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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외국이 되는 법

by 이하늘

브리즈번에 있었을 때, 가끔 친구와 시내에 있는 신전떡볶이에 갔다.

사실 한국에서는 신전떡볶이를 딱 한 번 먹어봤기 때문에, 호주에서 더 많이 먹은 셈이다.

식사 공간은 3평 남짓한 아주 작은 가게였는데,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했다. 한국인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찾았다.


분명 길거리만큼이나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가득했는데, 어째선지 그곳은 참 한국 같았다.

한옥 컨셉인 건 아니었다. 그냥 영어 만큼이나 한국어도 많이 적혀있었고, 호주에서 흔히 보기 힘든 정수기에 "물은 셀프"라고 적혀있었다.

그게 다였지만 그곳은 정말 한국 같았다.

한국에 관광하러 온 외국인이 조금 많은 가게 같았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종이컵에 물을 떠오고, 친구와 한국어로 떠들었다. 곧이어 매운 떡볶이와 치즈김밥이 나왔다. 사진을 한두장 찍고, 치즈김밥을 떡볶이 소스에 찍어 먹으며 계속 떠들었다. 와, 진짜 한국 신전 맛인데? 그래? 나 한국에서 신전 많이 안 먹어봐서 잘 몰라. 근데 그냥 맛있다. 어어 그니까, 너무 맛있어 여기서 떡볶이 엄청 자주 먹는 듯.


한참 먹고 떠들다 거리로 나오면, 한순간에 외지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정말 1초만에 외국에 도착한 기분이었다. 영어로 가득찬 간판, 귀에 들려오는 영어로 이루어진 모든 소음 (종종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다른 언어도), 또 외국인.

외국인은 가게에도 많았다. 그저 그 신전떡볶이에서는 한국어가 더 많이 들렸고, 한국어가 영어만큼이나 비중있게 적혀있었을 뿐인데, 그곳은 정말 한국 같았다.

언어만 바뀌었을 뿐인데, 호주는 정말 한국 같았다.

언어는 공간이구나. 언어가 정체성이구나.

그 언어가 있는 곳이 그 나라구나.

그 언어가 있는 곳에 그 문화가 있어서, 그래서 그곳이 그 나라가 되는구나.

다른 언어도 배우고 싶어졌다.

내가 때로는 다른 나라가 될 수 있게. 내 안에 다양한 문화가 어울려 숨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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