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라는 단어를 빼고 이야기해보기
UX 디자인은 어렵다. 유명한 디자인 에이전시, 인기 있는 제품을 만드는 IT기업에서 말하는 UX는 모두 다르다. UX에 관련 책의 저자마다, 교수마다, 회사마다, 에이전시마다 약간씩 다른 정의를 사용한다. UX에 대한 정의는 여러 겹으로 되어 있는 크레이프 케이크와 같다. 크레이프 케이크는 사람마다 크레이프를 발음하는 것도 약간씩 다르고, 만드는 법도 먹는 법도 다르다. 크레이프 한 장을 이해하고 만드는 것은 쉽지만, 계속 쌓아서 케이크를 만드는 일은 어렵다. 한 장을 만들 때도, 케이크로 만들 때도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케이크가 맛있다고 하는 사람도 그 맛을 평가하는 방법이 서로 다르고 맛이 아예 없다는 사람도 많다.
UX는 스타트업이나 트렌드에 민감한 회사에서는 성공의 황금열쇠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UI 디자이너를 구할 때, 몇 자 더 붙여서 'UX / UI 디자이너 구함'이라고 한다. 풀 스택 프로그래머를 구하거나, 브랜딩이 가능한 디자이너, 마케팅에 능숙한 기획자를 구하면 더 명확하겠지만, 어찌 된 일인지 UX 디자이너도 아니고 UI 디자이너도 아닌 어떤 사람을 구하는 일은 어중간하고 애매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UX 디자인이 리서치부터 사용자의 경험 설계까지 기존에 있던 다른 직군이나 업종에서 하던 일을 다시 포장한 개념이라고 하기도 한다. 백경(1851년에 발간된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 Moby-Dick. 백경은 일본에서 번역된 제목이다.)을 읽어본 사람이 적은 것처럼, UX 디자인은 말하기는 쉽지만 구체적으로 설명하긴 어려운 용어다. UX 디자인의 범위가 넓고, 깊이가 깊기 때문에 단순하게 설명한 그림이 유행하기도 한다.
이 사진은 기존의 '디자인' 방식과 '사용자의 경험'의 괴리를 설명하는 이미지인데, 가끔씩은 왼쪽이 '사용자 경험 디자인'인 것처럼 설명하기도 한다. 사진처럼 사용자가 가는 데로 길을 만드는 것은 케이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얇은 크레이프 한 장만 만드는 것과 같다.
겉으로 볼 때는 튼튼해 보였던 돌다리가 실은 덜 마른 콘크리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성급하게 도입한 디자인이 프로젝트를 엉망으로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쉽게 일어난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을 미리 고려하여 제작한다면, 목적지까지 가장 빠른 길을 설계하겠지만, 실제 제품을 제작할 때는 '가장 빠른 길'과 '가장 좋은 경험을 주는 길'이 같지 않은 경우가 있다. 특히 리텐션이 중요한 제품이나 서비스에서는 큰 문제가 된다. 사용자의 요구와 사용자의 행동, 그리고 그 행동의 기반이 되는 욕구가 다르고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하거나 전혀 다른 것으로 변하기도 한다.
사용자는 달리는 차에 놓여 있는 음료수와 같다. 차 안의 사람들에게 그 음료수는 꼭 필요한 생명수나 마찬가지다. 그러고 음료수는 차의 흔들림과 도로의 사정에 따라 계속 흔들린다. UX 디자이너는 CEO가 아니다. 운전자 대신 핸들을 조작할 수도 없고, 컵 안에서 흔들리는 음료수를 통제할 수도 없다. 차는 길이 아닌 곳을 달리기도 한다. 그렇게 회사가 가파르게 성장하거나 급격하게 방향을 바꾸면, 컵 안의 음료수는 점점 더 많이 요동치다가 결국 넘치게 된다. 누구나 운전과 컵과 음료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지만, 흔들리는 컵을 가장 주의 깊게 보고 있어야 할 사람은 UX 디자이너다.
음료수가 넘치지 않게 하려면, 앞으로 가야 할 방향과 길, 환경, 그리고 현재의 상태에 따라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넓은 시야가 필요하고 그 정보를 적절하게 공유해야 한다. 때론 직접 행동해야 할 때도 있다. 성공적인 프로젝트나 성장하고 있는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설명할 때, 자연스럽게 UX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처럼 UX가 많은 사례에 적용할 수 있는 유연한 개념이지만, 읽어보지 않은 책에 대해서 쉽게 이야기하듯이 UX 디자인과 UX 디자이너에 대해 이야기하는 위험하다.
'UX가 좋다', 'UX는 이것이다', 'UX는 이래야 한다'라고 쉽게 이야기하기 전에 쉽게 말할 수 있는 'UX'라는 단어를 빼고 한 번 더 고민해보면 구체적인 문제를 발견하는데 도움이 되고, 더 빨리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