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의 커리어
페이스북으로 우연히 접하게 된 동네 디자이너 크-럽 미트업에 다녀왔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가진 디자이너들의 고민과 강연을 듣기 위해 참석했다.
어느 순간부터, 이걸 왜 해야 하나요? 이건 뭔가요? 이런 질문을 실무에서 받기 때문에 곤란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커리어나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해줘야 하는 경우가 가끔 생긴다. 뭘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런 고민은 누구나 쉽게 품지만, 적절한 대답을 듣는 것은 매우 어렵다.
예전과는 상황도 다르고, 환경도 많이 다르다. 그래서 좀 더 제대로 된 커리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도 했다.
행사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었고,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참석한 분들에게는 책이나 인터넷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조언이었을 것이다.
Small Talk는 4분이 이야기를 해주셨고, 모두 가치 있는 이야기였다. 모든 내용을 다 공개하긴 어려울 것 같아서 내가 느낀 점을 적는다. 내가 느낀 점이기 때문에 강연의 의도와는 다소 다를 수 있다. 각 강연은 20분 내외의 내용이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선배에 대한 이야기였다. 한 회사에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어려운 일이 많았고, 요구되는 조건을 소화 내 나가며, 다양한 능력과 경험을 쌓아온 믿음직한 선배의 모습을 보여줬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혼자 일하거나 사수가 없이 일하기 때문에 장기간 근속하면서 해야 하는 일과 닥치는 어려운 일들에 대해서 솔직한 이야기였다.
출시되지 않는 프로젝트, 발전적인 피드백을 받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시간을 통해서 개인의 성장을 일궈내는 방법, 하나하나의 작은 성취들이 쌓아가며 배우고 스킬업을 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성장해 나가야 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말씀해 주셨는데, 그것은 '효율성'이었다. 애자일을 수행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정의하고, 업무 범위를 넓혀서 제품 개발의 전반적인 부분에 접근해 나가는 부분을 보여주셨다. 커뮤니케이션의 경우는 각자의 전문성이 다른 경우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본다.
평범해 보이지만, 현명하고, 간단해 보이지만, 건강해 보이는 방법이었다. 제너럴리스트라고 표현했지만, 적어도 업무 범위 내에서는 충분한 전문성을 가진 모습이었다. 성실하고 재미있게 일하며, 정보를 공유하며 성장하는 모습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사수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한 회사에 오래 일하는 것은 미덕인가? 많은 사람들이 가지는 의문일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이직이나 퇴직이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것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PXD에 장기근속 중인 위승용 님의 이야기에는 많은 인사이트가 있었다.
PXD는 매우 잘 알려진 에이전시로 다양한 고객사와 협업하며 다양한 성과를 이루어왔다. 한 회사에서 오래 근무할 때 느낄 수 있는 한계가 오고, 많은 사람들이 무너지기도 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위승용 님의 경우는 현명하게 이 위기를 극복했다.
긴 기간 동안 한 회사에서 일하고, 여러 가지 방법론과 디자인에 대해서 알게 된 전문성을 활용하여, 교육 활동과 글쓰기 등을 시작했고, 회사 밖으로도 활동 범위를 꾸준히 넓혀가고 있었다. 모든 일에 목표를 정하고 성취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회사에서 일하며 개인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일하는 환경의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하면서 현재 존재하고 있는 3개의 직장 형태에 대해서 말했다. 구직자이거나 신입의 경우 3가지 회사를 선택할 수 있다. 스타트업, 에이전시, 대기업. 각 회사의 형태의 장단점을 잘 설명해주셨고, 이후 자신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주로 활동할 직장을 선택해서 각각의 회사에 적합한 성장을 이뤄내는 부분을 강조했다.
UX에 상당한 전문성을 쌓아온 경험을 살린 조언이었다. 하지만 어떤 회사에 근무하든지,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에 게을러서는 안 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더불어 경험을 쌓은 전문가가 되면 이 전문성을 잘 활용해서 개인의 성장이 회사의 성장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브런치에 직접 올리신 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uxdragon/32
굉장히 긴 경력을 가진 최은정 님은 다양한 회사에 근무했다. 긴 경력을 쌓은 분 답게 여러 가지 면에서 커리어에 대한 조언을 하고, 3가지를 기준을 제시했다.
3가지는 돈, 사람, 업이었다. 이 3가지 중 한 두 가지가 결핍되면 직장 생활에 균열이 생긴다. 이 3가지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서 커리어를 운영하는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3가지 가치 중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고르라면 '사람'이었고, 사람이 커리어를 운영해 나가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오랜 경력을 가진 분답게 업계의 변화에 따라서 기술의 변화를 함께 겪었고, 흥미로운 일을 찾으면서 다양한 직군을 경험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어갔다고 했다. 사람들과의 관계를 좋게 유지하고, 서로 이해하고 협업하면서 추천에 의해서 회사를 옮기게 되고 쉽게 적응하면서 커리어를 쌓아갔다고 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롤모델이었고, 가까이서 항상 지켜볼 수 있는 롤모델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성장은 멈추지 않았고, 용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라이벌도 중요하다고 했다. 적절한 경쟁과 긴장이 매너리즘에 빠지 않고 발전하는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롤모델과 라이벌을 통해서 많은 성장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이벌은 단순히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일에 대해서 토론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함부로 환상을 갖지 말라고 했다. 이상적인 인물보다는 현실적인 인물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조금 어려운 이야기지만, 이상적인 모델에 집착하게 되면, 실수하기 쉽다. 이 이야기를 들은 분들이 이 부분을 잘 이해했으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수가 없는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사수가 모든 것의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사수에게 필요 이상의 가치를 요구하고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사수는 결국 윗사람일 뿐이고 맘에 들기 힘들다.
