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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철현 Jun 02. 2024

작가가 된 이후 작은 변화

<어쩌다 편의점> 역주행 출간기 5편(에필로그)

<어쩌다 편의점>이 출간된 지 3개월이 다 되어 간다. 책을 출간한 이후 내 인생이 '확연히' 바뀌었냐고 하면 '명확히' 그건 아니다. 나는 '여전히' 직장인이고 편의점 홍보맨이며 한 가정의 구성원이다. 단지, 들이 나를 부를 때 '작가'라는 호칭이 하나 더 생겼고(회사 화장실에서 마주친 법무팀장님이 '오~ 작가님!'이라고 부를 때 그 공공의 민망함이란!) 소소한 세간의 관심이 늘어난 정도다. 홍보맨으로서 그동안 음지에서 양지를 비추는 일만 해왔는데 내가 직접 수면 위로 올라와 나란 사람을 펼쳐 보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은 신선하면서도 부끄러운 경험이었고 영예로우면서 꽤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책은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신인 작가임에도 여러 매체기사와 인터뷰가 실렸고 라디오에도 출연했으며, 공중파 뉴스와 팟캐스트에도 소개됐다. 얼마 전엔 시흥의 한 고등학교에 강연도 다녀왔다. 다행히 반응이 았다. 강연이 끝나고 책에 사인을 해달라는 학생들이 몰려와 예상치 못한 짧은 북토크(?) 하게 됐다. "오늘 강연 재밌었어요.", "(옆에 친구를 가리키며) 얘가 이 책 재밌다고 꼭 읽어 보라고 추천해 줬어요.", "작가님 다른 책은 또 없어요?"라는 얘기를 다. 아, 그리고 "이 책 진짜 집에서 냄비받침으로 쓰고 있어요?"라는 질문도(물음의 배경은 책에 나와 있는데 답은 아래 사진으로 갈음하겠다).  

딸의 장난감 소품을 담아둔 박스의 1, 2쇄 더블 받침. 책이 왜 저기 있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쓰임이 많다는 건 아무튼 좋은 일이다.

아마 책을 낸 모든 작가들이 그럴진대,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온라인 서점에 올라오는 판매 지수부터 체크하게 된다. 공들여 쓴 내 책이 얼마나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지 궁금한 건 어느 작가나 마찬가지일 터. 아마 무라카미 하루키의 휴대폰에도 예스24와 알라딘, 교보문고 앱이 깔려 있을 것이다. '난 아닌데 니 무라카노?'라고 한다면 스미마셍. 초연한 하루키 선생은 아닐지 몰라도 촐랑방구인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 세 곳을 들락거렸다. 나는 출간 이후 딱 3개월, 12주 동안만  판매 지수를 기록해 보기로 했다.


*지난 3개월(3/4~5/31) 간 <어쩌다 의점>의 성적표!

- 예스24: 최고 4,899(e-book: 31,308)

- 알라딘: 최고 4,075

- 교보문고(시/에세이 순위): 최고 68위


그런데 이 지표들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그 오름과 내림세에 따라 나의 기분도 등락을 반복했다. 책에 보이지 않는 근저당이 설정 사람처럼 전전긍긍. 관여도가 높은 만큼 집착도 커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맞아요. 제가 이리 그릇이 작습니다ㅠㅠ). 잘 나가던 숫자가 갑자기 후룸라이드를 탈 때면 나는 복부에 메이웨더의 펀치라도 맞은 듯 켁- 꼬꾸라져 슬퍼했다.  

@무연고, @천재작가님 이렇게나마 인증합니다^^ 그 외 브런치에는 정말 훌륭한 작가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그러던 어느 , 이런 나의 푸념을 듣던 아내가 말했다.

"오빠 뭐 돼?(요즘 인터넷 밈)"

"나?  그냥 유추헝(딸이 막 말을 시작했을 때 불렀던 내 이름).."

"그러니까 그런 유추헝씨가 책을 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 대단한 거야. 을 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고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아. 오빠는 버킷리스트를 이룬 거잖아. 한 달 만에 2 찍고 지금도 잘 나가고 있는데 그렇게 마음 졸일 거 없다구. 구보다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거야. 이젠 렛 잇 고!"

정확한 진단이었다. 역시 아내는 궁상맞은 내가 이 땅에 반듯이 서 있을 수 있도록 정신을 잡아두는 지평좌표계였다(아내와 있다면 나는 귀신에 홀릴 일은 없을 것이다).


