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어떻게 세상을 디자인할까?
페이스북이 Meta로 변했다. 작년에 스플래시 스크린과 브랜드에 대한 글을 썼다. 이 당시 '회사' 페이스북은 로고를 새로 디자인하고, 제품군의 스플래시 스크린(런치 스크린)에 하단에 작은 로고를 표시했다.
스플래시 스크린의 로고가 삽입되면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의 메시징 인프라가 통합된다는 발표도 이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비해서 걸음마 단계인 오큘러스가 표시되는 이유를 궁금해했다. 1년 후, 페이스북은 Meta가 되었다. 그리고 오큘러스가 상징하는 VR과 AR은 회사의 목표가 되면서, Meta는 소셜 미디어에서 소셜 테크놀로지 회사가 되었다.
기존의 페이스북 회사의 제품들의 스플래시 이미지도 Meta로 변경되었다.
∞ Meta로 새로운 로고를 발표하면서 보여준 비디오를 보면, 구글의 새로운 제품 아이콘처럼 입체에서 평면으로 투사되는 형식으로 디자인되었다.
평면으로 보면 무한대 기호(Infinity symbol)를 'M'과 비슷한 방식으로 구부린 형태로 보이지만, 3차원 공간에서 보면, 구부러진 원처럼 보이고, 또 다른 관점(비유클리드 기하학)으로 보면 원이다. 원이라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상징하고, 구부러진 형태는 가상과 현실을 잇는 도구라는 의미로 확장해서 볼 수 있다.
메타의 로고는 구글처럼 입체적인 형태를 보여주고,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질감으로 표현되는 스타일의 다양성을 표현하고 있다.
UI 디자인의 입장으로 보면, 2차원 위의 디자인은 한계에 이르렀다. 아무리 심플하게 만들어도 수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게 되면, 단순함과 명확함의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 다른 언어, 다른 문화, 다른 플랫폼 사이에서 하나의 제품의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디자인은 복잡해진다.
디자인이 복잡해진다는 말은 전달해야만 하는 정보의 양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첫 번째 단계로 스크롤이 도입되었다. 종이와 다르게 디지털 지면은 메모리의 한계만큼 로딩할 수 있고, 급격하게 발전한 프로세서와 메모리 용량은 손바닥 위의 작은 화면에 인쇄 화질의 이미지와 글꼴이 끝없이 이어진 페이지를 5초 안에 보여줄 수 있다. 심지어 내 폰에 저장되지도 않고, 어딘가에 있는 서버에 저장된 정보다.
하지만 사람은 길고 긴 페이지를 모두 읽고 기억하고,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한정된 공간에 정보를 사용하는 방식(UI)을 압축해서 보여줘야 한다. 늘어난 정보의 양을 압축해서 보여주기 위해 디자이너는 기술적으로 분류하고 그룹을 만든다. 사용자에게 전달할 정보의 양을 유지하면서 단순하게 만들기 위한 방법이며, 인류의 역사상 항상 통했던 방법이다. 그래서 가상의 서랍과 쪽지를 만들고, 다른 콘텐츠 위에 띄우는 방식의 2.5차원 디자인을 만들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의 세상은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에 비해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정보와 직면하고 있다. 아무리 스크롤하고, 감추고 표시하고, 위에 띄워도 부족하다. 평면 위의 디지털 디자인은 한계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 Meta라는 이름과 무한대 기호는 디자인과 의미에서 현재의 페이스북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형태이며, 상상력과 비전을 풍부하게 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혁신적인 서비스였지만, 낡아가고 있다. 디자인을 아무리 바꿔도 한계는 있다. 하지만 생각을 평면에서 입체로 바꾸면 다른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
벤처는 회원을 모으려고 했지만, 스타트업은 작은 데이터를 탐욕스럽게 수집하기 시작했다. 데이터가 모아서 가공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로 더 많은 데이터를 발생시켰다. 그리고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데이터를 생략하고 압축하면서 추상적인 표현으로 바꾸었다. 구독과 좋아요같은 지표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면서 플랫폼과 제품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게시판을 하루 종일 보고 있으면, 그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을 알 수 있고,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그러나 피드를 보고 있으면, 사용자가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정보와 시스템이 알려주는 정보만 알 수 있다. 빠르게 성장한 실리콘 스타트업의 시스템은 사용자가 보는 피드(Feed)의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면서 피드에 흐르는 정보를 통제했다. 개인화라는 이름의 통제는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하고, 의도하지 않는 광고를 보게 되는 상황도 생긴다.
디자인과 데이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과 결합되면서 제품은 플랫폼으로 더욱 강력해지고, 기능과 동작이 강화되면서 더 많은 것들과 연결되고 있다. 연결은 더 긴밀해지고,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이제 디지털 세상에서 더 많은 연결을 가졌거나 명성이 높은 것이 높은 가치를 지닌다.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거리를 걸으면 사람은 수많은 정보를 순식간에 처리한다. 날씨, 상점, 길, 사람, 사람들의 표정이 거리의 분위기가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욕구를 거리에서 해결할 수 있다. 걷기만 하면 벌어지는 일이다. 반면 디지털에서는 분위기를 전달하기 위해 굉장한 노력을 해야 한다. 시각을 장악하려는 끝없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스마트폰의 스크린은 작기만 하다.
