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PLITHUS 인터뷰/Blukulélé
인디 게임 시장에서는 익숙한 장르의 규칙을 비틀어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내는 작품들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프랑스의 인디 게임 개발자 블루쿨렐레(Blukulélé)가 개발 중인 <Gambonanza> 역시 그런 작품 중 하나다. 체스라는 누구나 알고 있는 고전적인 전략 게임 위에 로그라이크 구조와 다양한 상호작용을 더해, 익숙하면서도 예상치 못한 전략 경험을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블루쿨렐레는 약 1년 전부터 <Gambonanza>를 개발해 왔으며 장난스럽고 실험적인 시스템을 좋아하는 개발자로, 이 작품을 단순히 체스를 변형한 게임이 아니라 체스가 가진 우아함과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더 직관적이고 즉각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재해석한 게임이라고 전했다.
<Gambonanza>를 한 문장으로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개발자는 “내가 늘 플레이하고 싶었던 체스 게임이다”라고 답했다. 그에게 <Gambonanza>는 체스의 깊이와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더 빠르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이다. 전통적인 체스가 긴 전략적 계획과 계산을 요구한다면, <Gambonanza>는 로그라이크 구조를 통해 다양한 변수와 조합을 만들어내며 매 플레이마다 새로운 전략을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게임 아이디어의 출발점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퀸스 갬빗’이었다. 그러나 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카드 게임 <Balatro>였다. 단순한 규칙이 서로 결합하며 예상치 못한 깊이를 만들어내는 시스템 설계를 보며 새로운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또 다른 영향은 자동 체스 개념을 실험하던 개발자 Kindanice였다. 체스 말을 서로 합치는 아이디어를 보며 기존 체스의 엄격한 규칙을 더 유연하게 바꿔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여기에 하이퍼 캐주얼 모바일 게임 개발 경험도 영향을 미치며 복잡한 시스템을 직관적으로 보이게 만들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접근 방식이 게임 디자인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처음 <Gambonanza>는 작은 체스 퍼즐 게임에 가까웠다. 작은 체스판 위에서 전투를 이기고 새로운 말을 선택하며 다음 전투로 이어지는 간단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테스트 과정에서 플레이어들이 자연스럽게 퀸만 모으려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체스에서 퀸이 가장 강력한 말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게임의 밸런스 문제를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했다. 개발자는 퀸을 약화시키는 대신 다른 질문을 던졌다. “모든 체스말이 각자 흥미로운 역할을 가질 수는 없을까? 폰, 나이트, 비숍 각각이 특별한 전략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이 질문이 바로 게임의 핵심 시스템인 ‘Gambit’으로 이어졌다.
<Gambonanza>의 핵심은 서로 다른 시스템이 충돌하며 예상치 못한 전략을 만들어내는 데 있다. Gambit은 체스말의 능력을 바꾸고, 특정 타일은 이동 규칙을 변화시킨다. 이 요소들이 결합되면 익숙한 체스말도 완전히 다른 전략의 중심이 될 수 있다. 개발자는 플레이어가 “이건 원래 안 될 것 같은데 왜 되지?”라고 느끼는 순간이 바로 게임이 가장 재미있는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Gambonanza>에서는 정해진 전략 없이 플레이어는 혼란 속에서 자신만의 전략을 만들어간다. 평범한 폰이 강력한 전략의 중심이 되기도 하고, 비숍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게임을 지배하기도 한다. 각 플레이는 작은 실험처럼 진행되어 어떤 시도는 실패하고, 어떤 시도는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며 플레이어에게 강한 만족감을 준다.
블루쿨렐레는 자신을 완전한 의미의 솔로 개발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Gambonanza>를 전업으로 개발하는 사람은 블루쿨렐레 혼자지만, 게임은 다양한 사람들의 도움 속에서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운드와 음악 작업에는 외부 창작자들이 참여했고, 게임의 개발과 출시 준비 과정에서도 여러 협력 파트너들이 함께하고 있으며 플레이어 커뮤니티 역시 게임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인터뷰 후 “게임의 시스템에 영향을 준 개발자와 개발을 지원해 준 협력 파트너들이 기사에서 충분히 언급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고 덧붙이며 특히 자동 체스 실험으로 영감을 준 개발자와 프로젝트를 지원해 준 여러 협력자들이 <Gambonanza>가 현재의 형태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Gambonanza>의 개발 과정은 커뮤니티와 함께 진행되고 있다. 플레이테스트와 데모를 통해 1만 명이 넘는 디스코드 커뮤니티가 형성됐고, 이 커뮤니티는 게임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새로운 버전이 공개되면 플레이어들이 직접 플레이하며 버그를 제보하고 밸런스에 대한 의견을 공유한다. 개발자는 이를 바탕으로 게임을 수정하고 다시 새로운 버전을 공개하는 이러한 반복적인 과정 속에서 게임은 커뮤니티와 함께 발전하고 있다.
<Gambonanza>는 Steam Next Fest 기간 동안 많은 플레이어의 관심을 받았다. 수천 개의 데모 중에서도 높은 플레이 수를 기록하며 예상보다 큰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개발자에게 가장 인상적인 것은 플레이 수가 아니라 플레이어들의 반응이었다. 플레이어들이 전략을 토론하고 새로운 조합을 발견하며 서로 팁을 공유하는 모습이 특히 흥미롭게 느껴졌다고 한다. 어릴 적 포켓몬 공략 잡지를 읽으며 다른 플레이어들의 전략을 배우던 기억이 있었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Gambonanza>를 두고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점이 매우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개발자는 <Gambonanza>가 앞으로 한국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의 플레이어들에게도 도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게임 문화가 매우 활발하고 전략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플레이어들이 많다고 느끼고 있으며, 이런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와 존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글로벌 출시를 목표로 게임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향후 이벤트나 협업 등을 통해 한국 플레이어들과도 만날 기회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블루쿨렐레는 <Gambonanza>가 거대한 작품이 되기를 바라기보다 플레이어에게 놀라움과 발견의 즐거움을 준 게임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누군가 게임을 플레이하다 예상치 못한 조합을 발견하고 친구에게 “이것 좀 봐”라고 말하는 순간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이라는 것이라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덧붙였다. “만약 이 혼란스러운 체스 게임에서 누군가 최고의 비숍 전략이 무엇인지를 두고 진지하게 토론을 벌이게 된다면, 그걸로 저는 이미 큰 승리를 거둔 셈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