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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철현 Aug 11. 2023

참기름과 들기름

오일에 대한 오해와 기름진 깨달음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다음주 아파트 부녀회에서 여는 장터 전단지가 붙어 있었다.

'어디 보자~ 뭐 파나?' 

참고로 나는 살뜰한 가장이자 주부인지라 이런 거에 관심이 많다. 흥미로움에 가격표를 쓱 훑었다.

참기름 1만원. 들기름 1만 3천원.

으잉? 들기름이 참기름 보다 비싸잖아? 부녀회장님이 오타를 내셨나? 왜 들기름이 참기름 보다 더 비싼 거지? 원래 그런 건가?

폰을 꺼내 검색을 했다. 온라인 마트에서도 비슷한 차이로 들기름이 참기름 보다 더 비쌌다. 오! 놀라웠다. 가끔 광고에서 참기름은 흔히 봤어도 들기름은 본 적이 없는데.. 그럼 마케팅 비용이 붙어서라도 참기름이 더 비싸야 되는거 아닌가?


그것이 알고싶다. 그래서 또 바로 추가 검색을 다. 이유는 참기름을 만드는 깨보다 들기름을 만드는 들깨가 더 비싸기 때문! 그렇군. 평소 더 자주 먹었던 익숙함에 이끌려 자연스레 참기름 편에 섰던 것이다. (들기름아 미안해.) 심코 지나치는 사물에 대한 본질그의 정확한 가치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무식한 반쪽 주부 같으니. 내 요리 솜씨가 늘지 않는 것도 이런 연유이겠지. 


우리는 가깝고 친숙한 것에 더 호의적이고 높은 평가를 하는 경향이 있다. 참기름과 들기름을 보고도 이럴진데 하물며 삶의 더 중요한 것들에 서는 어떨까. 혹여 까운 군가에게 무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쯤 돌야겠다. 론, 모든 대상을 인수분해 할 순 없겠지만 관심의 심도는 조금 더 높일 수 있잖나. 보다 고소하고 기름진 우리들의 관계를 위해서. 


나는 조금 전 참기름과 들기름을 찾아 보다가 지금은 깨와 들깨, 통깨가 어떻게 다른 아보고 있다. 깨는..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방법 세 가지. 그중 하나는 말을 하다 마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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