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BOX_33
조용하게 울린다.
밤하늘을 빛내는 별같이
발레리나의 동작 하나하나
빛을 내며 자리를 지킨다.
BGM_Photograph-Ed Sheeran
J PARK
아이야.
도시의 매연 속에서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저 밤하늘의 별들을 보렴.
정리되지 않은 깜깜한 검은색
그 밤을 오늘도 따뜻하게 빛내며
다른 이들이 꿈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에
조용하고 천천히, 밤하늘을 정돈하고 있는
저 작은 거인의 기막힌 몸부림을 보렴.
하루는
어린 왕자가 그 별에 들렀단다.
지구의 밤을 저렇게나 아름답게 만드는
그 특별한 별엔 누가 살고 있을까 하고 말이야.
참. 소박한 아저씨였지
매일 밤 누군가의 항해에
환한 빛을 비춰주기 위해
우주. 그 광활한 침묵을
사랑으로 조금씩 깨어주고 있었단다.
아이야
너의 마음에도 이미 별이 있지 않니
그 별의 수호자, 수염 많고 배 나온 아저씨가
하루하루 불을 켰다 끄는 것처럼
너도 항상을, 열심히 노력해오지 않았니
너의, 하루를 준비하는 모습과
매일같이 참으로 공들인 그 노력으로
정성껏 너만의 길을 준비해오지 않았니
다른 이는 어떻게 볼지 몰라도
난 그, 너의 땀과 노력을 알고 있단다.
이미 세상에 너의 사랑이
전해지기 시작했으니까 말이야.
그러니 너는
너무 의기소침해 있지 않아도 된단다.
아이야, 넌 그러기에
너무나도 소중하고 특별한 존재야.
니가 만든 빛들에 이미
세상의 또 다른 사랑이 움직이고 있거든.
난 그런 너에게
어린 왕자의 마음이 가득 담긴
장미 한 송이를 심을 거야.
그 장미가 자리 잡고
잘 자랄 수 있도록 너는
물을 주고
거름을 주고
너의 그 빛도 한껏 비춰주었으면 좋겠구나.
꼭 알고 있으렴 아이야
넌 지구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란다.
그 무엇보다 세상을
지금도 밝게 비추고 있는
사랑스러운 별이란다.
수능을 마친 고3들에게 오늘은 이 시를 드립니다.
물론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도
당연히 이 시가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고3 라이프를 끝냈을 때에
전 수능을 망쳤다는 이기지 못할 강박과
대학의 문턱에서 고민해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서
친구 그 누구도 만나지 않으려 했었습니다.
그래도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남은 고3 기간을 알바로만 채웠었어요.
만나자는 친구들도
알바라는 핑계로 뿌리치며
수능을 못 쳤다는 이유, 단 하나 만으로
친구들 앞에 서기를 꺼려했습니다.
남들과 똑같지 않은 삶을 살 것이라는 저의 다짐이
참으로 이상적이었다는 것에 대한 자책감과 함께요.
누구보다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고
세상, 제 말에 주관을 가지고 살아갔던 저인데
20대를 시작하는 시작점의 스타트라인을
잘못 찍었다는 생각만 하고 지냈습니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그간 지켜왔던 저의 신념을
단 한순간에 이렇게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고3 라이프를 끝내고 있는 청소년 친구들.
저와 같은 자책감은 부디 안 가졌으면 합니다.
지나 보니 알겠더라고요.
그간 제가 들인 노력이
"대학"이라는 가치에 부서지는 것이 아니라
"20대"를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어 줌을,
노력은 한 순간에 부서지는
가볍고 약한 유리조각이 아니었음을.
그래서 저는 여러분들께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노력으로 각자의 별을
거름 지고 풍성하게 만들었다면
이제는 그 별에 장미꽃을 가꿀 시기라고.
마음속에 이미 싹을 틔운 장미꽃이 시들지 않게
여러분들의 빛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우라고요.
여러분의 노력은 전혀 시시한 것이 아닙니다.
가져왔던 그 노력들이 이제 진정한 꽃으로 거듭날 때에요.
지켜왔던 그 별에 여러분들만의 물을 주고
꼭, 그 장미 한 송이가
다른 이가 비를 피할 수 있는 플라타너스 나무처럼,
그 무엇보다 튼튼한 바오밥나무처럼
그렇게 사용되길 바랍니다.
그 무엇보다 여러분들의 노력은
벌써부터 밤하늘을 가장 환하게 밝히는
사랑스러운 별이 되었으니까요.
PS : 혹시 모르잖아요? 어린 왕자가 다시 찾아와선. 그 장미꽃 한 송이를 나한테 선물해 줄 수는 없냐고.
너무 아름다워서, 세상 그 무엇보다 지금은 그걸 선물로 받아 평생을 간직하고 싶다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