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한 게임회사에서 배우는 UX
일반적인 물건, 그릇이나 책, TV나 전화기에는 업데이트의 개념이 희박하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제품의 질이 어느 정도 비슷해지고, 브랜딩이 시작되었다. 브랜딩은 더 확장된 소비, 지속적인 소비를 하게 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에는 다른 전략이 필요했다. 지금의 소프트웨어는 피드백을 쉽게 할 수 있고, 사용자의 흔적이 저장되고 분석된다. 인터넷 시대를 넘어 모바일 시대의 소프트웨어는 제품이면서 서비스가 되었고, 제작자와 사용자의 거리는 매우 가까워졌다. 그리고 동기화, 클라우드, 업데이트가 삶의 일부가 되었다.
TV나 전화기를 고치려면 사용자가 물건을 가지고 수리점에 가거나 수리 기사의 방문을 받아야 하지만, 데스크톱과 스마트폰을 제공되는 소프트웨어는 제작하여 사용자에게 전달하고, 사용자가 제품을 반복해서 사용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수정하거나 미리 예방하고, 개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UX 디자인이 익숙한 세상이 되었다. UX 디자인에는 많은 고민이 있다. 사람은 왜 상품을 구매하는가? 사람은 주변 환경과 피드백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하는가? 사람은 언제 즐거움과 편안함을 느끼는가?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고 사람들의 삶에 가까워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UX 디자인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도구를 고안했다. 퍼소나도 그런 도구 중 하나다. 퍼소나를 통해 서비스 내에서 사용자들이 어떤 목적을 갖고 어떤 역할을 할지 예상하고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참여하고, 어떤 사람들은 소비하고, 어떤 사람들은 공유한다. 서비스의 목적이 매우 단순하더라도,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이해하고 사용한다. 많은 사람의 니즈를 포용하려면, 많은 사람들이 모두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시나리오와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많은 연구와 테스트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서비스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경험이 시작되며, 경험은 사용자와 서비스 모두를 변화시킨다.
그리고 사용자의 규모가 클수록 서비스의 인상을 걷잡을 수 없이 변한다. 어떤 경우에는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사용자의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지기도 한다. 여러 사람들이 사용하는 서비스의 경험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유명한 게임 회사 블리자드의 사례를 들어보려고 한다. 오버워치는 전 세계에서 2천 500만명이 가입한 블리자드의 게임이며 5억8550만 달러(한화 약 7013억 원)의 매출(2016년, 슈퍼데이터 기준)을 기록했다. 오버워치에서 사용자들은 다양한 역할을 플레이한다. 그 역할은 사용자의 특성에 따라 구분되어 있다. 사용자는 자신이 조정하는 캐릭터의 특성을 몰라도, 선호도에 따라 특정 역할을 하는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다.
역할은 '돌격', '공격', '수비', '지원'으로 나뉘어 있고, 한 역할을 각기 다른 5~7가지 방식으로 수행하는 캐릭터가 준비되어 있다. 오버워치 이전의 유사한 슈팅 장르의 게임 시스템에서는 오버워치와 같이 역할과 캐릭터를 그룹으로 묶고 구분하는 사례가 적었고, 모든 사용자에게 동일한 방식의 플레이 방식과 목표를 제공했다. 하지만, 오버워치는 각 사용자의 개인적인 선호와 재능에 따른 목표를 추구할 수 있는 역할을 주었고, 사용자는 한 역할을 집중적으로 숙련하거나 여러 가지 역할을 즐기는 방식으로 게임을 플레이한다.
블리자드는 밸런싱을 통해 한 역할이나 캐릭터에게 너무 많은 사용자들이 몰리지 않게 지속적으로 조정한다. 그리고 한 가지 역할이 게임 전체를 지배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게임에서 절대적인 강자가 등장하면, 게임이 한 가지 방식으로만 플레이되고, 그 플레이 방식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용자는 게임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게임에만 생기는 일이 아니다. 게임이 아닌 커뮤니티 서비스에도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블리자드는 이번에 새로운 캐릭터를 투입하면서 게임의 플레이 방식을 조정하려고 한다.
블리자드의 게임 캐릭터 제프카플란은 사용자들이 '라인하르트'라는 '돌격(tank)' 역할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팀플레이를 진행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돌격' 역할에는 빠른 기동성과 공격력을 가지는 캐릭터가 있지만, 그중에서 '라인하르트'의 행동은 다른 사용자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라인하르트'는 느리지만, 다른 사용자에게 보호하는 캐릭터다. 가장 느린 캐릭터에 맞춰서 팀플레이의 속도와 방식 속 조정되었고, '라인하르트'가 제공하는 방어벽은 상대팀을 쉽게 이길 수 있는 장점을 제공했다.
많은 사용자가 '라인하르트'를 중심으로 플레이했기 때문에 제작진은 '라인하르트'를 'Anchor tank(돌격)'라고 새롭게 정의했다. 그리고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또 다른 'Anchor tank'를 만들었다. '라인하르트와 마찬가지고 느리고 방어벽을 제공하지만, 근접전을 주로 하는 '라인하르트'와 달리 원거리 공격을 제공하고 상대 팀의 특수 공격에 더 잘 저항한다. 또 남성적인 이미지의 '라인하르트'처럼 덩치가 큰 여성형 캐릭터로 디자인했고, 적절한 배경 이야기를 추가했다.
블리자드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플레이 방식을 데이터를 통해서 파악했고, 그 방식을 제거하지 않고 그 방식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다른 방식의 플레이를 제안했다. 그리고 새로운 방식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기존의 다른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응용하여 만들었다. 익숙한 요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캐릭터는 여성의 인격을 가진 덩치 큰 로봇이다. 그래서 새로운 캐릭터는 새롭지만, 낯설지 않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UX 디자이너에게 게임은 건축만큼이나 낯선 분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게임의 경우 누군가가 항상 이기게 되면 실패하게 된다.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인식이 없으면, 게임은 유지되지 않는다. 그래서 누군가 항상 이기는 방식을 제거하거는 것이 기존 게임 제작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었다. 블리자드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들은 사용자의 플레이 형식을 관찰했고, 새로운 캐릭터를 도입해서 전체 게임의 분위기를 바꾸려고 시도하고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게 된 것을 쉽게 바꿀 수는 없다. 사용자에게 기득권을 빼앗기는 힘들다. 서비스가 의도한 방식으로 이용되면 좋겠지만, 서비스 전체의 분위기가 특정한 경향으로 강화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한 징후가 포착되었을 때, 그 방식을 제거하거나 조정하게 되면 아마도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게 되고 전체적인 서비스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블리자드가 문제를 발견한 방식과 그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을 참고한다면, 좀 더 좋은 UX 디자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