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7
검은 하늘 밑에서 곧 수천개의 빛이 반짝였다.
낯선 도시 미얀마 만달레이에 착륙했다.
빛나는 황금사원 아래 맨발로 헤매며 벌건 입담배을 씹는 빈민들이 사는 고귀하고도 비천한 도시.
그 도시를 걸었다.
성벽을 따라 걷고 언덕과 사원을 올랐다. 낯선 곳에서 낯섦을 견뎌내는 방법은 그저 걷는 것 뿐이다. 걷다가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면 말을 걸까 재빨리 피했다. 이방인으로 살려 집을 떠나왔고 아무 눈에 띄고 싶지 않았는데 모두가 쳐다본다. 걷다보니 사방에 꽃이 피어 있는게 보인다.
어느 날은 길가던 우리에게 미얀마 여인이 자기집 마당의 망고를 따서 건네주었다. 만달레이힐에서 만난 스님, 쉐산도 사원에서 만난 청년, 밍군에 같이 갔던 윗나와 그녀의 가족들. 호텔 옥상에서 부처님께 기도하던 여주인. 인간의 닳지 않은 본래의 따뜻함이었다.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게 무슨 대수인가. 이 도시는 걷는 자의 누추함과 고독을 껴안고 먹을 것과 몸누일 곳을 헐값에 내어준다.
떠날 때 목이 메여 가슴을 탕탕 쳐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