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를 만드는 데는 돈이 많이 든다.
나는 막연하게 그렇게만 알고 있다.
그런데 누군가 모양 하나를 그리고 3억이라고 하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커피를 살 때도 커피 원두와 물, 제조에 필요한 비용만 보고 돈을 내진 않는다.
파는 쪽도 원가로만 가격을 정하진 않는다. 회사의 구조와 철학, 제품의 품질 유지, 매장의 분위기, 서비스에 대한 신뢰 등이 가격에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복잡한 계산과 결정은 로고로 표현된다.
그래서 3억짜리 모양이라면, 모양 이상의 것도 들어 있어야 한다.
아마도 그건 어떤 의미일텐데, 의미는 쉽게 볼 수 없다.
처음 보는 로고를 보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는 알기 힘들다. 사람의 감정은 무언가를 보면 의미를 생각하고 감정의 변화를 일으킨다. 하지만 처음 보는 모양은 두렵다. 그래서 익숙한 것이 좋은데, 익숙한 것이 변할 때는 더 섬세한 변화의 이유, 의미가 필요하다.
의미는 디자이너가 만들어갈 스토리에 하나의 목적과 방향, 한계, 가능성을 부여한다.
3억 짜리 로고로 논란이 된 샤오미의 새로운 로고에서 하라 켄야는 'Live'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유튜브 영상인 '샤오미 x하라 켄야'에서 그는 Live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현대의 기술은 너무 복잡해서 살아있는 것 같고,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는 의도적으로 기술이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도 한다. 나는 솔직히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도 놀랍다. 여기에는 샤오미가 이제까지 만들어온 스마트폰 UI, 공기청정기, 키보드 등의 삶에 영향을 주는 간결한 제품들과 앞으로 만들 복잡한 기술 제품들이 방향성이 깔려 있다.
그리고 원과 사각형을 보여준다.
여기서부터는 나의 뇌피셜이다.
원과 사각형에 대해 말하자면, 통상적으로 살아있다고 하면 유동적인 것을 생각한다. 사오미의 로고는 사각형에서 시작했다. 그렇다면, 원으로 진행되어야 하지만, 원은 완벽이다. 살아있다고 표현하기 힘들고, 시각적인 변화가 너무 크다. 그리고 동적이지 않다. 원은 완결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원과 사각형 사이의 어떤 도형이 필요하다.
여기서 둥근 사각형이 나온다. 나 같은 디자이너는 둥근 사각형을 만들 때, 그래픽 프로그램의 Corner를 변경하는 기능을 쓴다. 이렇게 사용하면, 둥근 사각형을 쉽게 그릴 수 있다. 하지만 하라 켄야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 방법은 사각형 안에 4개의 원을 그리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원을 붙인 사각형이지 완결성 있는 형태가 아니다.
하라 켄야는 가로와 세로가 같은 정사각형을 그리고 각 모서리의 중심으로 반지름 r인 원을 그려서 모양을 만들지 않고, 하나의 수치로 그려지는 하나의 모양을 원했다. 그래서 스퀘어클(Squircle) 공식이 등장한다. 하라 켄야가 이 공식에 변수를 추가해서 특정한 곡선을 찾아냈지만, 이 공식을 하라 켄야가 만든 것은 아니다.
수학을 모르기 때문에 공식이 기존의 여러 가지 스퀘어클 공식과 뭐가 다른지는 모르지만(솔직히 superellipse라는 기존 공식도 모르겠다...), 일단 설명을 들어보면 n값을 조절했다고 한다.
