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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정한 Dec 10. 2015

지금 이 순간

PAPER BOX_34

Japan_ Gobe Starbucks

한 방을 가득 매운 액자들

따스한 햇살이 그들을 감싸는 기운

"오늘만 한 날이 다시  찾아온다면"

BGM_스토커-10cm


지금 이 순간

                                                                 J PARK

날씨가 참 좋았어요.

그대가 나에게 의미가 생긴 순간은

새들의 입맞춤. 부리들의 기분 좋은 접촉이었죠.

초롱초롱하게 뜬 눈동자

그 속에 비친 당신의 세상은

아무리 눈동자가 까매도 짙고 깊어도

세상 하나 만큼은 컬러사진으로 만드는

사랑스러운 렌즈였어요.


수줍어하던 당신의 미소

한 움큼 쥐어가고 싶게

새하얀 당신의 손으로 나의 세상에 물감을 칠해주는

그 마음이 내겐

조금은 과분한 아름다움이었지요.

간직하고 싶어 자꾸만 욕심이 나는

나에게 당신은 그런 존재였어요.


가을 낙엽이 지고 갈색 빛 풍성한 원(原) 형의 나무들이

지금 이 거리를 지탱하는  것처럼

벚꽃 분홍빛 지고 녹읍이 만개한 성숙의 목(木) 목(木)이

우리. 처음, 그리고 나 당신을 만난

그 순간이었죠.


그런 순간이죠.

당신이 그리워지는 순간

모든 풍경이 빛을 잃고 아스팔트 하나, 위 흑백의 자동차들

신호등 불빛만 깜빡거리는

오늘, 말이에요.


날씨가 참 좋았어요. 오늘

그대 나 떠난 순간은

별들의 부서짐 흩어지는 안개 같은 상상이었죠.


일본 고베의 기온 시조 역 10분 거리

서양풍의 건물들이 많은 거리 입구에는

100년도 더 된 서양인의 집을 개조해

스타벅스를 만든 곳이 있습니다.


따스한 햇살이 언덕 너머부터 비치는  그곳은

날씨가 추워지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더군요.

한국말을 참 잘하는 종업원의

"안녕하세요! 혹시 한국분이세요?"라는 질문에

참으로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


잠시 앉아 건물 내부를 두리번거렸습니다.

내부마저 따뜻한 인테리어들로 가득한 이 공간이

꼬장꼬장한 마음을 들쑤시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또 하나의 글을 씁니다.


처음, 사랑이란 것을 느꼈던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을 거예요.

참, 바람의 향기도 느껴지고

바라보기만 해도 오감이 곤두세워지는 그런 순간들 말이죠.


그리고

단 하나의 순간이 선명하게 기억나는

그런 사랑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잠깐 만났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을 수도,

그렇게 행동하지만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운 사랑도,

상처만 남겨주고 떠난 사람도,

지금은 배우자가 되어 있는 그도,

기억나는 주체와

기억하는 사람을

어떤 공감으로 잇는 생각들, 그 나열된 각각의 선에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잠깐의 감정이 느껴지곤 하죠.


숨기지 못하는 감정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참, 자신의 고민에 휩싸여 다른 이의 고민이 아무렇지 않게 느껴지는

힘듦에 지쳐있어 감정조차 드러내기 힘든,

또는 그 감정을 드러내기엔 나의 옆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소중해서

오히려 그 마음이 부담으로 다가갈까 봐 망설이게 되기도 하죠.


그리고, 털어놓는다 해도

들어주는 상대방이 공감해주지 못한다면,

그 감정은 조금 더 복잡해져 돌아오기도 합니다.

그 많은 시간들을 같이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때론 자신의 감정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상대방에게

괜히 언짢은 감정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사랑"이 "부담"이 되는 순간

본인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지 못하고,

상대방이 그 감정을 눈치로나마 알아차렸을 때 오는 감정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마음속에 자꾸만 담아두게 되는 감정.

어떤 감정이든

서로에게 무거운 감정으로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때론 그 감정이 이별을 낳고

솔직한 친구를 옆에 두지 못하게끔 만들기도 하죠.

기다림의 순간으로 초대하기도 하고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로 거리를 걷게 하기도 합니다.


나의 말에 귀 기울여줄 단 하나의 사람.

지금도 옆에 같이 있기를 원하는

가끔 후회하는 순간으로 기억되는

그런 사람들에게 마음 달래는 잠깐의 시간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같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쯤은

"밥 먹고 영화 보고 카페 가고"를 벗어나

시간을 좀 내서 예쁜 거리를 걸으며

"오늘은 무슨 일 없었어?"

라고 물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기도 해요.


마음에 담아둔 감정이 늘어갈수록

나를 사랑하는 마음 또한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마음에 재워둔 말들이 많아질수록

다른 이에게 다가가 털어놓기 힘들어집니다.

사소한 안부로, 당신의 마음을

살포시 전해 보는 건 어떨까요.


PS : 사랑을 전했던 마음과 같은 느낌이에요. 날씨가 좋은 순간이 당신을 또 기다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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