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POEM X DRAWING

This Is Just to Say

by William Carlos Williams

by 김담요

윌리암 카를로스 윌리암스. 많은 사람에게 생소한 이름이지만 나는 이 시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이 시인에 대한 호기심이 피어났다. 아마 T. S. Eliot의 "황무지"를 배우고 나서 그야말로 황폐해진 마음속에 이 간결하고도 어려운 단어 하나 없는 이 시가 무척이나 반가웠는지도.


남편인 화자는 부인이 냉동실에 얼려놓은 자두를 다 먹어버렸다. 아침식사를 위해 얼려 놓은 것인데 부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자두를 다 먹은 것이 눈치가 보였는지, 아니면 냉동실에 얼려놓았던 자두가 다 없어져 당황할 부인을 위한 배려인지, 용서해달라는 쪽지를 써서 냉장고에 붙였다.


냉장고에 자두를 먹어버렸다는 메모를 붙이고 간 남자의 마음은 어땠을까.


이 단순하고 일상적인 메모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나도 함께 냉동실에 있었던 차가운 자두를, 너무나도 달콤하고 시원해서 용서를 빌더라도 성급히 먹을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 된다. 땀이 슬슬 배어 나오는 어느 여름날 아침, 부인이 잠에서 깨기 전에 부엌에 들어가 먹을 것이 없나 두리번거리다가 냉동실에서 자두를 발견하고 꺼내 먹었고, 그 시원함과 달콤함에 다 먹고 나니 부인 것도, 아이들 것도 남기지 않아 당황스러웠으리라. 그래서 펜을 들고 쪽지를 남긴다. 어떤 때는 지난밤에 열려 놓은 자두가 없어져 냉장고를 뒤적거리다가 냉장고 문 한 귀퉁이에 붙어 있는 남편의 메모를 보고 있는 부인이 되어보기도 한다. 그까짓 자두 몇 개가 뭐라고 쪽지까지 남겨둔 남편이 귀엽기도 해서 피식 웃음을 지었을 것 같기도 하고, 간밤에 작은 다툼이나 섭섭한 일이 있었다면 이기적인 사람이라며 뾰로통해하며 이 쪽지를 읽었을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평범한 일상도 시가 된다. 시라고 하면 어려운 단어들을 함축해서 써야 할 것 같고, 거대한 아이디어를 녹여내야 할 것만 같고, 은유와 직유를 꼭 써야 하며 리듬과 라임 같은 격식에 맞추어 써야 할 것만 같고, 어려운 전문 용어로 분석을 해야 할 것만 같은 높디높은 성벽이 이 시를 만난 순간 무너져 버렸다.


내가 숨 쉬고 존재하는 바로 이 순간, 그 순간에 머물러 지나칠 뻔했던 여러 가지 상세한 것들을 하나하나 들추어 보고 내가 아는 단어로 하나씩 뱉어내면 그것이 시가 된다니. 신선하고 반가운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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