디자인에서는 스퀘어클의 모양이 대단한 건 아니다. 스퀘어클은 카카오톡이나 삼성 스마트폰의 UI에서도 볼 수 있다. 공식으로 이 곡선이 어떻게 그려지는 잘 모르지만 디자이너는 익숙하게 사용하는 형태다. 스퀘어클 공식으로 그려진 형태는 원으로 만든 둥근 사각형과 다르다. 이 공식은 중심으로부터 직선 없이 완만한 곡선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둥근 사각형과 스퀘어클의 차이가 생기게 된다. 왼쪽의 이미지는 스퀘어클 공식으로 만들어진 곡선과 둥근 사각형의 차이를 나타내고 오른쪽은 원과 차이점을 보여준다. 그래픽 툴의 둥근 테두리 수치 값으로 px(사실, px이 아닌 %로 값을 찾아야 한다.) 입력한다고 해도 스퀘어클과 똑같이 만들 수는 없다.
로고의 기본적인 형태로부터 텍스트의 형태도 결정되었다.
그리고 이 로고는 동적인 애니메이션이 고려되어 있다. 이 로고는 제품과 함께 등장하며, 프레임 안으로 진입하는 위치 모션이 결정되어 있다.
이 위치의 선정도 좀 재미있는데, 제품 주변에 로고를 배치하고 로고가 프레임에 들어오는 방식과 모션이 정해져 있다.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일상에서 제품의 위치를 생각하게 한다. 샤오미의 제품이 삶의 방식을 바꾸는 형태로 작동하는게 아니라 삶과 함께 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라 켄야가 LIFEPLUS의 로고를 디자인할 때도 로고는 동적이었다. 샤오미의 새로운 로고의 모션에도 의미가 부여되어 있다. 대기 상태의 로고는 약간 숨쉬는 것처럼 부풀고 서서히 사그라든다. 예시에서는 사람과 살아있는 꽃 그리고 자연의 움직임을 비교하여 보여준다. 이 3가지 이미지는 꽤 괜찮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에서는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반영하는 소재가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사람의 움직임을 어린 아이의 '미소'로 표현한 부분은 경험 디자인에 있어서 의미하는 바가 크게 느껴졌다.
전반적으로 보면 세세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세부 사항보다, 실제로 디자인 되어 있는 것은 'LIVE'라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을 할 때, 의미는 제한을 주지만, 제한 속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낸다. UI 디자이너가 이 로고와 컨셉을 가지고 디자인을 한다면, 사람의 삶과 교차하면서 동조되는 부분에 더 신경을 쓸 것이고, 제품을 만든다면 간결하면서 삶에 도움이 되는 물건을 만들 것이다. 영상을 만든다면, 강압적이 아니라 제품과 사람의 시선 가장 자리에 메시지를 배치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것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여러 가지로 꽤 욕을 먹고 있는데, 왜 욕을 먹는지 생각해보면, 샤오미가 중국의 대표 브랜드인데, 일본인을 디자이너로 쓴 부분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인터뷰를 보면, 작업 한 시간보다 지켜보며 다듬은 시간이 1년이 넘는다고 하니까, 이 로고의 승패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보통 결과와 과정을 비교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과정과 동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 그래픽 툴이 굉장히 폭넓은 분야를 보완해주기 때문에, 그냥 보면 결과물은 1년 차나 10년 차나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빨리 만드는 게 돈을 벌긴 쉽지만, 큰돈을 벌려면 확장성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UI에서 확장성은 매우 중요하다. 확장해 가는 디자인은 중심 역시 필요하다.
나는 브랜드나 로고는 솔직히 잘 모른다. 하지만 최근 앱과 UI의 디자인은 여러 플랫폼 위에서 계속 변하기 때문에 변하는 않는 부분이 무척 중요하다. 그리고 나는 디자인의 의미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설명을 해도 크게 공감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의 생각을 좀 더 이해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둥근 사각형을 타이핑 몇 번으로 만들 수 있지만, 그게 왜 둥글어야 하는지 그 모양에 어떤 의미를 담을 것인지 생각하는 삶이 시계를 보며 일당을 계산하는 삶보다는 행복할 것 같다. 운이 좋다면, 누군가 내 생각에 공감해서 충분한 시간과 예산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누군가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다면 말이다.
스퀘어클에 대해 조금 더 보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보면, 뭔가 도움이 될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