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선주 Mar 10. 2019

UX 디자인의 '경험'

경험이란 무엇일까?

경험이란 무엇일까?

사용자 경험 디자인은 '경험'을 잘 설명하지 않는다.


UX는 유명하고 검증된 여러 가지 지식에 UX의 레이블을 붙이고 그것의 총합이 UX인 것처럼 말한다.

거기에는 마케팅, 제품 제작, 인지 심리학, 브랜딩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사람의 어떤 행동을 설명하는 이론이 있으면 들고 온다. 의외로 산책로, 시리얼 그릇, 케첩 뚜껑 같은 비유와 은유를 쉽게 접하거나 UI 디자이너와 다른 점을 강하게 어필하는 그래픽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사람이 복잡한 것처럼 UX 디자인도 복잡하고, 시각 디자인, 인문학, 경영학, 심리학, 건축학과 일부분을 공유한다.


비슷한 경험을 웹디자인 개론서에서 많이 봤다. 책을 보면 웹사이트를 만들기 전에 약간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뭘 준비해야 하고, 뭘 해야 하는가? 메타포도 만들고, 스토리텔링도 하고, 사진도 준비하고. 그 과정이 지금의 UX 초기 설명과 너무 비슷하게 느껴진다. 좁고 얇고 짧다.


UX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구인 시장을 보면 UX 디자이너보다 UX 기획자, UI/UX 디자이너로 UX란 용어는 계속 살아남아 있고, 프로젝트나 비즈니스에서 살아있지만, 인하우스 'UX 디자이너'를 구한다는 구인은 보기 힘들다. 이 말은 보편적인 직업 분야로 존재하기 힘들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런 환경에서 이제 막 구인을 하려는 사람이 UX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해서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니,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에이전시는 아니지만... UX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어떤 환상적인 환경... 하지만 이 사람의 목표이기 때문에 뭔가 물어보려는 순간, '경험'이 뭔지 설명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며칠 동안 경험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UX에서 경험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경험은 기억일까?

아니면, 행동, 기분일까?


먼저 옛날 책들을 둘러봤다. 경험이란 것은 매우 모호했다. 내가 원하던 설명이 아니었다. 경험은 기억인가? 아니면 기억의 해석인가? 아니면 기분인가? 취향인가? 기분이라면 당장 하는 행동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고민이 풀리는 지점은 다시... 아주 오래전에 샀지만, 그다지 읽어보진 않은 책에 있었다.


이 책은 '기억의 비밀 - 정신부터 분자까지'이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25667340


이 책을 보면, 기억은 분산돼서 저장되고, 회상되며, 맥락에 의해 해석된다. 동시에 기억은 우리가 생각하는 추억 외에 어떤 행동을 처리하기 위한 단기 기억들이 있는데, 이 단기 기억들은 습관으로 표현된다. 키보드를 칠 때, 일일이 자판을 확인하지 않고 두드리는 것처럼, 용도에 따라 다르게 뇌에 기억되어 다음 행동을 할 때 사용된다. (자세히 썼는데... 워낙 길어져서 요약본은 좀 더 자세히 읽고 다른 글로 써야 하겠다...)


그래서 약간 비약해서 단순하게 말하면, 경험은 '행동을 유발하는 기억'과 '그 행동으로 벌어진 일에 대한 기억'이라고 볼 수 있다.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접근 전략을 결정하는 태생적인 배경(유전자), 성향, 신체적인 특징도 포함된다. 그리고 그 기억은 매번 약간씩 변한다. 힘들었다고 생각한 것이 돌이켜 보면 좋은 추억이라는 생각이 들 때처럼 말이다.


일상의 대화에서 '어떤 경험을 했니?'라고 물어보진 않는다. '어땠어?'라고 물어본다. 그 말에는 어떤 행동을 했고,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물어보는 함의가 있다. 모든 것을 구체적으로 답하지 않고, 실제와 다르게 말해도, 일상의 경험은 그걸로 끝난다.



사용자 경험이 실패할 때,

비용은 보이지만, 경험은 보이지 않는다.


