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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lbert Yang Aug 16. 2021

탈레반의 미래, 그리고 중국과의 관계

탈레반의 유연한 통치,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 그리고 중국의 득세


어제(8월 15일)를 기점으로 탈레반은 사실상 아프간을 완전 점유했습니다. 한국의 언론매체들은 반 탈레반 성향 아프간 사람들과 미국을 비롯한 외국 대사관들의 철수 소식을 자주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탈레반이 악명 높은 사이비 이슬람 교리를 적용하여 통치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첫째, 탈레반은 과거의 경험을 거울로 삼아 보다 유연하게 통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들은 과거에 비상식적인 통치를 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문제점들과 정치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한 예로, 탈레반은 수도인 카불을 완전 접수하는 과정에서 전투를 하여 피를 보게 되면 국내외 여론이 악화될 거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여유를 부리며 포위만 하고 정부가 항복하기를 기다렸습니다. 이는 과거 내전 중에 카불에서 유혈 사태가 일어나 시민들의 여론이 악화되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성의 외출을 '허용'한다는 공지를 하여 여성 인권에 비교적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이 모든 조치들이 단지 일시적일 수는 있습니다. 다만, 탈레반도 이제 어엿한 한 국가의 집권 세력이 되려면 전쟁은 그만두고 정치적인 통합과 경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걸 잘 압니다. 


둘째, 탈레반은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중국의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들은 이미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방 세력들의 제재를 받아서 중국 외에 경제 원조를 해 줄 나라가 없습니다. 그래서 탈레반은 카불 점령 이전에 공개적으로 "자신들과 중국의 관계를 이용해서 득을 보려는 국가나 세력들에게 경고한다" 고 선언했습니다. 또한, 중국 내 위구르 지역에서 반중 투쟁을 하는 ETIM 세력을 알게 모르게 지원하는 터키를 아프간에 간섭하는 외세라고 비판하는 발언도 했습니다.  


셋째, 중국 입장에서 탈레반의 아프간이 이슬람 신정 국가가 되기보다 비교적 세속적인 입장을 나타내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중국은 이로써 '중국-아프간-파키스탄-이란'이라는 일종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자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인프라 건설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적어도 이 지역을 포함한 아시아 전체에서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큰 영향력을 끼치는 사건인 이유는, 중국은 미국이 지배하는 해상 수송로인 '홍해-인도양-말라카 해협-남중국해' 루트에 대한 의존성을 낮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이란-러시아-중국'의 삼각 편대가 아시아를 지배하는 '대륙 세력'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미국 중심의 '해양 세력'과 대결하는 구도가 형성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세 줄로 제 이야기를 정리합니다.


1. 탈레반은 어엿한 정치 권력이 되기 위해, 그리고 국제 사회의 눈치를 보아 과거보다 유화적인 정치를 할 가능성이 높다.


2. 탈레반은 앞으로 정치 통합과 경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중국에게 의존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탈레반에게 이슬람 신정 국가만은 되지 말라고 요구할 것이다.


3. 현재 시점에서 가장 득을 본 나라는 중국이다. 중앙아시아 내륙 지역의 물류 루트를 활성화하는데 걸림돌이 된 아프간 내전 상황이 끝났기 때문이다. 이제 '중국-중앙아시아-이란-러시아'의 거대한 통합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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