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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름 Apr 22. 2017

밀라노 디자인위크 : Salone del Mobile

@Milan, Italy

 


두 번째 밀라노 출장이었다. 밀라노 가구박람회라 불리는 Salone del Mobile 참관 목적의 출장으로 4박 5일의 짧은 일정. 일정에 비해 비행시간은 길었다. 그나마 대한항공 직항이라 가는 데에 13시간, 돌아오는 데에 11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13시간이나 날아서
이번에도 밤 10시 체크인

예전에 갔을 때는 중앙역 근처의 Una Century Hotel에 묵었고, 이번에는 Rho Fiera와 좀 더 가까운 Melia Milano Hotel에 묵었다. 한국으로 쳐서 두오모가 서울, Rho Fiera가 파주라면 일산 정도에 위치한 호텔이라서 조금 불만족. 하지만 이번엔 회사에서 정해준 곳에 묵었어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그게 떠나기 전까지 불만이었는데 막상 지내보니 Salone del Mobile 전시장도 M1 타고 금방 가고, 두오모도 멀지 않아서 생각보다 괜찮았다.

 

오랜만의 맑은 하늘,
역시나 붐비는 Salone del Mobile
1년 8개월만의 방문, 반가운 마음.
역시 코엑스나 킨텍스를 떠올리면 큰일날 규모다.

아침 일찍 일어나 든든히 조식을 먹고 출발했다. 티켓은 3일 관람권에 1주일간 시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구입하는 것을 추천. 박람회장을 딱 하루만 봐도 된다 싶은 사람은 1일 관람권도 무방하겠다. 시내 대중교통을 하나의 티켓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참 좋았는데, Salone del Mobile 참관 둘째 날 지하철에 파업을 해서 택시를 타게 되었다. 대단한 이탈리안, 도시 전체가 북적이는 이런 시기에 지하철 파업을 하는 과감함이라니. 재밌는 건 다들 그냥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예전에 호주에서 갑자기 통신사가 먹통이 되어 2일간 SK텔레콤 또는 KT급의 통신사 가입자들이 휴대폰을 사용 못한 적이 있었는데. 다들 그러려니 해서 문화적 충격을 받았던 것이 떠올랐다. 한국이었다면 통신사가 한시간만 먹통 되고 아침 출근시간 지하철이 30분간 멈췄어도 어마어마한 파장이 일었을 텐데.


 



사실 브런치에 박람회의 세세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다. 이런저런 정보는 네이버에 한 번만 쳐봐도 얻을 수 있는 블로그가 워낙 많아서 패스- 가구, 사무가구, 조명 등 분야별 이러이러한 트렌드더라 하고 써머리 남기기는 두 번째 보고서 쓰는 기분이라 또 패스- 그저 약 2년 만에 걸었던 밀라노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작업공간을 들려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싶어서 밑장 깔듯이 살짝 사진만 좀 보이고 싶은 마음이다.


먼저 메인 가구 전시와 Workplace 3.0의 일부만 담아온 사진들.


역시나 자극적인 까르텔
좋아하는 인디언 핑크 컬러
그저 담백하다.
비트라 에코백이 인기가 참 많았다.
역시 착하게 생긴 디자인은
유행을 타지 않는다.
이번엔 전반적으로 컬러가 좀 미친 것 같다.
컬러도 좋고, 질감도 좋고
눈이 마냥 즐겁다.

전반적으로 따뜻한 컬러와 질감이 강조된 가구가 많았다. 클래식한 프레임에 텐션 있는 패브릭을 칭칭 감아둔 체어나, 격자로 꼬아서 양감을 강조한 소파도 많이 눈에 띄었다. 가구 쪽을 잘은 모르지만 한 두 관 돌아다니다 보면 확실히 트렌드라는 것이 어렴풋이 잡히긴 한다.

 

마음에 든 테이블.
오래전부터 눈여겨 보던 제품.
노만 코펜하겐, 북유럽 여행이 갑자기 더 기대된다.
카피 제품도 참 많은 아이.
요즘 생각하고 있는게 있어서인지 사무가구가 눈에 띄고,
인/아웃도어 경계를 넘나드는 가구도 눈에 띈다.
Euroluce가 아니어도 눈에 띄는 조명은 곳곳에.
요즘 진행하고 있는 것 때문인지, 가죽 디테일이 눈에 들어온다.
벨벳 또한 트렌드라는데, 내 취향은 아니다.