출간은 나에게 기적이었고 내 생에 가장 큰 사건이자 행복이었다. 나도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언젠가부터 이상 작가병에 걸려 눈앞의 진짜 행복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그 이후 나는 더 이상 판매 지수에 연연해하지 않기로 했다. 은 산이요 책은 책이로다의 마음으로 번뇌를 훌훌 털그간의 성취와 행복을 소급해 느끼기 시작했다. 한 땀 한 땀 꿰어진 <어쩌다 편의점>의 행적들이 나에게 준 감미롭고 풍요로운 감정들을. 하마터면 놓치고 지나칠 뻔했다며 품에 꼭 끌어안았다.


특히, 독자들의 리뷰는 출간 작가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즐거움이었다. 예스24 <어쩌다 편의점> 페이지에는 총 523개(5/31 기준)의 리뷰와 한줄평이 달렸다. 딱 하나 '그저 그렇네요'란 리뷰를 빼고 나머지 522리뷰는-누가 보면 댓글 공작소라도 고용했나 싶을 정도로-모두 다 긍정적이었다. 사실, 갓 나온 무명작가에겐 과찬도 그런 과찬들이 없었다. 편집자님도 말씀하시길 아무리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라도 사람들의 관점과 취향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렇게 압도적 호평을 받기는 어렵다고 했다. 기억에 남는 리뷰 몇 가지 소개해 본다.

이 분은 과연 무슨 책을 읽으신 걸까? 제 책은 에세이입니다만 아무쪼록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가 된 이후 내 삶의 가장 큰 변화는 글쓰기 실력이 더 늘었다거나 미디어에 자주 나오게 됐다거나 편의점 전문가로서 유명해졌다는 것아니라 글 짓는 작가로서 품격과 마음가짐을 다잡게 됐다는 이다. 바쁘게 살아온 날들에 잠깐 쉼표를 찍고 나 자신과 내 주변을 돌아보며 겸손과 감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 시간은 내가-나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좀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익어가는 과정이었다. 작가란 꼭 이런 사람이어야 한다는 정의가 있는 건 아니지만 각자 글쓰기 농사를 지으며 행복을 찾아가는 사람이니까 나는 그 힘으로 계속 글을 써 나갈 것이다. 낮은 자세로 담백하고 씩씩하게.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다. 나의 아내와 딸, 가족들. 지인들과 브런치 작가님들, 출판사 돌베개 관계자 분들. 그리고 모든 독자님들. 고개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P.S. 저는 잠깐 휴식기를 가지며 다음에 또 어떤 글을 써볼까 구상하려고 합니다. 요즘은 소설과 장르물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제가 즐거운, 제가 잘할 수 있는, 제가 성장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글쓰기를 하고 싶습니다. 일단 지금은 좀 놀구요. ^0^


끝이 아니라 꽃




<어쩌다 편의점>의 발자국

*3월

- 출간(3/4)

- 알라딘 실시간 검색 순위 2위

- 알라딘 에세이 신간 4위

-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 교보문고 <MD의 추천> 선정

- 예스24 <시선집중> 선정

- 신간 소개 지면 기사 8건, 온라인 기사 48건(네이버 기준)

  <매일경제> 기사 네이버 메인에

- 뉴시스, 뉴스1, 경향신문, 경인일보 인터뷰

- 더스쿠프(vol.590) 게재

- 1쇄 인세 전액 <메이크어위시> 기부


* 4월

- 2쇄 인쇄(4/8)

- 교보문고 <Hot&New> 선정

- 예스24 e-book 시/에세이 2위

- SBS 뉴스 <문화현장> 방영

- SBS 라디오 <김선재의 책하고 놀자> 출연

- 경향TV  인터뷰 출연

- 교보문고 <에세이 베스트> 평대 진열


* 5월

- 여성동아(5월호) 인터뷰

- 톱 클래스(5월호) 인터뷰

- 팟캐스트 <이럴거면 서점을 살 걸> 소개

- 밀리의서재 <에세이 인기 도서>

- 한국경제TV <성공투자> 인터뷰

- 카페 콤마 <이달의 서가> 선정

- 소래고등학교 <인문학 수업> 강연


한국경제TV <성공투자> 인터뷰 보기 ▶ https://youtu.be/5jb7mRGMc3E?si=DxKhZWrz6Cd1jhx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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