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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름 Apr 10. 2017

파리의 마지막 브런치

@Paris, France


파리의 집, 에어비앤비

파리의 마지막 아침이었다. 짧은 일정 동안 점점 공기가 차가워져, 제법 가을스러운 날씨의 아침. 늘어난 짐을 겨우 캐리어에 몰아넣고 마지막 브런치를 먹기 위해 집을 나섰다. 수하물로 보낼 수 없는 물건은 물론 기내에 가지고 타야 하긴 하지만, 공항 가는 길부터 캐리어에 기내용 가방에 바리바리 싸들고 다니면 너무 힘들다. 그래서 꼭 캐리어 중간에 기내용 가방을 넣고 여권, 지갑, 휴대폰 정도만 들고 이동을 한다. 그래서 기내용 가방은 소프트하고 납작한 가방을 선호하는 편.



  

@Le pain quotidien, Marais

마침 테라스에서 사람 구경하고 싶었는데 딱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 딱히 유명한 집은 아닐 것 같은데 주변에 이런 분위기의 식당들이 대부분 문을 열지 않아서인지 꽤 붐비는 편이었다. 샌드위치나 파니니 정도 먹으면 되겠다 생각하며 앉았다.

(아저씨 엉덩이는 죄송합니다.)


테라스에 앉으니 사람구경 하는 재미도 있고,
하늘을 보는 재미도 있다.

조금 춥기는 했지만 파란 하늘을 보고 있으니 며칠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지는 순간.


마지막 식사라 생각하니 메뉴도 더 신중하게.
SJ와의 마지막 식사, 파리에서의 마지막 식사.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굉장히 신선하다.

능숙하게 주문하는 SJ를 따라 주문했고, 예상대로 건강한 맛이었다. 나는 어느덧 매콤 달콤하고 짭짤해서 맛있는 그런 맛있는 것과는 다르지만 재료 하나하나의 맛이 날 것처럼 느껴지는 맛있음도 제법 즐길 수 있는 나이가 되었구나 싶다.

 

우연히 포착된 두 가지 재미요소.

앞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린 아저씨의 뒤태와 당당하게 쉬야를 갈기는 강아지. 이렇게 급하게 찍은 사진은 의외로 잘 나오고 고맙게도 재미있다.



 


캐리어 들고 내려가는게 매우 힘들었다.

열쇠를 두고 나온 줄 알고 저 높은 계단을 두 번이나 더 오르락내리락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3층은 절대 살 곳이 못 되는구나 싶었다. 게다가 끼익 끼익 거리는 나무 계단의 건물이라면 더더욱.

 

좁은 골목길도 안녕,
이름모를 화분들도 자전거도 안녕.
정말 집같았는데- 떠나기 아쉬운 마음.

며칠간 익숙한 척 드나들다가 정말 익숙해졌던 에어비앤비 숙소를 떠나려고 하니 마음이 헛헛했다. 체크인할 때는 반겨줬는데 떠날 때는 그러지 못한다며 미안해하는 호스트에게 그간 고마웠다고 메시지를 하나 보냈고, 열쇠를 우편함에 넣어두었다.

 

두 번이나 들렸던 동네 카페를 마지막으로 들렸다.

그리고 새로 산 노트와 좋아하는 펜을 들고 동네 카페에 세 번째 방문. 무슨 일을 했는지 어디를 갔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돈은 얼마나 썼는지. 평소 잘 하지 않는 손글씨 기록을 남기며 커피를 마시니 정말 파리에서의 일정이 끝.

 

오던 날과 사뭇 달라보이는 풍경.
공항 가는 길이 멀다.

갈 때와 올 때는 왜 이리 다른 건지. 언제 도착하냐고 발 동동 굴리다가 떠날 때는 시간이 조금 더 느리게 흘러갔으면 하는 간사한 마음이 새삼 들었다.

 

마레의 뒷 골목.

SJ의 뒷모습이 찍힌 마레의 뒷골목. 콧수염이 멋진 자전거 타는 할아버지는 참 멋진데, 저기 이상하게 몸을 비비 꼬는 넘어질 것 같은 사람은 누구지.


어제저녁 SJ와 연락을 하면서야 알았다. 지난주 빠듯한 일정으로 다녀온 밀라노에 본인도 가있었다며, 왜 연락 안했냐고 하는데. 둘 다 그곳에 가있을 것을 누가 알았겠나. 나는 스마트폰 중독자에 SNS도 인스타그램, 브런치(물론 좀 다른 개념이지만) 두 개나 하는데 SJ는 전혀 하지를 않아서 서로 알아채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6월 스톡홀름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좋은 느낌으로 짧은 대화를 마쳤고, 밀라노의 여파가 다 가시기도 전에 두 건이나 남은 상반기의 여행이 또 기다려진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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