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가 바이러스에 제 때 대처하지 못한 이유

중앙-지방 관계와 중앙정부의 권력다툼이 원인이다.

안녕하세요, 양한수입니다.

현재 한국과 전 세계가 중국에서 발생한 우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 정부가 이 바이러스의 발병에 대해 제 때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있습니다.  

저는 중국 정부가 그러한 대처를 못한 정치적인 원인이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가버넌스(Governance)'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중앙정부 내부의 계파 다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하나씩 설명해보겠습니다.

   먼저 중앙과 지방의 가버넌스 문제부터 언급하겠습니다. 현재 중국 중앙정부는 각급 지방정부들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광동성, 상해 등을 비롯한 남부 지방의 지방정부들이 중앙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자주 보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중국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는 오래 전부터 행정학이나 재정학 분야에서 큰 학술적, 정치적 이슈가 되어왔습니다. 한국에서는 지방자치의 역사가 20여 년 남짓할 정도로 짧고 중앙정부의 권력이 강해서 잘 느끼지 못하지만, 중국에서는 거의 한국의 영토보다 더 큰 지방정부들이 20개 이상 존재하기 때문에 중앙 정부가 전국적으로 동일한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이들 지방정부들에게 실행 권한을 위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중국의 각급 지방정부들은 한국보다 더 지방 자치를 더 누리는 면이 상대적으로 강합니다. 이러한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이슈가 바로 재정 문제입니다. 중국은 1979년 개혁개방 정책을 처음 시행하면서 각급 지방정부들이 지방세를 먼저 걷고 남는 부분을 중앙정부로 올려보내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지방정부들이 자의적으로 중앙정부에 올리는 세금을 적게 내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보다 상대적으로 재정이 빈곤해지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따라서, 중앙정부는 수 차례의 재정세제 개혁을 시행하여 재정 분야에 대한 자신의 통제력을 강화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들이 경제개발 정책을 시행하면서 지방채 발행을 남발하면서 중국 경제 전체에 채무 위기를 발생시키는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중앙정부는 지방정부들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저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통제하려는 이러한 경향이 이번 바이러스 발생에 대해 늦게 대처하는 정치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 우한 시 시장이 지방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관련 법을 언급하면서 중앙정부에 보고하고 지시를 받느라 대처가 늦었다고 말한 점이 제 생각을 뒷받침합니다. 중앙정부 입장에서 고삐가 풀린 망아지처럼 날뛰는 지방정부들을 제어하기 위해 그러한 법을 만들고 시행했지만, 결국 방역 체계에 대한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다음으로 언급할 점은 바로 중국 중앙정부 내부의 권력 다툼입니다. 한국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중심이 된 시진핑 계파가 중국 정치에서 독재를 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는 조금 다릅니다. 예를 들어,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비록 정치적, 행정적 위상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공산주의청년단파(공청단파)의 실세이자 총리로써 일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치를 배울 때 흔히 등장하는 공청단파, 상해방 그리고 태자당 세 계파 중에서 상해방은 새로운 젊은 인재의 유입도 없고 시진핑 주석의 강한 정치적 압박 때문에 중국 정계에서 거의 소멸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 나머지 두 계파들은 그대로 존재하고 있지요. 중국 정치를 연구하는 한국의 조영남 교수는 이에 대해서 현재 중국 정치 구조는 시진핑 계파의 일방적인 독재체제가 아니라 다른 계파들로부터 대내외적인 여건상 최고지도자의 강한 돌파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받아 권력 집중에 성공한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의 중앙정부에서 시진핑 계파가 아닌 다른 계파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시진핑 주석도 그들의 눈치를 안 볼 수 없을 겁니다. 또한 미중무역전쟁 등으로 인해 중국 정부가 경제적으로 대내외적인 위협을 받는 마당에 자국민들의 여론 동향에 더욱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러한 경향은 지방정부들에게도 전파가 되어 지방정부들 또한 가급적 일을 만들지 않으려는 '복지부동'의 자세를 보여주게 됩니다.  중국의 일부 의사들이 작년 12월 중순에 이미 이 바이러스로 인한 발병 소식을 간파하고 상급 위생검역 부서에 전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부서에서 묵살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중국 정치에서 매년 12월과 다음해 1월은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12월에는 다음해의 경제정책과 그에 따르는 다른 분야의 정책들이 결정되고, 1월에는 각급 지방정부들이 12월에 결정된 중앙정부의 정책들을 시행할 구체적인 방안들을 결정하는 지방 의회가 열립니다. 따라서 지방정부 관료들이 정치적인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 발생 소식과 같은 중대한 소식들을 묵살하고 무시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우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급격하게 퍼진 중국의 정치적인 원인 두 가지를 설명했습니다. 하나는 중앙정부의 지시에만 복종해야 하는 지방정부의 처지이고, 다른 하나는 계파 다툼에서 약점을 잡혀서는 안되는 중국의 중앙정부 내 정치 구도입니다.

출처: https://inquirychina.tistory.com/25 [중국경제 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