만일에 사용자의 시야를 모두 확보하고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사람을 통제할 수 있다면,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 더 많은 가치의 대가는 더 많은 시각 영역을 확보하면서 청각 영역까지 확보한다는 의미이다.
넷플릭스의 CEO, 헤이스팅스는 자신들의 경쟁사는 '인간의 수면시간'이라고 말했다. 사람을 통제한다는 생각이 실리콘밸리에서는 어느 정도 퍼져있는 것 같다.
AR, VR이 당장은 실용적이거나 대중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를 과거에 존재했고, 이미 사용되고 있으며, 실패한 기술이기 때문에 메타버스가 생산하는 가치는 허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100년 전에 상상한 미래라는 그림을 보면, 약간 다른 형태지만 과거의 생각이 더 세련된 방식으로 현실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에릭 리스도 2004년 출시된 '3D 아바타 채팅, IMVU'가 성공해서, 린 스타트업을 유명하게 만들 수 있었다. 지금은 훨씬 많은 기술이 발전되어 있으며, 쇼핑부터 공공기관의 많은 서비스가 소셜 플랫폼으로 엮여 있다.
허공에 이미지가 떠 다니는 VR은 불가능하지만, 카메라 앱의 필터나 페이크 영상처럼 3D 모델링 기술을 사용해서 2D 이미지나 영상을 제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상의 캐릭터가 가상의 UI와 상호작용하는 것이 게임이나 영화에서 낯선 장면인 것도 아니다. 콘텐츠가 텍스트, 이미지, 영상으로 변화한 상태에서 영상이 기능적으로 바뀌는 과정은 필연적이다.
저커버그의 Meta는 이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을 보이지 않는 비즈니스와 기술의 영역에서 통합했다. Meta는 보이지 않지만 이미 존재하고 그 이름은 '시스템'이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빠르게 처리하여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시스템이 지금은 스마트폰 위에 2차원으로만 표현되고 있을 뿐이다.
저커버그가 Meta를 발표하자, SF소설을 좀 읽어본 많은 사람들이 뉴로맨서와 스노 크래시를 이야기한다. 뉴로맨서는 1984년, 스노 크래시는 1992년작이다. 스노 크래시는 구글의 CEO에게 영향을 준 책으로 마케팅되었다. 그런데 저커버그가 추천한 1988년작 이언 뱅크스의 소설, '게임의 명수'도 있다.
'게임의 명수'는 '마인드'라고 불리는 슈퍼 인공지능에 의해 유지되는 '컬처'라는 세계를 다룬 이야기다. 컬처에서 사람은 노동할 필요가 없고, 사고나 병으로 죽을 걱정도 없다. 마인드가 모든 위험을 방지하며 인간을 돕는다. 이상적인 미래 사회 같지만, 컬처의 이면에서 마인드는 인간의 평온한 삶을 위해서 아주 오랫동안 언어부터 세심하게 조율했다. 컬처의 시스템은 인간이 인지하지 못하는 단계에서 인간을 통제한다.
'좋아요'를 다시 정의하고, 개인화된 피드를 제공하는 회사의 대표가 좋아할 만한 소설이다. SF적인 소재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시각적인 이미지로 판단하는데, 가상현실과 네트워크로 통제되는 디스토피아에서 가장 두려운 점은 시스템이다. 보고 들리는 것을 통제에 대한 공포는 사이버 디스토피아에서 기억과 이성에 대한 위협으로 묘사된다.
20세기의 블레이드 러너(1982)는 거대화된 제조기반 기업이 세계를 지배할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21세기로 넘어가는 고개에서 가상화된 시스템에 지배당하다는 매트릭스(1999)가 개봉되었다. Meta가 함의하는 위험에 대해서 가상현실이나 해커 같은 멋짐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실제 하는 위협은 효율성을 이미 이룩한 시스템이 사용자가 인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의도적으로 숨기면서 보고 듣는 것을 통제하는 일이다. 1993년 '맥도널드화'라는 말도 등장했는데, 맥도널드화는 효율성, 예측/측정 가능성, 통제로 구성된다. 사용자가 피드를 보며 '좋아요'를 찍는 반복 작업도 맥도널드화의 사례로 볼 수 있다.
2012년 존 스칼지라는 SF작가는 도시와 가상화에 대한 프로젝트로 단편집 메타트로폴리스(2012)를 출간했다. 이 책은 기술이 지배하는 미래를 다루고 있는데, 이 중 '머나먼 실레니아에서'라는 단편에서는 현실 도시 위에 또 다른 가상도시 실레니아가 겹쳐 있는 상황과 위협을 다루고 있다. 실레니아는 현실을 기반으로 VR과 AR로만 볼 수 있는 메타 도시이며, 누가 어떤 모습인지 알 수 없는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가장 현실적인 미래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 속의 악당은 계획을 실행하기 전에 설명하지만, 현실의 악당은 이미 계획을 실행하고 설명한다. 저커버그는 2016년 제품을 확보하고, 기술 기업으로 발전할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
∞기호는 무한에 대한 수학적 개념이 생기기 전부터 끝이 없음을 표현하는 기호였다. VR이나 AR이 어떻게 변형되어 대중적으로 넓게 퍼질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한계를 넘기 위한 기업의 브랜딩으로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https://medium.com/designatmeta/designing-our-new-company-brand-meta-35c626290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