의 종소리가 울려 퍼질 때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앨런 부인은 이런저런 음식을 많이 먹어 케이크를 사양했다. 그러나 앤이 실망하는 얼굴을 보고 마릴라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한 조각이라도 드셔야 해요, 사모님. 앤이 사모님을 위해 특별히 만들었거든요.”

  “그럼 맛이라도 봐야겠군요.”

  앨런 부인은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세모꼴의 케이크 한 조각을 접시에 올려놓았고, 목사님과 마릴라도 한 조각씩 집었다.

- < 초록 지붕 집의 앤 - 빨간 머리 앤 1, 루시 모드 몽고메리 > 중에서






<빨강머리 앤>이야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앤이 만들었던 '감기약 케이크 사건'을 기억할 것입니다. 앤이 머물던 커스버트(Cuthbert)씨 댁에 목사님 내외가 방문한 날, 앤은 참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모님 (엘렌 부인)을 위해 직접 레이어 케이크를 만들어 대접하겠다며 마릴라의 허락을 구합니다. 그렇게 정성과 사랑을 가득담아 만든 케이크지만, 그만 감기 기운으로 냄새를 못 받아서 바닐라 향을 넣는다는게 그만 실수로 바닐라액 용기에 있던 도찰제(; 신경통 완화용 액상 연고, liniment)를 넣어버려 이상한 맛의 케이크를 구워버렸습니다.


바닐라액 용기에 든 약이라니!

마치 우리네 할머니들이 소주병에 참기름을 넣고, 오렌지 주스병에 보리차를 넣고, 각종 용기에 담금주도 넣어 보관하던 그런 추억이 떠오릅니다. 병이 귀하던 시절, 알뜰하게 살림하느라 용기를 재활용 하던 모습은 문화권을 막론하고 나타난 당대 주부들의 모습을 잘 보여줍니다.


아무튼 비록 실수가 있었으나, 책속에서 앤이 만들었던 이 레이어 케이크(Layer Cake)는 대표적인 빅토리안 시대 케이크이자, 오늘날 우리가 먹는 케이크의 원형이라 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케이크입니다.


레이어 케이크 혹은 빅토리안 레이어 케이크는 19세기를 대표하는 케이크이자, 오늘날 케이크의 원형이 된 케이크로 그 모양은 아래와 같습니다.


필자의 2022년 생일 기념으로 만든 빅토리안 레이어 케이크

 

이전까지의 케이크가 귀족의 전유물이자 그저 모든 재료를 몽땅 넣고 단단하게 구운 빵같은 느낌이었다면, 19세기에 들어서며 드디어, 포술한 느낌의 케이크 시트와 그 시트를 층으로 자르고 안에 크림과 과일 등으로 채우고 끝으로 겉면을 아이싱하여 장식하기까지 하는 형태로 발전하게 됩니다. 처음으로 케이크 시트를 횡으로 잘라 층을 만들었다고 해서 이 케이크는 레이어 케이크 혹은 샌드위치를 닮았다고 빅토리안 샌드위치(Victorian Sandwich)로 불리기도 하고, 혹은 식감이 스펀지 같고, 처음 등장한게 빅토리아 여왕의 티파티였다고 해서 빅토리안 스펀지 (Victorian Sponge) 혹은 빅토리안 케이크 (Victorian Cake)로 불리기도 합니다.


최초로 등장하기는 귀족의 티파티에서 티푸드로 등장했지만 이후, 산업혁명으로 가정형 소형 난로 오븐과 케이크를의 보급과 베이킹 파우더의 발명으로 계란이 대량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잘 부푸는 케이크가 가능하게 되면서, 일반 서민 계층에게도 특별한 날 먹는 음식으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합니다.


빅토리안 레이어 케이크는 크림 아이싱 대신, 슈가 파우더를 위로 뿌려 마무리 장식을 합니다.