UX에서 경험은 일상적인 대화의 경험, 인지신경과학을 겹쳐 보면 될 듯하다. 대화의 상대방처럼 사용자는 언제나 보인다. 그들은 가입하고 결제하고 탈퇴한다. 사용자가 체험했을 경험은 잘 보이지 않는다. 왜 가입하지 않을까? 왜 결제하지 않을까? 왜 탈퇴할까? 이것은 대부분의 회사에서 겪는 '문제'들일 것이다.


UX 디자이너는 질문에 따라 마케팅 담당자, 개발자 담당자, 서비스 담당자와 이야기해야 한다. 다른 직군의 도움 없이 UX 만의 방법으로 본다면, 약간 할 일이 많다.


앱스토어와 웹사이트에 대한 데이터와 콘텐츠를 확인하고, 가입 절차에서 구매 버튼으로 가는 플로우를 점검한 후 각 단계별 사용자 데이터를 봐야 한다. 그리고 탈퇴를 한 회원 중에서 최근 구매 내역이 있는 고객이 얼마나 있는지, 그들의 장바구니에 제품이 얼마나 담겼었는지와 주로 사용한 플랫폼에 대해 확인해 봐야 한다. 탈퇴한 사람은 인터뷰 할 수 없으니, 기존 고객의 항의 메일이나, 문의 내역을 읽어봐야 한다. 작은 회사라면, 사실상 거의 모든 것을 들여다보게 된다. 물론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는 없다.


UX의 사용자 경험은 맥락이 있고, 일상의 흐름과 이어지고, 소리, 패키지, 디지털 이미지, 소프트웨어로 전달된다. 상황과 환경, 입장, 문화적/교육적 배경, 평소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또 실제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모든 사용자의 머릿속을 일일이 뜯어서 볼 수 없기 때문에(최근에는 fMRI로 그냥 뇌를 촬영한다고 한다.), '통계'와 '마케팅'의 기술도 일부 사용된다. 통계를 내기 위해서 필요한 데이터를 질의하기 위해 약간의 SQL을 알 수도 있고, 처리를 위해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며, 복잡하고 모호하고 측정하기 힘들다. 그리고 시간이 든다.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UX의 '경험'은 자연스럽게 비용과 이어진다. 


UX의 비용이 높다는 것은 실제로 돈이 많이 들어간다도 있지만, '시간'도 많이 들어간다. 그리고 결과가 나와도 커뮤니케이션의 '비용'이 높아진다. 커뮤니케이션의 비용은 다른 부서의 사람들을 이해시키고, 그들의 노력을 이끌어내는데 시간과 인건비, 기회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의사결정을 할 때, UX 디자이너가 있거나 없거나 결과가 큰 차이나 나지 않고, 비용이 많이 든다면, UX 디자이너를 피할 수밖에 없다.


UX 디자이너가 옳은 분석을 해서 적합한 방향을 제시했을 때도 비용이 높다. UX 디자이너도 사람이라서 자신의 호불호와 능력의 한계를 넘지 못하면, 데이터를 내가 생각하는 쪽으로 해석하기 쉽다. 틀리는 것보다 불행한 일은 너무 늦게 결론을 내는 것이다. 린이나 에자일이 괜히 등장한 것이 아니다. UX 디자이너가 아니라도 시간은 가장 귀중한 자원이다.



UX의 경험은 변화한다.

지금의 UX는 변화의 속도를 디자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해외 UX 리서치 글을 보면, 사용자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사용자와 제품의 관계를 조사하고 데이터를 추출해서 분석한다. UX 디자인의 X에 숨어 있는 단어가 꽤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이 X에 대한 접근 방법이 성공과 실패를 나눈다고 판단된다.


쓸모 있는 조사와 분석은 검증할 수 있다. 마케팅은 매출로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를 좋아하지만, UX 리서치의 글은 UI 컴포넌트의 사용이나 문구의 변경에 사용할 수 있고, 매출보다는 Task의 성공률을 올릴 수 있다. 그리고 어떤 비즈니스는 Task의 성공이 매출보다 중요하다.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우리의 제품을 사용할 때와 다른 제품을 사용할 때는 다른 태도로 접근한다. 그래서 경험하는 것도 다르다. 그렇다면, 우리 제품을 사용할 때 어떻게 쓰는지를 계속 봐야 하고, 회사가 목표로 하고 있는 시장에서 사용자의 비율과 지출 규모를 생각해서 더 유용한 방식으로 제품의 방향을 설계해야 한다.


