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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주 Mar 08. 2020

장바구니와 좋아요

기능하는 디자인과 공감하는 디자인

페이지로 기획하는 것은 20세기의 방식인 듯하다.


지난 몇 달간, 쇼핑몰 UI에 대해서 살펴보면서 정보의 구성과 기능에 대해 살펴보았다. 상품 정보와 장바구니에 대한 브런치 글을 쓰면서 발견한 생각을 그냥 생각나는대로 정리했다.


다 읽기 전에 보는 이 글의 요약:


'장바구니'를 사용자가 원하는
목적에 충실한 기능,
'좋아요'를 사용자가 추구하는 목적에
공감하는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쇼핑몰과 커머스

그리고 소셜 미디어


내가 막연히 알고 있는 것과 현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용어였다.

내가 쇼핑몰이라고 부르는 것을 이제는 커머스라고 부른다. 그리고 어려운 분야다.
(E-Commerce가 올바른 말 같지만, 이하 커머스라고 한다.)


커머스의 특징을 이해하는 것은 아직 좀 어렵다. 하지만 이 부분을 살펴보면서 더 이상 간단한 프로세스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분야의 모든 것은 현재 진행형이다.



20세기의 쇼핑몰에서는 첫 페이지가 매우 큰 위치를 차지하고 첫 페이지에 상품을 올리려고 했는데, 21세기의 커머스에서는 소셜 미디어 기반의 마케팅으로 첫 페이지의 중요성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소셜 미디어의 광고의 목적지는 첫 페이지가 아니라 상품 목록(카테고리, 소분류, 프로모션 페이지, 브랜드 페이지) 혹은 상품 정보다. 하지만 여기서 로딩 시간 등이 문제가 되거나 전략적인 목표가 우선되는 경우가 있어서 상품 목록 쪽에 더 우선순위를 두는 것 같다.


또 모바일의 경우, 상품 상세 정보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장바구니에 담는 경우도 많아졌다.

대부분의 커머스에서 상품 사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에 상품 사진만 봐도 믿고 구매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지거나, 그만큼 사람들이 온라인 커머스 앱이나 서비스에 익숙해진 것으로 보인다.


예전의 UI 디자인은 이런 말을 많이 했다.

심플한 디자인을 위해 버튼을 적게 배치한다.

숙련자를 위한 '지름길'을 만들지 말고 보편적인 사용자를 위한 디자인을 한다.


현재의 커머스에서는 복잡한 정보 구조를 가진 상품 상세 정보 페이지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다. 그만큼 UI의 사용과 브랜드나 시스템, 플랫폼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



모든 곳에

좋아요가 존재한다.


2009년쯤 본 책 중에 'BoBos('부르주아'와 '보헤미안'을 합친 조어)'라는 용어가 있었다. 이 책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소득과 지위의 불일치다. 이 책은 높은 학력과 지적 수준이 소득과 지위와 일치하지 않는 상황으로 이 차이를 메우기 위한 소비 활동이 벌어진다고 말한다. 더 간단하게 요약하면, 소비로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과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우리의 소비는 자발적으로 공개되는 소셜 미디어의 영향으로 '내가 이렇게 잘 먹고, 잘 살고, 잘 놀고, 예쁜 아기도 잘 키운다'를 표현된다. 이런 활동이 자랑으로 보일 수 있지만, 너그럽게 보면 그런 콘텐츠를 올린 사람들, 자신도 자연스럽게 추구하는 행복한 삶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UX에서 이렇게 설명할 수도 있다.


사람은 흔히 말하는 단기 기억과 장기 기억이 있다. 단기 기억에 머무르는 기억은 짧지만, 결국 우리 뇌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다. '장바구니'는 단기 기억의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장바구니'의 목록을 구매하지 않고 비워버리면, 사람의 '단기 기억'과 달리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실제 사용자가 '선호'하는 정보를 장기적으로 보관하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다른 관점에서 이렇게 설명할 수도 있다.


사용자의 실제 삶과 밀접해진 소셜 미디어의 '좋아요'는 더 이상 학습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좋아요'를 통해서 사회적 활동 뿐 아니라 정보를 저장하고, 분류하고,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행동은 서비스 혹은 플랫폼의 리텐션을 높였고, 더 적은 비용으로 높은 충성도를 가진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


Social은 모든 것을 바꾸었다


뭐라고 해석하든 간에, 시장과 사용자와 회사는 다소 복잡하고, 언제 살지도 모르는 상품을 담아두는 '좋아요' 기능을 추가했다.(가끔 이런 기능을 처음 도입한 당시 의사결정 과정을 듣고 싶다.)

그리고 '좋아요'는 장바구니와 별개의 정보 저장 영역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지금의 '좋아요'는 '공유', '수집', '저장', '평가'를 수행한다.



서비스에 따라 다르지만, 콘텐츠 영역의 서비스에서도 저장을 겸하는 '좋아요'는 유용하게 쓰인다.


넷플릭스
'더하기' 아이콘으로 '내가 찜한 리스트'에 추가할 수 있다. '엄지 척' 아이콘의 평가와 분리되어 있다.

유튜브
'엄지 척' 아이콘을 누르면, 평가와 저장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브런치
'클립과 하트' 아이콘을 누르면, 평가와 저장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쿠팡
'찜'은 텍스트로 표현되며, 카트에서 분리되어  '나'의 정보 안에 포함된다.
(구매와 취향을 분리한 사례로 추가로 스터디가 필요하다.)

오늘의집
'스크랩'으로 되어 있고, 장바구니와 별개로 상품 정보와 콘텐츠를 수집한다.



