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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주 Dec 05. 2022

도널드 노먼의 책 읽는 순서

출간 순서에 맞춰서 보기


책 읽기는
디자인에서 매우 중요하다.


디자이너로 취직해서 일을 시작하게 되면 어느 시점부터 갑자기 실력에 대한 생각이 바뀌게 된다. 처음에는 결과물을 질과 양, 디자인 툴을 쓰는 방법이 문제가 되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디자인이 뭔지 알아야 하는 순간이 생긴다. UI, UX, 인터렉션, 인클루시브 디자인처럼 쉽게 구분하기 어려운 용어도 많고, 디자인 자체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오기 때문이다.


브런치나 블로그 글을 보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블로그나 브런치의 글은 개인이 쓴다. 그리고 내용이 짧고 편집자도 없으며 검증되지도 않았다. 지금 보고 있는 이 브런치도 틀린 내용이나 부족한 내용이 있을 수 있다. 정보를 전달하거나 분석할 때, 분량은 매우 중요하다. 대개의 블로그는 분량이 짧아서 사실과 주장을 구분하기 어렵고 어떻게 그런 생각이나 사실을 떠올리거나 발견했는지 알기 어렵다.


지식을 배우려면, 많은 양의 텍스트가 필요하다. 한 사람을 알려면, 많은 대화가 필요한 것과 같다. 분량이 많은 글일수록 읽으면서 이해하기 쉽고, 오래 기억하고, 쓸모 있는 지식과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전달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글 안에 많은 배려와 설명을 짜임새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의 문제를 파악하고, 부족한 부분과 오류를 확인할 수도 있다.


21세기가 되었지만, 아직까지 완전한 형태의 지식을 얻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다. 책을 읽으려는 마음을 먹게 되면 누가 쓴 책을 봐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오래 활동하고,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면서 권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쓴 책을 보는 것이 좋다. 내가 가진 경험을 넘어서 긴 기간 동안 활동한 사람이라면, 분명히 나보다 뭔가 더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학문적인 권위 있는 사람이라면 더 좋다. 그리고 다양한 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더 가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디자이너가 도널드 노먼의 책을 읽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서점의 작가 소개에서 볼 수 있는 설명


디자인 관련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도 행동 유도성(어포던스, Affordance), Nielsen Norman Group(닐슨 노먼 그룹), User-centered design(UCD, 인간 중심 디자인)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도널드 노먼은 1993년 애플에서 처음으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이란 직책을 사용한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함정이 있다.



최근 북 스터디를 하면서 이상한 경험을 한 가지 했다. 2018년 번역되어 출간된 '도널드 노먼의 디자인 심리학'이란 책이다. 얼핏 보는 정보로는 UX, HCI, 인지 과학 분야를 다루는 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책 내용을 읽어보면, 적용된 사례가 너무 낯설어 보이면서 이상한 부분이 있다.


위키백과의 설명이 책 내용에 조금 더 가깝다.


그래서 원래 영문 제목으로 검색을 해보면, 위키백과에서 왼쪽의 설명을 볼 수 있다. 'Thing that make us smart'는 도널드 노먼의 1993년 쓴 책이다. 이 시기는 애플 컴퓨터에 있을 때이며, 도널드 노먼이 사용한 '사용자 경험'이 시작되던 시기였다. 그래서 IT 분야에 인지심리학을 적용하고 정보화하여 개선하는 사례가 소개되고, 기존의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는 텔레비전과 박물관 전시의 방법을 비판한 것이다.


책 제목이 달라지면 이해가 어렵게 된다.


얼핏 생각해도 책이 출간된 시기와 번역된 시기에 큰 차이가 있고, 제목도 원제와 다르게 번역되어 있다. 2022년에 이 책을 읽게 되면 1993년을 알아야 한다.


다 알고 있다면, 확실히 아재다.

1993년은 '모자이크'라는 웹브라우저가 나온다. 모자이크는 이후 '넷스케이프'가 되고, 넷스케이프는 '파이어폭스'가 된다. 대전 엑스포는 2015년 한빛탑을 제외하고 철거되었다. 쥬라기 공원은 쥬라기 공원 3부작이 나온 후, 다시 쥬라기 월드 3부작이 나왔다. 둠은 3편이 더 나온 후, 리부트 작이 출시되었다.



도널드 노먼의

책을 읽는 순서



절판된 책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도널드 노먼의 책은 7권이 나와있다. 그중 2016년 이후에 나온 책은 모두 도널드 노먼으로 시작한다. 번역된 책 제목을 보면, 굉장히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는데, 영문 위키를 보면, 이 책은 모두 Usability books로 구분된다.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맥락이다. 맥락을 찾기 위해서는 원래 순서를 살펴봐야 한다. 21세기부터는 2~3년마다 원서가 출간되었다.



2022년 시점에서 보면, 초기 책이 최근에 번역되고 있어서 순서가 바뀌어 있다. 예전에 번역된 책이 오히려 신간이 된다.


Living with Complexity는 3번 나왔다.


순서를 다시 맞춰보면, 출간 순서에 맞춰서 볼 수 있다. 책을 계속 본 사람이라면, 대략 원서 출간 후 2~3년에 출간된 책을 봤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책을 읽는 주니어 디자이너가 책 읽기를 시작해서 번역본이 출간된 순서대로 보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25년간 책을 쓰고 있어서 시대의 변화에 맞춰 내용이 바뀌는데 번역본의 순서가 출간 순서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꼭 원서가 출간된 순서대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책을 보면 디자인에 심리학이 적용되는 변화도 볼 수 있고, 일상에서 적용되는 전자제품과 디지털 UI, 인간 행동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원서가 출간된 순서로 목차를 보면, 시대의 변화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초기에는 인간 중심적인 디자인이 많이 강조되지만, 후기로 갈수록 기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인간과 기계의 소통을 좀 더 쉽게 만드는 방법, 거대해진 시스템을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 방법에 대한 내용으로 변화된다.


사례에서도 변화의 추세를 볼 수 있고, 책 내용에서도 도널드 노먼이 유명하게 만들었지만, 논란과 문제 제기가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 바로 잡는 부분도 볼 수 있다.



마무리


도널드 노먼의 책은 출간 당시에는 앞으로 변할 세상에 대한 통찰력이 담겨있고, 출간 이후에는 변화된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이 되어준다. 중요했던 것들과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돌아볼 수 있다. 오래전 책이라면, 출판사에서 안내하거나 사례에 대한 역주가 없었다는 점은 아쉽다.


도널드 노먼은 고령으로 인한 것인지 책은 2013년을 마지막으로 출간되고 있지 않지만, 닐슨 노먼 그룹(https://www.nngroup.com/)의 웹사이트를 참조하면, 헛갈리는 용어나 개념들을 확인해볼 수 있다.


북 스터디를 하다가 발견한 문제를 확인하면서, 요즘은 책으로도 뭔가 배우기 어려운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와 지식은 많지만, 정확하고 맥락 있는 정보를 찾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글 쓰는 디자이너를 찾기 어려운 만큼 책 읽는 디자이너도 찾기 힘들다. 특히 자기 직업과 관련된 책을 꾸준히 읽는 사람은 더욱 찾기 힘들다.


어렵게 책을 읽기로 결심하고 시도하는 분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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