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김포공항 활주로 근처에 가보곤 한다. 저 멀리 떠오르는 비행기는 이유 없는 설렘을 선사하곤 한다. 어디로 가는 걸까. 누구를 태우고 가는 걸까.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가득 싣고 비행기는 어느새 날아올라 시야 밖으로 사라진다.
어쩌면 나는 과거에 갇혀 사는 사람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비행기의 여유로운 뒷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예전의 즐거웠던 순간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곤 한다.
'그땐 참 행복했는데. 그땐 참 여유로웠는데.'
이제 다시는 그만큼의 여유를 즐기지 못할 것만 같은 불안함은 나를 더더욱 과거에 묶어놓는다. 지금부터는 미래를 향해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고, 전공 성적이 내 앞길을 좌우할 것이라고, 내 옆의 수많은 다른 이들을 눌러야 내가 살아남는다고.진짜 같아서 더 무서운 그 말들은 나를 더 작아지게 만든다.
때로는 비행기에 다시 몸을 싣는 상상에 잠기곤 한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마음만큼은 잠시나마 떠나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부푼다. 활주로 저편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그 순간만큼은 내가 세상에서 제일 한가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가한 사람은 시간과 마주 서 있어 본 사람이라고 했던가. 비행기가 주변의 모든 잡음을 지워주는 그 순간, 나는 기억 속에 묻어 두었던 어느 시절의 여유를 되찾는다.
사실 이렇게 옛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생산적인것인지는 잘 모르겠다.여유로움에도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지금 이 시기가 그저 원망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