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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사랑한미술관 Sep 14. 2020

나만의 '검은자리 꾀꼬리'를 찾아서

강서경 작가 <사각 생각 삼각> @서울시립 북서울 미술관

 


2016년 광주 비엔날레에서 처음 강서경 작가의 작업을 보았다. 따뜻한 색감과 차분한 형태를 가진 조형물이 인상적이었다. 그의 작업을 보고 있는 동안 마음이 고요하고 평온해졌다. 거리가 멀어 가보지 못했던 북서울미술관까지 가게 된 것은 순전히 4년 전 광주에서의 이 기억 때문이다. 4년 만에 마주한 그의 작업은 여전히 따뜻하고 차분하고 고요하고 평온했다.


 광주 비엔날레에서 사람들이 여러 가지 조형물들을 움직이는 모습을 찍은 영상 작업 <검은자리 꾀꼬리>를 보며 저렇게 입체가 평면이 될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 까만 배경 위에 여러 조형물들이 서로 겹치거나 흩어지며 만드는 광경이 아름다웠다. 이번 전시는 광주에서와 달리 한 전시실이 모두 그의 작업으로 채워져 있었다. 덕분에 시선을 옮길 때마다 시야 안에 들어오는 조형물로 매번 새로운 추상화가 그려지는 것만 같았다. 내 눈으로 그리는, 나만의 <검은자리 꾀꼬리> 회화 버전이라고나 할까.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아름다운 장면이 있을까 봐 나는 몇 번이고 전시장을 뱅뱅 돌아야 했다.


 몇 번의 망설임과 머뭇거림 끝에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순전히 이 곳에서 품어온 검은자리 꾀꼬리가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지저귄 덕분이다. 따뜻하고 차분하고 고요하고 평온한 무언가가 필요하다면 강서경 작가의 아름다운 조형물들 사이에서 당신만의 <검은자리 꾀꼬리>를 찾아보는 것 어떨까. 그 덕에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듯이 당신도 꾀꼬리 덕 좀 볼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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