수집, 저장, 분류

커머스 


'좋아요'와 '수집'과 '구매'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발전해 왔다. 커머스에서는 서로 다른 서비스의 특징이 결합되는 형태가 많은데, 그중에서 눈에 띈 게 스타일쉐어다. 스타일쉐어의 경우는 소셜 미디어의 특징과 패션 커머스의 특징이 결합되어 있는데, 매우 복잡한 정보를 사용자에게 공급되고 있지만, 사용자는 그다지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 듯하다.


그래서 스타일쉐어 디자인의 일부를 변경하면서, '컬렉션' 기능을 '클로젯'으로 변경한 디자인을 만들어봤다. 수집은 저장과 달리, '분류'를 수반하는 형태라고 생각했고, 의류에 따라 분류하는 UI를 생각했다.



다른 커머스 서비스처럼 상품 목록에 표시되는 상품 정보에 장바구니를 배치하고, 추가적인 표시되는 UI에 옷장처럼 생긴, '클로젯' 아이콘을 추가한다.


원래의 '컬렉션'도 소셜 미디어에서 볼 수 있는 피드의 역할도 하면서, 용도 별로 저장하고 분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여기에 분류 기능을 '보기' 혹은 '필터'와 유사한 UI와 이미지와 텍스트가 표시되는 View를 바꿀 수 있게 만들었다.



실험적인 UI이므로, '뷰'가 달라지면, 정보를 보는 관점도 변하기 때문에 3가지 뷰에 다른 정보를 보여주는 UI를 시도했다.


실제로 적용해 볼 수는 없지만, 이러한 뷰의 변화로 고가 브랜드의 제품을 저장, 분류하며, 할인 기회를 제공하여, 합리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시나리오를 세워봤다. 좀 더 작업을 해본다면, 공격적인 할인과 세트 구성으로 다양한 구매 단위를 테스트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이 디자인 과정을 통해서 의류가 아닌 식료품이나 취미 관련 업종이라면, 식단이나 영양 관리, 좀 더 세분화된 상품 제공이나 구독, 구매 단위 구성, 공동 구매, 펀딩으로 바꿔 볼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구매 여부가 불명확한

기능의 의미


'장바구니'를 위한 장바구니, 혹은 '좋아요' 기능은 구매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없는 기능이다. 최악의 경우, 사용자는 '좋아요'만 하고 잊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좋아요'를 해보는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자.

사고 싶지만, 기회가 적절하지 않은 상품을 저장한다.

개인의 취향에 맞는 상품을 저장한다.

구매 후보 중에 한 가지를 고르기 위해서 저장한다.

 하나의 목적에 필요한 여러 품목을 세트로 구매하기 위해 저장한다.


생각나는 대로 쓰다가 보면, '왜?'라는 생각이 든다.


목적이나 의미를 찾을 때, '사용자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이라든지, '리텐션'을 높여서 고객의 충성도를 확보한다든지 여러 가지 말을 할 수 있지만, 이 두 가지는 너무 자주 들으니까 조금 다른 관점도 소개하려고 한다.


https://www.nngroup.com/articles/sympathy-vs-empathy-ux/

 

NN Group(Nielsen Norman Group)에서 디자인 싱킹을 설명하면서 말하는 Empathy다. 단어를 섬세하게 쓰고 있다. Pity, Sympathy, Empathy를 거쳐 Compassion으로 발전한다.


우리의 사용자는 데이터나 돈을 내는 기계가 아니라 현실의 삶을 살고 있다. 사용자가 불편하다고 아는 것과 사용자의 현실적인 삶과 사용자가 추구하는 가치에 공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용자를 니즈(Needs)만으로 보게 되면, 사용자는 자꾸 데이터가 된다.


예시로 든 제품과 서비스에 '좋아요'가 포함된 프로세스나 의사결정은 알 수없지만, 결과적으로 '좋아요'는 'Needs'를 넘어선 'Compassion'이 발현된 사례라고 생각한다. 물론 '감'이 아닌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어느 날 갑자기 뿅 하고 만들었을 수도 있다.


여담이지만, 스타벅스의 마케팅 사례에도 리텐션이 나온다. 흔히 스타벅스는 사용자가 오래 머무르게 하고, 맥도널드는 매장을 짧은 시간 자주 방문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스타벅스에서 오래 앉아서 일하다가 보면, 테이크 아웃 컵을 들고 매장 밖으로 사라지는 사람도 많다. 커다란 회사는 여러 가지 방법을 '잘' 사용한다.



의미와 해석


쇼핑몰 디자인은 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요즘은 템플릿도 많고, 서비스도 많다. 인터넷에 글을 보면, 이걸로 거금을 벌고, 월급쟁이 생활을 청산했다는 이야기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성공'은 자주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다. 남들이 '좋아요'를 넣었으니까 나도 넣는다는 간결하고 빠른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남들보다 앞서게 되거나, 내가 아닌 사람에게 일을 시키려면, 의미와 해석이 필요하다. 그 작업의 시작이 되는 지점은 아마도 사람에 대한 이해와 공감일 것이다.


아래 글은 내가 좋아하는 오래된 광고 관련 책에 나온 한 구절이다.


"오, 정말요?" 나는 웃었다. "당신의 고객은 아이스크림이나 자전거, 보석, 옷을 사지 않나요? 그들은 갑자기 매일 아침 9시에 나타나고 오후 5시에 바람처럼 사라지나요? 그들은 비밀스러운 희망이나 꿈이 없나요? 그들은 당신 생각처럼 삶이 비어 있나요? 당신의 고객은 당신이 표현한 것처럼 정말로 하나의 면만을 갖고 있나요?"

(중략)

사실 나는 비즈니스를 넘어선 인생에 대해 쓰고 있다. 왜냐하면 당신의 고객, 당신의 직원들은 물론, 당신조차도 비즈니스를 넘어선 삶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 광고의 마법사(Secret Formulas of the Wizard of Ads), 로이 윌리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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