대부분 능력이나 전문성이라고 하면, 직접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중견 기업 이상의 경우에는 일과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일의 전문성이 없더라도 각자의 재능을 찾은 후, 사람들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무기라고 마무리했다.
전문가에 대해서 말할 때,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요소가 있다. 전문가는 확답을 하지 않는다. 전문가는 문제점에 대해 말한다. 전문가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적어도 이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UX 리서치 분야 일을 하시고 계신 서원용 님은 전문가다.
서원용 님 역시 긴 경력을 가지고 있었고, 긴 세월 동안 여러 가지 부침이 있으셨다. 스스로 겸손하지만, 생존했고, 현재도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다고 말하셨다.
직업 시장에서 전문가의 가장 큰 문제는 수가 적고, 특정한 일을 수행하는데 가장 적합한 능력을 갖지만 그만큼 취업의 문도 좁아진다는 말을 했다. 또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 회사로 이직하게 된다. 그러나 이직만으로 성장하기는 쉽지 않고, 많은 배움이 필요하다. 이렇게 전문가가 되면 직업 경쟁에서 우위에 쉽게 설 수 있지만 취업이 힘들어진다. 전문가를 꿈꾸는 주니어는 매우 이해하기 힘든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전문성을 확보하게 되면, 회사에서는 포지션에 제한을 두게 되고 그렇게 커리어를 쌓으면, 이직에 제한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서원용 님은 전문가답게 헤드헌팅을 통해서 쿠팡에서 일하게 되셨고, 현재 재직 중이시고, 계속해서 전문 분야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계신다.
지금은 쿠팡에서 핀테크 분야에 도전 중이라고 하신다. 핀테크 이후의 활동에 대해서도 궁금하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분이기도 하다.
커리어는 '경력'이다. 좋은 경력은 뭘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력을 쌓기 위해서는 취업을 해야 하고,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좋은 경력은 좋은 회사와 높은 연봉, 좋은 사람들과 만날 기회를 준다. 좋은 경력을 쌓기 위해서 필요한 전략은 이렇게 정리해 볼 수 있다.
1. 좋은 회사에 들어간다.
너무 당연하게도... 좋은 경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 좋은 회사의 기준이 절대적일 수 있긴 하지만, 좋은 회사는 성장한다. 좋은 회사의 성장은 그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좋은 인맥과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회사를 커리어 패스를 위한 도구로 이용하기보다는 회사와 함께 오랫동안 함께 성장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2. 목표를 갖는다.
누구에게나 매너리즘이 찾아오고, 우울함이 찾아온다. 회사의 크기나 규모, 명성과 관계없이 소외를 느끼면 사람은 쉽게 좌절하게 된다. 목적은 이런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 목적이 롤모델이 될 수 있고, 일상의 취미일 수도 있다.
3. 변화한다.
성장이라고 할 수 있지만, 변화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합할 것 같다. 4명의 강연자 모두 다른 삶을 살았지만, 공통되는 부분은 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모두 UX의 등장과 플랫폼의 변화에 맞춰 노력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기 위해 애썼다.
4. 함께 성장한다.
회사든 사람이든 혼자서 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변화가 워낙 다방면으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인간적인 고충 때문에 힘들 때도 있다. 함께하는 대상이 사람일 수도 있지만, 긍정적인 노력은 조직 전체를 성장하게 한다. 잦은 이직보다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 좋은 경력을 만들 수 있다. 물론 그 회사가 그럴만한 가치가 있을 경우가 있다면 말이다.
전문성이란 말이 자주 회자되었다. 전문성을 가지면, 직위가 높아지거나 연봉이 높아질까? 하지만 회사 생활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전문성의 깊이는 얕다. 전문성은 교육과 권위, 수상, 인증 등을 통해서 얻어진다. 디자인에는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라이선스가 없다.
회사에서 디자이너가 가진 전문성은 입증하기도 힘들고 인정받기도 힘들다. 디자이너가 가장 쉽게 취득할 수 있는 전문성은 연차와 프로젝트의 완성도나 흥행, 여러 방면의 활동 같다.
전문성이 매우 모호하므로 이상적인 전문성을 추구하기보다는 폭넓은 관심과 참여를 통해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해외든 국내든. 한 회사의 디자이너 수는 적다. 디자이너는 서로 만나기 힘들다. 그래서 고충을 나누기도 힘들고, 정보를 나누기도 힘들다. 비슷한 행사로 디자인 스펙트럼이 있다. 디자인 스펙트럼은 실무에 가까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회사의 특징이나 직무의 특징을 많이 보여주는데, 한 사람의 특별한 재능을 조명하는 경우가 많아서 대다수의 주니어 디자이너가 공감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고, 진행하시는 분들도 많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겠다고 하고, 미처 오지 못한 분도 많은 듯했다.
PS. 간식. 감사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있었다.
PS. 오래간만에 참여한 행사라 쓸데없이 말을 많이 했나 싶은 후회가 된다. 아저씨가 되어가는 중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