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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가사랑한미술관 Mar 02. 2022

내가 차악을 선택하는 기준

 휘도 판 데어 베르베 <Nummer Negen> @ 송은 아트 스페이스


* 유튜브 영상의 스크립트입니다. 영상은 아래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내가 차악을 선택하는 기준 (부제: 어떻게 2번을 찍느냐는 분들에게) | 휘도 판 데어 베르베 | Nummer Negen | 송은 아트 스페이스

https://youtu.be/cMlqxIxZO1s




안녕하세요. 내가 사랑한 미술관입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이번 영상은 조금 일찍 업로드를 하게 되었습니다. 최악의 후보들을 데리고 치러지는 이번 선거를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답답하고 착잡한 마음이 듭니다. 저는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지했던 사람이기에 민주당이 이제껏 추구해온 가치와 정반대에 서있는 그들의 후보를 보면 국힘당 후보를 볼 때보다 더 큰 실망감과 참담함을 느낍니다. 후보 가족은 물론이고 후보 본인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수많은 비리와 범죄 의혹이 쉴 새 없이 터져나옵니다. 사퇴를 몇 번은 하고도 남았을 심각한 의혹들임에도 불구하고 당에서 이를 문제 삼고 비판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자신들이 야당이었을 때 당시 정권을 상대로 펼쳤던 논리들과 정반대되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후보를 감싸는 데에만 급급합니다. 한술 더 떠 이를 비판하는 국민들을 상대로 고소 고발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네거티브는 일상이 된지 오래고 상대 후보의   토막을 잘라서 사람들을 선동하고 부와 권력 앞에 도덕이고 민주고 전부 내다버린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서 계속 생각나는 작품이 있었는데요. 2020  송은 아트 스페이스에서 열린 네덜란드 출신 작가 휘도  데어 베르베의 개인전 <시련과 부활 (Trials and Resurrections)>에서  영상 작업 <Nummer Negen>입니다. 영상 속에서 작가는 북극점에 서서 자신의 몸을 회전 축으로 삼아 지구의 자전과 반대 방향으로 천천히 회전합니다. 지구의 자전 주기인 24시간에 맞춰 작가도 24시간동안  바퀴를 돕니다. 전시 팸플릿에 따르면 베르베는 ‘지구의 자전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하루 동안 우주에서 ‘가만히 있는 행위를 통해 물리학의 법칙에 도전했다고 하는데요. 곰곰히 생각해보면 작가의 시도는 실패했다고 봐야합니다. 지구의 자전만 생각하면 가만히  있었다고   있지만 지구는 자전뿐만 아니라 태양을 기준으로 공전을 하고 태양은 우리 은하를 회전하고 있으며 우리 은하 또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죠. 모든  움직이는 우주에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을 만한  없기 때문에 모든 운동은 관찰자의 운동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지라는 개념은 실제로 구현할  없는 것이고 우리 머릿속에만 존재합니다.


이 작품은 제게 무엇이든 절대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고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상대적일 수 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던져 주었습니다. 그동안 진보 진영이 추구하는 가치를 높게 사고 그들이 적어도 보수 진영보다는 도덕적이고 정의롭다고 믿으며 민주당을 지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여당이 된 이후부터 당내 경선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민주당이 보여준 비민주적이고 부도덕한 모습을 보며 진영 논리는 결코 절대적인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의석수 170석만으로도 이미 비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밀어 붙이기만 하면 된다는 식인데 최악의 저질 후보로 대통령 자리까지 갖게 된다면 그 큰 권력으로 무슨 짓을 벌일지 진심으로 걱정스럽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의 썩어빠진 민주당을 심판하기 위해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할 겁니다. 국힘당을 찍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지만 현재 민주당과 그들의 후보는 국힘당과 윤석열 후보보다 어디 하나 나은 점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알면 알수록 정녕 사람이 맞나 싶은 민주당 후보와 달리 윤석열 후보에겐 의외로 인간적인 면모도 있고 예상외로 지극히 상식적인 발언들을 해서 지금까지 진영 논리에 빠져 제가 국힘당에 대해서는 전부 나쁘게만 봐왔던 것이 아닐까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정지’라는 개념은 우리가 결코 구현해낼 수 없는 불가능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휘도 판 데어 베르베는 이에 도전하고 부분적으로지만 지구에서 멈춰 있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국민들의 안녕을 일순위로 여기는, 선하고 유능한 정치인들과 그들이 모인 정당을 가지는 것 또한 ‘정지’라는 개념처럼 실현 불가능한 꿈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교과서나 영화, 드라마에서나 존재하는 걸 수도 있지만 차악을 선택함으로써 우리는 거기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적어도 더 멀어지지는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차악을 선택하는 기준은 진영 논리 등에 의해 정해진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언제고 바뀔 수 있는 상대적인 것이어야 합니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철 지난 혁명 이론을 공유하는 비즈니스 공동체'로 전락한 민주당이 '민주'라는 이름에 걸맞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영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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