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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주 Jul 09. 2019

에릭 요한슨 사진展

Erik johansson, Impossible is Possible

10년 전인 어느 날, '사진은 권력이다.'라는 블로그를 열심히 보고 있었다. 그 블로그에서 우연히 www.alltelleringet.com 를 알게 되었다. 현재의 주소는 www.erikjo.com 로 변경되었다. 2009년, 당시 쓰던 네이버 블로그에 이 웹사이트에 대한 생각을 기록해두었다.


이 글의 이 블로그의 작가 카테고리의 1번 인물이었다. 그런데 작가 이름을 적어두지도 않은 허술한 포스트 1건이다. 먼저 허접한 옛 글을 한 번 보자.



2009년,
초현실적인 아트 프로젝트
(생각의 한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 사이트를 보시면. 아하!, 오~, 이야~, 이런, 이건!처럼 '~'이나 '!'를 연발하게 됩니다.

'사진은 권력이다'라는 블로그에 올라온 글을 보고 올립니다. 일단 이미지를 보시면 느끼시는 바가 많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맛보기 들어갑니다.


이거 멋집니다. 위트와 유머가 가득하죠. 만화의 한 컷 같기도 하고. 기분이 좋습니다.


아. 뒤통수를 때리는 느낌입니다. 과거의 착시현상 그림을 사진과 현대적인 사물들로 재해석해서 만든 작품이 많습니다.  


천국 특급입니다. 궤도 엘리베이터네요. 저 엘리베이터 타면 발사되는 건가요? 상상력이 막 생깁니다.


화상캠과 LCD 모니터를 이용해서 이런 거울이 나올 듯하기도 합니다. 거울은 한쪽밖에 못 보잖아요.  


길이 없으면 만든다!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그냥 웃음일 수도 있지만 많은 생각이 드네요.  


찻잔 속의 태풍도 들었다는데. 이 사람 작품엔 찻잔 속에 세계가 들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프로젝트가 맨 위에 링크 건 주소에 있습니다. 천재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럽군요.

정말 부러운 건. 아이디어도 아이디어지만, 그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스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도 능력도 몇 수 위 네요. 작품들을 보면 즐겁게 작업하는 느낌이 팍팍 듭니다.



2019년,
지하철에서 광고 포스터를 봤다.


그렇게 10년이 지나고, 지하철에서 광고 포스터를 하나 봤다. 에릭 요한슨 사진전. 작가의 이름(예전 블로그에는 이 작가 이후부터는 작가 이름을 꼭 챙겼다...)보다 이미지를 보면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내가 모니터 넘어 감탄했던 아티스트가 10년을 넘어 전시회를 연다니.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모니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출력된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메리트가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진을 디지털로 작업해서 다시 만든 후, 그걸 출력해서 전시회에서 보다니... 역시 모니터로 보는 것과 벽에 걸려 있는 큰 작품을 직접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감동적이었다. 전시는 사진만 진열하는 것이 아니라,  스케치와 제작 비하인드, 그리고 작품의 레이어! 무려 레이어를 볼 수 있다.


작업 공간은 생각보다 단출하게 꾸며져 있었다. 이 옆에 영상이 있는데, 영상에서 좀 더 실제 작업환경에 가까운 방의 볼 수 있다. 어린아이 그림 같은 스케치들이 인상적이었다. 투박하지만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하게 담겨 있었다.


전시회에 오면 꼭 이런 것들을 볼 수 있다. 채색된 스케치 외에 여러 가지 밑그림도 볼 수 있었는데, 강렬한 이미지를 갖고 작업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작업 비하인드와 레이어를 볼 수 있다. 어도비에서 이런 걸 보면, 레이어 구성과 UI에 대해 고민을 좀 하고 개선을 해줘야 하는데, 레이어의 길이가 매우 길다. 이 레이어 리스트는 모든 폴더를 펼친 것 같기도 한데, 주요 레이어에는 모두 적합한 이름이 쓰여있다. 마스킹과 보정 레이어가 많았고, 레이어 이름에 수치를 써놓기도 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능과 불가능

모호한 경계


작품에 쓰이는 모든 소스는 직접 제작하거나 수배하고, 촬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소스에서부터 완성도가 높았다. 사진의 경우, 노출과 조도를 미리 계산해서 원본의 디테일을 잘 살린 것으로 보인다.


도슨트에서는 회화를 전공하신 분이 회화와 작품 간의 차이점을 설명해주는데, 합성이나 이와 비슷한 작업을 자주해야 한다면, 들어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초현실주의 화가에게 영감을 받은 부분이나 그와 비슷한 설명은 검색하면 많이 볼 수 있다. 작품도 웹사이트로 공개되어 있으므로 들어가서 직접 볼 수 있다.


에릭 요한슨의 작업이 포토샵이라는 툴을 잘 써서 뛰어난 것이 아니다. 포토샵은 작가가 가진 아이디어와 이미지가 디지털로 재현하는데 필요한 가장 적합한 툴일 뿐이다. 일단 그는 사진가에 매우 가깝다. 그의 작품들은 신기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스토리가 들어있다. 조용히 들여다보면, 일상에서 겪는 마음들을 다른 시점에서 경험할 수 있고, '경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작품 속에는 두 가지 상반된 것이 함께 존재한다. 밤과 낮, 안과 밖, 부드러운 것과 날카로운 것, 먼 것과 가까운 것, 큰 것과 작은 것이 같은 시선 안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현실이면서, 현실이 아니기도 하고, 사실이면서 사실이 아니기도 하다.


그러한 농담 중에 하나는 이 세상의 변화가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유지하고 운영하기 위해 애쓰는 존재로 인해 일어난다는 상상이다. 겨울은 눈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천을 깁는 여자가 하얀 천을 지평선 너머에서부터 기워오는 것이고, 밤과 낮의 변화는 시간에 맞춰 레버를 움직이는 아저씨가 만드는 것이고, 달이 모양을 바꾸는 것은 어떤 관리 회사에서 매번 달을 교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이런 상상력은 영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도 볼 수 있고, 나는 이런 상상력을 좋아한다.)


이 세상을 움직이는 이런 사람들은 신 같지만, 일상에 닳고 노련하지만 약간은 피곤해 보이는 노동자처럼 묘사된다. 사진기 안에 작은 꼬마 요정들이 있다고 믿는 것 같은 이런 상상은 보는 어른이 된 사람에게 오랫동안 잊혀졌던 어떤 기억을 되살리게 한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다양한 작품을 크게, 고해상도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며, 도록 구매를 통해서 전시 내용의 대부분을 전기가 없는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


도록을 갖게 된 것이 가장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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