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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사랑한미술관 Feb 07. 2022

미술관에서 만나는 수학

지근욱 작가 <잔상의 간격> @에이 라운지 갤러리 & 뉴턴 미적분

* 유튜브 영상의 스크립트입니다. 영상은 아래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미술관에서 만나는 수학 | 지근욱 작가 | 잔상의 간격 | 에이 라운지 갤러리 | 뉴턴 | 미적분

https://youtu.be/VvwXsdItLmk



안녕하세요. 내가 사랑한 미술관입니다.


뉴턴은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의 공전과 같은 천체의 움직임을 수학으로 설명하고자 했지만 당대의 수학은 오직 정지해 있는 세계에 대해서만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넘기 위한 연구 끝에 뉴턴은 미적분을 발견합니다. 미분은 변수가 0에 가까울 만큼 아주 미세하게 달라질 때 어떤 값이 변화하는 정도, 그러니까 순간변화율을 알 수 있게 해준 개념입니다. 미분을 통해 움직이는 세계의 변화 양상을 훨씬 미세한 수준에서 다룰 수 있게 된 것이죠. 반면 적분은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곡선으로 둘러싸인 도형의 넓이 등을 구할 때 사용되던 개념입니다. 이를 뉴턴이 천체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데 활용하면서 적분이 미분의 역연산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날 우리는 미적분을 통합된 개념으로 배우지만 애초에 미분과 적분은 서로 다른 시대에 별개의 목적을 위해 고안된 개념이었던 것이죠. 미적분의 발견으로 인류는 천체의 움직임을 비롯한 자연 현상뿐만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사회의 변화 양상까지 수학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뉴턴의 미적분이 수학이 설명할 수 있는 세상을 정지해 있는 세계에서 움직이는 세계로 확장시켰다면 지근욱 작가의 선은 멈춰 있는 세계에 있던 회화를 움직이는 세계로 가져왔습니다. 지근욱 작가의 작품을 처음 접한 건 2020년 봄 일우 스페이스에서 열린 단체전 <Sharpness_작업의 온도>에서였는데요. 지근욱 작가는 색연필을 사용해 곡선이나 직선을 수없이 반복해 그리면서 화면을 채워 나갑니다. 아주 촘촘하게 그어진 선들을 보고 있으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선을 그려 나가는 작가의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그 결과 수많은 직선이 한 점에서 모이는 그림은 가운데 점을 향해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합니다. 규칙적인 굴곡을 가진 수많은 곡선으로 채워진 화폭은 파도 치는 바다처럼 출렁이는 것만 같습니다. 정지해 있는 회화에서 이렇게 생생한 움직임이 느껴지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작년 말 에이 라운지 갤러리에서 열린 지근욱 작가의 개인전 <잔상의 간격>에서 본 작품은 전작의 연장선 상에 있으면서도 조금 달랐는데요. 전작들이 여러 색이 섞여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색감을 띄었다면 신작은 더 다양한 색감이 섞여 있고 더 복잡한 형태의 곡선이 쌓여 전보다 더 다채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듯했습니다. 이렇게 선이 차곡차곡 쌓여 만드는 면과 그 면이 만들어 내는 입체적인 율동감은 적분의 개념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적분의 의미를 기하학적 관점에서 보면 점을 적분하면 선, 선을 적분하면 면, 면을 적분하면 입체가 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지금까지 보여드린 작업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의 신작들도 볼 수 있었는데 흥미롭게도 이 작업들은 적분의 반대 개념인 미분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미분을 기하학적 관점에서 보면 적분과 반대로 입체를 미분하면 면, 면을 미분하면 선, 선을 미분하면 점이 된다고 볼 수 있는데요. 지금까지 소개해 드린 작품들이 수많은 선이 모여 면이 되는 모습을 담고 있다면 이제부터 보여드릴 작품은 면이 쪼개져서 수많은 선이 되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러니까 전자는 선이 있고 난 뒤 선으로부터 면이 생긴 것이고 후자는 면이 있고 난 뒤 면으로부터 선이 생긴 것이죠. 이렇게 커다란 원과 그 안에 타원형 비슷한 여러 도형들로 구성된 밑그림이 있고 각각의 면을 짧은 선들이 빼곡하게 채우고 있습니다. 조금 전 보여드린 이렇게 연속적인 곡선들로 가득했던 작품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죠. 이 작품 역시 다양한 형태의 여러 면이 수많은 선들로 미분되어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전시를 보았지만 예술 작품을 보며 수학 개념을 떠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요. 문과와 이과 양 극단에 있을 법한 예술과 수학이 이러한 접점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뉴턴이 별개의 개념이었던 미분과 적분 사이의 연결 고리를 발견하고 미적분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고안해냈듯이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들 사이에서 예상치 못한 접점을 발견하고 거기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것은 우리가 수학자나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뉴턴과 같은 과학자들이 치열한 연구 끝에 우주의 원리를 발견해나가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열심히 들여다보고 고민해보아야 비로소 그 안의 숨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오늘도 예기치 못한 것들에서 새로운 의미를 하나씩 발견하는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영상이 마음에 드셨다면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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