곧 오늘 날 우리도 일상 속에서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혹은 특별한 손님을 위해 만드는 이런 케이크는 앤이 만들었던 당시에 대중화되기 시작한 빅토리안 레이어 케이크와 역사가 이어집니다.


케이크의 역사 자체는 훨씬 오래되었다고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부드럽고, 층이 나눠져있으며, 크림 등으로 장식한 케이크가 대중에서 특별한때 먹게된 것은 19세기 빅토리안 시대부터였습니다. 특히, 19세기 산업혁명과 베이킹 파우더의 개발로 인해 케이크를 일반 가정에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이 내려가면서 가능해진 문화였습니다.


앤 이야기 속에는 1권의 이 사건 외에도 계속해서 종종 이 빅토리안 케이크가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4권 <윈디포플러의 앤>(Anne of Windy Poplars)에서는 앤이 하숙하던 집의 가정부 레베카 듀(Rebecca Dew)가 준비한 애프터눈 티의 한 장면(2부 8장)에서도 등장하기도 하고 이후, 앤이 자녀들을 키우는 6권 이후로도 종종 등장하는 케이크입니다.


특별한 손님을 위해, 때로는 축하하거나 위로, 사과하기 위해 만들고 나누는 케이크.


앤 이야기 속에 담긴,

빅토리안 시대의 문화이자 또 마음이 담긴 이 케이크 이야기가

오늘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모두에게,

축하와 기쁨 나눔이 필요한 모두에게,

또 그저 함께 사랑의 대화가 필요한 모두에게

소소하지만 행복한 선물로 다가가기를 바라봅니다.



빅토리안 레이어 케이크 따라 만들기


재료 (2호 케이크 기준)


시트재료

황설탕 200g

버터 200g (실온에 두어 말랑하게)

계란 4알 (실온에 두어 냉기 빼기)

밀가루 박력분 200g

베이킹 피우더 1 tsp

우유 2 Tbsp


필링/장식 재료

버터 100g (실온에서 부드럽게)

슈거 피우더 140g 

바닐라 익스트렉 (선택)

딸기잼


만드는 방법


1. 오븐을 170°C (350°F)로 예열하고, 2호 케이크 틀에 버터 혹은 오일로 틀 안쪽 면을 바르고 밑면에는 원형으로 틀크기에 맞게 베이킹 시트를 잘라서 깔아주세요.

2. 믹싱 볼 안에, 설탕 200g과 버터 200g 계란 4알, 우유를 넣고 거품기 혹은 핸드믹서 저속으로 약 30초~1분간 잘 섞어주다가 준비한 밀가루와 베이킹 파우더를 채 쳐서 넣고 다시 약 1분간 날가루가 보이지 않고 부드럽고 매끈한 반죽이 되도록 섞어주세요.

3. 준비한 반죽을 틀에 넣고 윗면을 편평하게 마무리 한뒤, 오븐에서 약 40분간 가운데를 젓가락 등으로 찔렀을 때 반죽이 묻어나지 않을 때까지 구워주세요.

4. 다 구워진 시트는 식힘 망에서 완전히 식혀주세요


5. 필링은 버터 100g을 먼저 잘 풀어준 뒤, 슈가 파우더 120g과 바닐라 익스트렉 1 방울을 넣고 부드럽게 섞어주세요.


6. 식혀서 준비된 시트는 가운데를 횡으로 잘라, 아래 층 단면에 딸기잼과 필링 버터 크림을 각각 발라준 뒤, 위로 다른 시트를 얹고, 그 위로 남은 슈가 파우더를 채 쳐서 뿌려 장식하면 완성입니다!

※ 조금 더 간단히 시도하기를 원하시면, 시판 바닐라 케이크 믹스로 케이크 시트를 굽고 반을 자르거나, 제누아즈 (케이크 시트)를 사서 필링만 준비하여 만드셔도 좋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빨강머리 앤 속 보물찾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