사용자는 스스로 변하고, 시장에서 다른 제품의 등장과 실패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용자의 행동은 변화무쌍하다. 우리 회사의 전략에 의해 변하기도 하지만 다른 회사의 전략에도 영향을 받는다.


내가 지금 생각하는 경험이란 그냥 '데이터'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찰로 알아낸 사용자의 성향이고, 추상적으로 말하면, '흐름'에 가깝다. 물론 이 흐름이 사용자가 힘들어한다거나 기분을 좋게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 그런 것은 회사에서 통하는 언어가 아니다.


회사의 언어는 '비용'이다. 당장 100의 비용이 들어도, 장기적으로 120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면, 해볼만 하다. 사용자의 변화를 추적하는 것은 자산을 만드는 일이다.


사용자는 매번 다른 선택을 하거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선택을 한다. 그리고 사용하는 주기도 계속 변한다. 어떻게 변해가는지가 중요하고 변화는 데이터로 보여줄 수 있다. 데이터의 변화에서 매출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면, 제품이 사용자를 잃거나 얻을 수 있는지 안다면, UX에 들어가는 비용은 낭비가 아니게 된다.


'흘러간 강물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은 변한다. 그리고 요즘은 변화의 속도도 빠르다. UI 컴포넌트는 계속 바뀌고 있고, 제품의 트렌드도 바뀌고 사람들의 생각도 바뀐다. 지불 방식도 계속 바뀌고, 사람들의 계좌 수치도 계속 바뀐다.


흘러간 강물이 다시 오지 않아도, 강물에 물이 흐르는 한, 계속해서 강물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삶이다. 우리의 우주에는 멈춰져 있는 것이 별로 없다. 하늘의 별도 지구도 사람도 계속 움직인다. 매번 강물에 들어가야 한다면, 누군가는 넓은 시각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오늘은 물이 많은지, 차가운지, 깨끗한지 알려줘야 한다. 물이 많으면 안전장치를 보강하고, 물이 차면 고무 옷을 입고, 물이 더러우면 병에 걸리지 않게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브랜드나 시각적인 변화를 계속 추구해야 성장하는 회사가 있고, 더 가치 있는 상품이나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제시해야 성장하는 회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경험해봐야 경험이 의미 있다.

UX 디자이너가 되고 싶을 때는...


UI 디자이너로 프로그래머와 이야기하다가 보면, 막연한 부분이 생긴다. 그럴 때는 둘 다 기획자처럼 대안을 낸다. UI 디자이너 입장으로 보면, 다른 프로토타입이지만, 이걸 실제로 사용자가 썼을 때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선택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용자가 우리 제품으로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다른 제품과 저울질해볼 때, 어떤 전략적인 선택이 궁금해진다.


이럴 때는 근거가 있는 의견이 필요하다. 특히 UX에 집중한 사람의 의견이 필요하다. 나는 많은 대화가 적합한 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나은 UI를 위해서는 당연한 것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고 절실하다. 이런 고민이 없었다면, UX에 대한 니즈도 없었을 것이다.


읽지 않고 소설가가 되는 사람도 있지만, 쓰지 않고 소설가가 되는 경우는 없다. 보통 소설가가 되는 안정적인 과정은 독자에서 소설가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UX나 관련 전문회사로 입사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인하우스 UX 디자이너가 되려면 제품이나 서비스의 제작과정,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가 꼭 필요하다. 초기 기업이나 스타트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능력에 여유가 된다면, 무조건 체계적인 디자이너 조직이 있는 회사에 들어가야 한다.(기술 블로그나 브런치를 보고 자기가 한 일이 자기 자랑보다 적은 곳을 고르면 된다.) UX라는 용어가 다른 직종에 흡수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관련 전문 에이전시 취업이 아니라, 무작정 UX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선택은 매우 위험하다. 


실제 개발이 아니더라도 UX 디자이너와 유사하지만, 약간 다른 분야들이 있다. 기획, 서비스 기획 혹은 디자이너, 제품 디자이너 같은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서 전반적인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와 관점을 가진 후에, UX 디자인에 가까운 커리어를 만들고 원하는 포지션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선택과 통제, UX의 딜레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