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France
파리의 마지막 아침이었다. 짧은 일정 동안 점점 공기가 차가워져, 제법 가을스러운 날씨의 아침. 늘어난 짐을 겨우 캐리어에 몰아넣고 마지막 브런치를 먹기 위해 집을 나섰다. 수하물로 보낼 수 없는 물건은 물론 기내에 가지고 타야 하긴 하지만, 공항 가는 길부터 캐리어에 기내용 가방에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면 너무 힘들다. 그래서 꼭 캐리어 중간에 기내용 가방을 넣고 여권, 지갑, 휴대폰 정도만 들고 이동을 한다. 그래서 기내용 가방은 소프트하고 납작한 가방을 선호하는 편.
마침 테라스에서 사람 구경하고 싶었는데 딱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 딱히 유명한 집은 아닐 것 같은데 주변에 이런 분위기의 식당들이 대부분 문을 열지 않아서인지 꽤 붐비는 편이었다. 샌드위치나 파니니 정도 먹으면 되겠다 생각하며 앉았다.
(아저씨 엉덩이는 죄송합니다.)
조금 춥기는 했지만 파란 하늘을 보고 있으니 며칠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는 순간.
능숙하게 주문하는 SJ를 따라 주문했고, 예상대로 건강한 맛이었다. 나는 어느덧 매콤 달콤하고 짭짤해서 맛있는 그런 맛있는 것과는 다르지만 재료 하나하나의 맛이 날 것처럼 느껴지는 맛있음도 제법 즐길 수 있는 나이가 되었구나 싶다.
앞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린 아저씨의 뒤태와 당당하게 쉬야를 갈기는 강아지. 이렇게 급하게 찍은 사진은 의외로 잘 나오고 고맙게도 재미있다.
열쇠를 두고 나온 줄 알고 저 높은 계단을 두 번이나 더 오르락내리락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3층은 절대 살 곳이 못 되는구나 싶었다. 게다가 끼익 끼익 거리는 나무 계단의 건물이라면 더더욱.
며칠간 익숙한 척 드나들다가 정말 익숙해졌던 에어비앤비 숙소를 떠나려고 하니 마음이 헛헛했다. 체크인할 때는 반겨줬는데 떠날 때는 그러지 못한다며 미안해하는 호스트에게 그간 고마웠다고 메시지를 하나 보냈고, 열쇠를 우편함에 넣어두었다.
그리고 새로 산 노트와 좋아하는 펜을 들고 동네 카페에 세 번째 방문. 무슨 일을 했는지 어디를 갔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돈은 얼마나 썼는지. 평소 잘 하지 않는 손글씨 기록을 남기며 커피를 마시니 정말 파리에서의 일정이 끝.
갈 때와 올 때는 왜 이리 다른 건지. 언제 도착하냐고 발 동동 굴리다가 떠날 때는 시간이 조금 더 느리게 흘러갔으면 하는 간사한 마음이 새삼 들었다.
SJ의 뒷모습이 찍힌 마레의 뒷골목. 콧수염이 멋진 자전거 타는 할아버지는 참 멋진데, 저기 이상하게 몸을 비비 꼬는 넘어질 것 같은 사람은 누구지.
어제저녁 SJ와 연락을 하면서야 알았다. 지난주 빠듯한 일정으로 다녀온 밀라노에 본인도 가있었다며, 왜 연락 안했냐고 하는데. 둘 다 그곳에 가있을 것을 누가 알았겠나. 나는 스마트폰 중독자에 SNS도 인스타그램, 브런치(물론 좀 다른 개념이지만) 두 개나 하는데 SJ는 전혀 하지를 않아서 서로 알아채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6월 스톡홀름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좋은 느낌으로 짧은 대화를 마쳤고, 밀라노의 여파가 다 가시기도 전에 두 건이나 남은 상반기의 여행이 또 기다려진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