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합격한 회사의 입사 통보가 주는 또 다른 고민
새해가 되면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됩니다.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를 다짐하거나, 가족과 화목하길 바라는 맘에서 스스로와의 약속들을 하게 되는데요. 취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원하는 회사로 취업을 다짐하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새해는 이전의 일상과 이후의 바뀐 일상을 대비하는 전환점이기도 합니다.
새해가 되면 학생들은 새로운 학기를 맞이해야 하고 직장인의 경우에는 진급의 시즌이 돌아오기도 합니다. 특히 진급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여러모로 맘의 부침도 겪게 되고 그만큼 정신을 다잡아야 하는 시점이 바로 새해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의 경우에는 지난 가을부터 전전긍긍하면서 달려온 시간의 결과가 하나 둘 씩 나오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2010년대 중반으로 기억합니다. 1월 1일 새해였는데, 아침 일찍 해돋이를 보면서 저만의 새해 다짐을 하고 내려오는 길에 오래전에 오프라인 멘토링 자리에서 만났던 T양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안녕하세요~ T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갑자기 연락드려서 놀라셨죠? 취업 관련해서 궁금한것이 있는데 연락드려도 될까요?"
제 기억에 T양은 3년제 컴퓨터 관련 학과를 다니고 있었고 저와 만났을 시점에는 졸업을 앞두고 구직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던 친구로 기억납니다. 어느 기관의 IT관련 멘토링에서 처음 만났고 그날 늦게까지 남아서 자신의 구직 활동과 관련한 여러가지를 질문하던 친구였습니다. 멘토링 이후에 궁금한건 따로 연락하고 싶다고 해서 제 명함을 주었던거 같은데, 몇개월만에 연락이 온 것입니다.
"얼마든지요~"
라는 저의 답문에 T양은 다시 긴 장문의 메세지를 보내왔습니다.
"... (생략) ... 학교 취업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3군데의 중소기업에 면접을 보았어요~ 그 중 한 곳에서 합격 통보를 받아 1주일뒤 입사를 해야 할거 같아요. 그런데 그 회사가 SI 일을 하는 회사라고 하는데,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회사 생활이 힘들 것 같아 걱정이에요. 회사에서 말하길 입사하고 1년정도는 교육을 받을 수 있고 1년 뒤에는 SI 프로젝트에 투입이 된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좋은데 어떻게 보면 안좋은거 같아 보여서 입사를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요 ㅠㅠ 만약 입사를 안하고 다시 구직활동을 한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조금 더 큰 중견기업으로 준비하려고 하는데 취업 다시 준비하면 좋을지 아니면 조금 열악할수 있겠지만 합격한 이곳 중소기업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하는게 좋을지 고민이 됩니다. 첫직장이라서요"
마지막의 '첫직장' 이라는 단어가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희망하는 '입사' 의 꿈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정작 '입사'가 결정 되었음에도 또다시 고민을 해야 하는 현실에 씁쓸함이 느껴졌습니다. 물론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그런 대기업 이었으면 조금은 이야기가 달랐겠지만..
'평생직장'이라는 말은 이미 의미가 없어진지 오래입니다. 다시 말해 대부분 첫직장으로 입사한 회사에서 은퇴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첫직장' 의 중요성은 과거보다 덜 중요한 것 일까요?
저는 이런 질문에 단연코 "덜 중요하다" 라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하지만 덜 중요하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라고도 이야기 합니다. 제가 얼핏 보기에도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 같습니다.
'첫직장' 이 덜 중요하다고 이야기 하는 이유는 커리어 패스 측면에서 보았을 때 '첫직장' 이 '마지막 직장' 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모로 가도 부산' 만 가면 된다는 말처럼 '첫직장' 보다는 '마지막 직장' 이 어디인가 라는 것이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천리길도 한걸음 부터' 라는 말도 있습니다. 간단하게 '시작' 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의미를 빗대어 생각해보면 기나긴 커리어 패스의 시작점이 바로 '첫회사' 이기 때문에 '첫회사'가 중요하지 않다고 단정지어서 말할 수 없을거 같습니다. '중요하진 않지만 중요하다' 라는 제 말은 이런 생각에서 나온 이야기 입니다.
그런데 조금 더 현실적으로 들여다보면 '첫직장' 이 어디인지가 중요하기 보다는 '첫직장' 에서 무슨 일을 어떻게 얼마나 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그 이유는 '첫직장' 에서의 업무적 경험이 '다음회사' 를 결정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경력 이직을 한번이라도 해 본 사람은 제 이야기를 이해하실 겁니다. 경력 이직 시에는 학부과정에서 학점을 얼마나 맞았고, 어떤 대외활동을 했는지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바로 '직전' 회사에서 '어떤' 일을 '어떻게' 했는지가 제일 중요합니다. 그것을 통해 경력 지원한 회사에서 채용하고자 하는 자리의 '업무' 를 잘 할 수 있을지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입사원으로서 '첫직장' 에서 무슨일을 얼마나 어떻게 했는지라는 의미는 '첫직장' 에서 얼만큼 배우고 성장했는지를 의미하는 것이고, 이것이 자신의 '다음회사' 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조건 대기업 을 외쳐야 하는것일까요? 대기업만 가면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것일까요?
벤처기업도 다녀보고 대기업도 다녀본 저로서는 이 역시 확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두 곳 모두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배울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의 차이가 약간 있긴 하지만 두 곳 모두에서 무엇이든 배웠고 성장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멘토링이나 강연을 통해서 만난 많은 1-3년차 SW엔지니어들과 이야기 해보면, 오히려 대기업일 수록 업무적으로 불만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차차 하겠지만) 물론 대기업이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기대했을 수 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불만을 토로하는 많은 분들은 대부분 실무에서 업무적으로 아주 작은 영역을 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기술적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라고 느끼는 것이 제일 큰 불만이었습니다. (물론 모두가 그러한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런 저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 해보자면 결국 배우고자 하는 자신의 마음가짐과 태도가 제일 중요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SW엔지니어는 단순히 기술을 쓰는 사람이 아닙니다. 기술을 단순히 쓰기만 하는 것은 조금의 시간만 주어지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이 담고 있는 기본적이면서도 심오한 지식들을 이해하고 있느냐 입니다. 연차가 쌓일 수록 이런 지식들이 많은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따라서 연차가 낮을 때기술이 갖고 있는 심연의 지식을 얻어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보았는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가가 차이를 가른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규모와 이름은 거기에 비하면 매우 영향력이 작은 요소들 입니다.
저는 T양에게 답문을 보냈습니다.
"SI중소기업이라고 하더라도 T양이 하나라도 더 얻어가려고 노력한다면 대기업에서 배우는 것 이상으로 많은것을 얻을 수 있을거에요. 조금이라도 그렇게 얻어내고자 하는 마음가짐이라면 지금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아도 좋을거 같아요!"
# 이 이야기는 실제 상담 사례를 기반으로 내용을 일부 각색한 부분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