디자인 에이전시에 몸 담던 시절과는 생각이 많이 변했다. 일은 다양한 아이템을 다뤄서 재미있으나 규모가 작고 혼자 해내야 할 영역이 너무 폭넓었던 그때와 안정적이지만 큰 기계의 작디작은 톱니바퀴가 된 것 같은 지금. 장단점이 너무 달라서 뭐가 더 낫다고 명쾌히 말하긴 힘들다. 큰 회사로 이직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가장 많이 한 이야기가, 연봉 많이 오르겠다-였는데. 사실 월급 단위로 보면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월 2-30만 원 정도 차이 난다고 하면 다들 깜짝 놀라는데, 물론 명절 때 받는 상여나 연초에 받는 성과급 상여를 더하면 작지 않게 오르긴 했다. 물론 디자인 에이전시는 연봉 차이가 회사마다 사람마다 많이 다르기 때문에 대기업 이직으로 몸값이 엄청나게 뛰는 사람도 분명 있다.

(갑자기 웬 연봉 이야기를.)

 

Craftmanship!!
디자인은 내 취향이 아니었으나, 작업 과정이 흥미롭다.
욕심났던 제품, 밀라노 시내 의류매장에서도 마주쳤다.
이 곳 디스플레이가
인상깊었다.
욕심나는 조명, 컬러가 장난아니다.
면보다 선을 잘 쓰는 것이 내 취향인데
매력적인 컬러가 워낙 많아서
취향이란 것이 사라질 뻔.
이런 체어는 오래 쓸수록 예뻐질 것 같다.
오래전부터 String 으로 서재를 꾸미고 싶었다.
오묘한 크림색, 뽑기 힘든데 대단하다.
철제 가구를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자꾸 눈길이 가던 곳.
따뜻한 나라에서 쓰면 참 좋겠다.
버켄스탁에서 벌어지는 재미있는 일.
디테일이 없는게 디테일인 디자인이 많다.
하나만 사면 안될 것 같고, 모아놔야 예쁠 것 같다.
이 부분 너무 좋다.

2일은 Salone del Mobile을 참관했고 1.5일은 Fuori Salone 장외전시를 둘러봤다. Salone del Mobile는 대부분이 가구 위주이고 조명 전시인 Euroluce는 전체의 2-30% 정도로 체감되었다. 전체 관 개수로 따져보면 24관 중에 4관이니까 전시면적은 체감한 것보다 작다. 참고로 클래식, 럭셔리 가구 쪽은 대충 훑어보듯이 봐서 그렇다.



 


지금부터는 조명, Euroluce.

 

라인도 메탈 컬러도 섬세하다.
왠지 재미있는 뒷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디자인.
요즘 눈여겨보는 테이블과 유사한 디자인.
조명을 넘어 오브제.
요즘 한창 유행 타는 루이스 폴센, st도 워낙 많다.
담백하다 못해 날것 같다.
어디 두어도 포인트가 될 아이.
가구, 전자제품, 조명을 넘나드는 가죽핸들.
디젤 리빙은 2015 메종오브제 때부터 눈여겨 보고있다.
아쉽게도 제품이 돋보이질 않아,
너무 기대한 탓일까.
얘는 좀 괜찮다.
역시나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조형.

2015 메종오브제에서 디젤 리빙 우주선 접시를 보고 반했는데, 조명은 생각보다 그냥 그랬다. 그 우주선 접시는 자꾸 생각나는데 구해야 하나, 구할 수 있으려나.

 

이건 영상으로 봐야한다 정말로.
왠지모르게 냉정해 보이는 느낌.
저놈의 선들이 자꾸 망친다.
이 아이들도 st가 워낙 많아 마음이 아프다.
흥미로웠던 부스,
사고싶기보다 만들고싶은 기분이 든다.
메두사, 해파리보다 메두사가 나은거 맞죠?
Ross Lovegrove, 아쉽다.
몽글몽글하니 귀엽고,
왠지모르게 그로데스크하고,
미래적이고 차갑다.
반가운 잉고마우라, 한창 st가 많았었다.
흥미로웠던 작업.
탐나는 것은 이런 것.
귀여운 미키 앞에서 고뇌하지 마세요.
이 부스도 마음에 들었다.
특히 이 아이, 실물이 훨씬 예쁘다.
나도 요즘 블랙이 좋다.
오래될수록 멋져질 재질.
이건 조만간 따로 등장할 예정이다.

온갖 조명을 보다 보니 든 생각인데, 아파트에선 사용하기 힘든 예쁜 디자인이 참 많다. 갑자기 슬픔.


드디어 Spontini!

스폰티니 피자를 전시장에서 먹다니. 그래도 먹긴 먹었다. 덕분에 다음날 두오모 근처 서로 마주 보고 있는 Spontini와 Cioccolati Italini 사이에서 고민 않고 아이스크림을 택할 수 있었다.


출장의 목적은 공식적으로 Salone del Mobile 참관이었으나 Fuori Salone가 더 볼 것도 많고 즐거웠다. 곧 Fuori Salone 이야기를 적어 내려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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