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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정한 Nov 09. 2015

내 면의 아름다움

PAPER BOX_32

붉은 이끌림

벽 어딘가에도

물건이 한 곳. 오래 자리를 잡으면

소멸해도 그림자를 남긴다.

자리를 만든다.

BGM_Amapola(Guitar Ver.)-The Soundtrack Kings


내면의 아름다움

                                                           J PARK

다양성의 가치로 이 세상을 평가하기엔

다양성이 부족한 만큼 티끌로 가득 차 있다.


아침을 구성하는 티끌들이 모여

오늘 하루의 나를 만든다.

어제의 내 모습이

가장 어색할 만큼 그 입자들은 고와서

나를 구성하는 외면의 향기를

분리하고

새로움으로 혹은 다른 이의 삶에 개입된

수천억의 모습들을 햇살 한 줄기로

심장 뛰는 인간의 몸에 주입한다.


정열의 뜨겁고 열띤 피를  수혈받은 자.

단단히 결속된 하루 동안의 먼지인간은

그렇게 다를 바 없는 기성 맞춤 옷을 입고

세상으로 향한 문을

두드림 없이 나선다.


이 세상은 언제 나가도

향수 가지각색 빛을 내는 복잡하고

아름다운 조각상이다

나의 오늘 먼지를 다른 햇살 비치는 곳으로

조금 그리고 멋쩍게 털어내며

내가 사랑할 수 있을 사람을 보고

그에게 내 오늘을 쿵쾅거리며,

심장 그 순수할 것 같은 생동감을

흔적 하나 하나로

그가 잃고 있는 티끌 사이에 끼워 넣는다.


그대의 흔적이 묻었다.

나의 것은 영혼 하나 오롯이 서 있고

하루 것으로 채워진 나의 모습을 소진하고 돌아왔다.

내가 당신을. 벌거벗은 감동으로 받을 수 있는

유일하고 가장

고귀한 시간이다.

나의 화려함을 불태우고

사랑. 그 하나를 독대 할 수 있는

하이얀

온전한 나다.


적응할 듯 숨을 고르게 될 때엔

먼지 한 움큼

나의 몸에 민들레 씨앗이 되어있고

집으로, 나의 세상, 작은 신기한 화덕 놓인 반움집

돌아가면

다른 먼지들이 산화될 그곳으로

순수한 육체를 송달한다.


한껏 발휘한 한낱 조각들.

내일 아침이면 또오

어디선가 날아온 세립자들이

오늘의 나를 증명했던 수퍼센트,

품앗이하며 자리 바꾸며 융합하며

구분선 없는 내외 독립의 경계

그 것을 이루어 간다.


내면을 의지하다.

그것이 내 면(面)이다.

외면에 붙어있는 티끌이

내면을 대입한다.

외면의 외부에 내면이 심겨져 있고

내면의 꺼풀 꺼풀이 나의 외면으로,

결국 티끌.

먼지 한 올 차이다.

알듯 모를 듯 1톤짜리

바뀔 듯 말듯 바뀌는 산소다.


외면이나 내면이나

너나 나나

아름다움의 향기가 감쌀 수 있는 세상은

여전히 향수로 가득 차 있는

아름다울 조각상이다.


오늘도 "시보다 많고 말 많은 코멘트"를 달기 전에

커버 색을 보라색으로 잡은 이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보통 제가 커버색을 선택할 때엔

시에 들어가는 사진과 비슷한 계열의 색을 택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은 반대되는 색으로 택했습니다.

"외면과 내면"

이것을 언급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외면과 내면은

그다지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즉,

외면과 내면은 티끌 한 올 차이밖에 없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일어나는 순간

이 세상을 구성하는 작은 입자들의 구성에 변화가 생깁니다.

잠잘 동안 움직임 없이,

생각 없이 멈춰 있던 육체가

하루의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생동(生動)을 할 때에,

입자들은 그들의 외면에

하루 동안 붙어있을 "표식"을 주입하죠.

그 이를 상징하는 "성격"같은 것을요.


그리고 그 티끌들은

어제 그에게 붙어 있었던 것들과

다른 이를 만나면서 나누었던 것들과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묻어나온 것

그것들과 함께 변태(變態)를 시작합니다.

서로 부딪히면서

어제 것을 소멸시키기도 하고, 융합하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기도 하지요.

그것으로 준비를 마친 인간은

외면에 묻어있는 먼지

(어쩌면 외면에 내면이 붙은 것이겠죠.)

를 들고 밖을 나섭니다.


사람들은 외면이

"외부에 나타난 형태"

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외면은 절대 외적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외면이 내면에 숨겨져 있죠.

사람을 대할 때 무의식적으로

본인의 성격으로 대할  수밖에 없고,

본인의 내면으로 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외면은 그 성격들에

묻어나는 것이지요.


세상은 향수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다른 이의 티끌들이 풍기는 아름다운 향기

먼지보다 더욱 감각적으로 빨리 깨달을 수 있는 향기 말이에요.

그래서 인간을 아름다운 조각상으로 보이게 하고,

그를 둘러싼 티끌을 짐작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그.

자신의 내면을 소진하고

하루의 다른 것들로 그 소진된 먼지의 자리를 메우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저는 이 때가 가장 자신의 모습으로

타인을 생각할 수 있는 순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내면이 벗겨질 즈음,

다른 내면이 나의 내면을 감싸고

숨겨져 있는 외면이 그 내면을 흡수하는 감동적인 시간이니까요.


그리고 그것이

외면이 내면을 흡수하는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굳이 외면과 내면을 구분하기 보다는

경계선의 구분이 없는

외면과 내면은 어쩌면 하나의 "내 모습(내 면(面))"이니까요.


겉으로 드러나 있는 외면이라고

다 같은 외면이 아닙니다.

내면으로 둘러싸여져 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사랑하는 것들과

사랑을 하며

내면을 흡수하는 것이겠죠.

외면을 내면으로 채우면서요.


다양한 티끌들이

다양한 사람이 되어

다양하게 사랑합니다.


PS : 시를 다 읽고, 맨 마지막 연을 다시 읽어보세요. 그리고 맨 첫 연만 다시 읽어 주시구요.

또 느낌이 다르지 않을까요?(순전히 작가 생각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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