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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요일 Aug 14. 2021

『마른 여자들 - Thin Girls』

다이애나 클라크 장편소설  ( 변용란 옮김, 2021, 창비 )

" 와. 너 이뻐졌다. 정말 달라졌다. 다이어트했어? 얼마나 뺐어? 성공했네.... " 
오랜만에 만나는 동창회에 나갔을 때, 10명 중 8명 친구들, 선후배들이 나를 반기며 이렇게 인사를 한다.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고 동창회가 하루 종일 재미있다.

" 얼굴 좋아 보인다. 요즘 살쪘어? 스트레스 많이 받는구나. 살은 한 번 찌면 잘 안 빠지는데...."
가끔씩 만나는 친구가 어느 날 이렇게 첫인사를 한다. 
나도 모르게 반가운 미소가 사라지는 내 얼굴을 발견하고 하루 종일 불퉁하게 친구와 대화한다.


 책 속의 릴리와 로즈의 유년기와 성장기, 그리고 현재의 모습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떠오른 기억이다. 

 나는 언제부터 '살이 빠졌다', '살이 쪘다'라는 이런 말들에 기분이 좋아졌고, 나빴졌을까? 

 나와 나를 아는 사람들 사이의 소소한 첫인사, 이것은 마른 여자들을 예쁘다고 말하는 사회분위기가 나를 그리고 나를 아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그 환경으로 흡수하게 한 것임에 틀림없다. 55 사이즈 일 때 옷 사이즈를 말할 수 있었고, 몸무게가 4로 시작할 때, 부끄러움 없이 체중계에 올라가서 몸무게를 잴 수 있었다. 

이런 기억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극단적인 폭식증과 거식증에 걸려 있는 쌍둥이 자매 이야기를 보면서  ‘왜 이렇게까지 스스로 망치는 길을 택했을까’라고 그들만을 함부로 비난할 수 없었다. 


나는 신체가 기능을 완전히 멈출 정도로 마르진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말라서 진짜 세상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 나는 죽어가는 것도 살아가는 것도 아니다. 생존하는 중이다. 나의 연옥에 온 것을 환영한다. 나는 로즈다 

『마른 여자들』/ 다이애나 클라크/ 창비 19 p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일어나는 일들 : 자신의 몸을 의식한다. 모든 사람을 의식한다. 모든 사람의 몸을 의식한다. 모든 사람은 몸이 있고 어디를 가든 자신의 몸을 데리고 다닌다. 뚱뚱한 몸들을 의식하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떠올리고. 마른 몸들을 의식하며 자신이 되고 싶은 사람을 떠올린다

..... 중간 생략....

모든 사람에게 몸이 있지만, 당신은 자신의 몸안에서 언제나 침입자가 된 기분을 느낄 것이다. 

『마른 여자들』/ 다이애나 클라크/ 창비 138 p


 『마른 여자들』책은 617p의 장편소설이다. 단순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거식증으로 치료를 위하여 요양원에 들어온 로즈가 바라본 시선으로, 쌍둥이 언니 릴리와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나아가 미래를 표현한다.


장애, 상처, 치유, 생존, 강박, 회복 그리고 사랑! 


 600장의 책 속에선 다양한 인생을 바라보는 단어를 던져준다. 꽤 두꺼운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문장들이지만, 생각은 한 장 한 장 마다, 문장 한 줄 한 줄마다 곱씹게 한다. 

개인적으로 읽기 쉬운 소설이지만,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 나서 많은 질문과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을 좋아한다. 『마른 여자들』책도 이런 류 책중에 하나이다. 내용뿐만 아니라 구성 또한 독특한 구성이다. 

쌍둥이 자매의 나이에 따른 몸무게를 지속적으로 표현해 준다. 책을 읽으면서, 변화되고 있는 그들의 나이와 몸무게 숫자를 나도 모르게 기억하면서 읽고 있다. 

 

내가 배운 것 : 사랑한다는 것은, 죽을 때까지 사랑하는 사람들을 걱정하는 것이다.
내가 배운 또다른 것 : 사랑받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을 때까지 나를 걱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른 여자들』/ 다이애나 클라크/ 창비 614 p


최근 sns 영상 , 사진을 보면 마치 막대기 같은 여성과 남성들의 패션 스타일 사진이 많이 올라온다. 

이들은 순간적으로 나의 눈과 뇌를 현혹시키고, 특별한 개념 없이 365일 다이어트를 다짐하도록 만들어버린다. 책을 보며 질문한다. 


과연 나는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다이어트를 다짐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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