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에서 색은 무엇일까?
변화는 전반적으로 이루어졌다. 사람들이 구글 워크스페이스에서 자주 쓰는 앱들의 아이콘이 모두 변했다.
구글 워크스페이스의 로고는 비슷해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입체적이다. 이 로고의 구조는 구글이 공개한 동영상에서 볼 수 있다. 정면에서 보면, 평면으로 보이지만, 상상력을 발휘하여 측면에서 보게 되면, 이 로고는 몇 개의 투명한 플라스틱이 겹쳐 있는 모양이다.
‘겹침'은 구글 제품의 워크 스페이스의 모든 디자인에 폭 넓게 사용되었다. 모든 제품의 로고가 새롭게 디자인되면서, 형태가 달랐던 제품의 로고도 통일되었다.
하지만 디자인이 공개되자마자, 굉장히 비판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각각의 디자인이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형태가 유사한 것뿐만 아니라 색이 모두 비슷비슷해 보인다. 그래서 많은 매체와 관련 업계 사람들이 색의 사용에 대해 비판했다.
비판을 읽어보면, 색과 모양 양쪽 모두를 비난한다. 디자인 유튜버와 페이스북의 의견을 들어보면, 이 디자인이 실패한(혹은 실패할 것이라는) 이유로 색을 지목한다.
각 제품군을 대표하는 로고의 색상이 매우 유사하고, 그 의미를 유추하고 기억하고 구분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다. 또 다른 의견으로 하위 제품군과 상위 제품의 배색에 논리가 없다는 것이다. 포함하고 포함되는 관계를 유추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몇 군데서 듣다가 보니, 왜 그렇게 생각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색의 의미는 사람마다 문화마다 각각의 환경과 맥락에 따라 다르게 인식된다. 색이 기능이나 위계를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도 일종의 형식이다.
소셜 미디어를 보면, 'What I See' 라는 형식으로 구글의 새 디자인이 적당히 네모난 모양에 색만 다르게 표현된다는 밈이 돌기 시작했다. 또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나 '공유'를 하고 있다. 누군가를 놀리는 건 재미있는 일이지만, 디자인이 직업이라면 진지해져야 한다.
구글의 새 디자인이 네모에 색으로만 보일 수도 있지만, 내가 보는 모양에 가장 가까운 표현은 맨 하단의 그레이스케일이다. 내 눈에는 로고가 형태와 명도로 보인다. 흑백의 이미지는 내가 인식하는 상태에 가깝게 대비를 조정했다. 로고와 관련된 이 규칙은 구글 제품 전체에 부분에 모두 녹아들고 있다. 로고만 모아서 보면, 울긋불긋하지만, 실제 제품을 사용하는 전체 스크린(배경이 흰색이거나 검은 색인 각각의 상태)에서 보면 하나의 점이다.
특히 UI 디자인은 형식적인 색의 구분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응용한다. 확실히 색은 기능을 표현하기 위해 많이 사용되고, 색의 의미에 따라 사람들은 기능과 의미를 빠르게 파악한다. 빨간색은 정지, 녹색은 안전, 노란색은 대기. 그런데 이건 신호등이 아니다. 구글 로고는 아주 오래전부터 선명한 빨강, 파랑, 노랑이었다. 다시 보면, 붉은색과 푸른색, 녹색은 겹치는 색상이 표현되어 있는데, 노란색은 겹치는 색상 없이 표현된다. 그렇다면, 뭔가 다른 의도가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봐야 한다.
UI가 아니고,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해보았다. 기능과 가치나 비전이나 의미를 해석하지 않고, 구글을 쓰는 나를 회고해 보았다.
이전 버전과 변경된 버전을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점이 있다. 선명해졌다. 그리고 비슷해졌다. 구글은 거대한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구글이 회사인지, 제품인지, 플랫폼인지, 브랜드인지도 잘 모르겠다. 구글은 거대하다. 부처님의 손바닥 위의 손오공처럼, 현대의 개인은 모두 손오공처럼 뛰어나고 강력하지만, 구글을 벗어나긴 힘들다.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는 구글을 사용하고 있다.
디자이너의 경험과 지식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간단한 대답이 하나 있다. 구글을 잘 기억하면 된다. 그리고 이 제품을 자주 선택해서 사용하면 된다. 구분할 필요가 없다. 그냥 구글이다.
어느 순간 모니터에 빛이 들어올 때마다, 크롬을 실행하고, 지메일을 보는 것이 아침의 일상이다. 검색, 메일, 문서 등은 '자주'라는 표현을 넘어 항상 사용한다. 구글의 누군가가 브랜드 전략을 입안하고 있다면, 사용자가 알아야 하는 점은 두 가지다.
협업 툴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화상 회의 솔루션도 마찬가지로 많아졌다. 구글은 이제 자료를 찾아주는 걸 넘어서 협업도 생각하는 것 같다.
신분과 명예, 업적을 상징하는 고대의 문장은 현대적으로 변했고, 현대적으로 변한 로고는 전경과 배경을 사용했다. 착시도 사용하고, 논리적인 규칙도 사용했다. 그리고 단순성과 완결성을 추구하다가 이제는 형태와 구조를 표현하려고 애쓰는 것 같다.
제품의 실질적인 효용과 가치가 표현된 선명한 색과 세련된 모양이다. 구글 워크스페이스 아이콘의 모양이 Bing이나 MS의 제품군 같다는 의견도 있는데, 실제로 따라 그려보면, 이전 로고에 비해서 두꺼워졌지만, 크롬의 탭이나 더 작은 모양에서 볼 때도 선명하다.
흥미로운 점은 제품과 플랫폼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플랫폼이 보이게 되었다. 플랫폼은 이제 기반 시설이나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이 되고 있다. 동시에 브랜딩은 점점 더 정교해졌고, 디지털 제품의 여러 계층과 긴밀하게 연관되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슬랙, 페이스북의 브랜드, 로고, 아이콘, UI는 통합되고 있고, 각각의 경계가 모호해질 정도로 밀접해지고 있는 것 같다. 구글의 새로운 디자인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듯하다.
PS. 디자인의 초점을 바꿔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한 회사의 여러 개의 제품이 있고, 각 제품이 플랫폼 위에서 작동한다고 했을 때, 한 회사의 제품과 제품의 브랜드에는 적절한 형태의 통합이 필요하다. 어도비와 스타벅스, 현대카드가 페이스북, 구글과 다른 점은 플랫폼이다.
어도비의 제품은 유사한 형태에 다른 색을 사용한다. 개별 제품이 별도로 작동한다. 구글의 제품은 같은 플랫폼에서 경계가 없이 움직인다. 그래서 기존의 형태를 유지하지만, 같은 플랫폼을 쓴다는 점을 알려줘야 한다. 그려려면 방법은 색 뿐이다. 기존 제품의 형태와 구글의 색이 만나면, 현재 구글 워크스페이스의 될 수 밖에 없다
디자인을 논리적으로 그리고 위계에 따라 설계하라고 하면, 지금의 결과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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