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쓰기
나는 토요일마다 카페에 간다. 주중과는 다른 하루를 보낸다. 아침 열시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간단히 밥을 먹고 밖을 나선다. 아무거나 주워입고 나가는 평일 아침과는 다르게 무엇을 입을지 고민한다. 신중하게 고른 옷을 입고 주차장을 통해 밖으로 나간다. 대개 이곳에서 두리번거린다. 90의 확률로 집 근처에 사는 고양이들을 보지 못하고, 10의 확률로 그들과 마주친다. 우리는 먼 거리에서 정중하게 서로를 바라본다.
아래로 이어진 내리막길을 따라 어쩔 수 없이 조금 빨라진 걸음으로 걷는다. 계단에 걸터 앉아있는 아저씨도 보고 녹슨 대문도 보고 가을에 감이 열려있던 나무를 지나친다. 유독 햇빛이 쨍하게 내리쬐는 놀이터를 지날 때면 아이들 웃음소리가 에어팟을 뚫고 들어온다. 나는 그 웃음소리가 좋다. 카페에 가기까지는 아직 10분이 더 남았다. 이제는 오르막길을 걷는다.
카페 옆에는 카센타가 있다. 나는 한번도 그곳에서 차를 정비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곳에는 반팔 카라티를 입은 아저씨들이 항상 모여있다. 그리고 가게 앞의 작은 평상에서 장기를 둔다. 매일 두는 것인지, 토요일에만 두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언제나 토요일마다 그 모습을 본다. 겨울에는 가게 차양 아래서, 여름에는 그늘이 있는 아래서 작은 책상을 펴두고 장기를 둔다. 근처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남자애가 진지하게 경기를 구경하기도 하고 지나가던 아줌마가 슬쩍 보고 가기도 한다. 나는 장기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지만 그 앞을 지날 때마다 항상 장기판을 유심히 보고간다. 한때 장기를 평정했던 전설의 고등학생 같은 아우라를 풍기며. 토요일에만 할 수 있는 표정을 짓는다.
그래서 나는 토요일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