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POEM X DRAW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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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oss Williams

by 김담요

윌리암 카를로스 윌리암스의 "This Is Just to Say"에 대한 부인의 반응은 어땠을까. 아침식사용 자두를 몽땅 다 먹어치운 남편에게 부인인 Floss Williams는 다음과 같이 답장을 보냈다고 한다.



그녀가 준비해 놓은 것은 아주 많다. 샌드위치를 만들어 놓았고 문제의 냉동실에는 블루베리, 자몽, 아이스커피가 있다. 가스레인지 위에 물주전자를 놓고, 옆에는 찻잎까지 넉넉히 채워 놓은 티팟이 있다. 그냥 불을 켜서 물을 끓이고 티팟에 붓기만 하면 된다. 브레드 박스에는 빵도 있고 버터와 계란도 있다.


좀 너무하지 않나 싶을 정도로 많이 준비해 두었다. 내 생각에 아마 그녀는 자신의 부엌살림에 아무렇게나 들어와 자두를 먹어버린 남편에게 귀여운 짜증을 내고 있는 것 같다. 불만 켜면 된다, 무엇을 만들어줘야 할지 몰라 다 만들었다는 말들에서 이 구역(부엌)의 주인은 자신이라는 것과 남편은 이 구역에서 마음대로 행동하지 말고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것을 먹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주장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들 부부의 일상에서 부인은 남편의 매니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풍기기도 한다. 시인인 남편은 본업이 의사였어서 아마 밤에도 시시때때로 전화가 걸려오고는 했고 부인이 남편의 잠을 방해하기 싫어서 그 전화들을 받아 주었을 것이다.


궁금했던 자두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이 지어졌다. 윌리암 카를로스 윌리암스는 아내의 책상 어딘가에 구겨져있던 이 쪽지를 발견하고 몇 개의 단어들을 수정하고 행을 정리하여 시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야말로 세상에 모든 대화와 소통의 방식이 시가 될 수 있다고 증명한 셈이다.


모든 사람들이 시의 언어로 소통을 한다면 얼마나 좋을지 생각하며 산 세월이 참 오래 쌓여왔다. 여러 사람들이 경험하는 모호한 순간을 시인들은 타임머신이라도 가지고 있는 양 멈추게 하고 그것을 내가 확신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해 낸다. 이러한 방식으로 대화를 하거나 소통을 한다면 사람들과의 오해로 생기는 상처가 줄어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시가 가지고 있는 깊은 소통의 마력이 정말로 절실했고 시인들의 능력이 부러웠다. 지금껏 내가 하고 있던 말 나에게 다가왔던 말들, 그리고 어디선가 마주쳤던 순간들이 모두 시가 될 수 있는 커다란 재료의 장이었다고 생각하니 여태껏 허비한 세월들에 아쉽기도 하고 앞으로 다가올 날들에 설레기도 한다. 이제 세상의 모든 것이 시의 세계로 나를 이끌 것만 같은 기대감, 그러나 아직도 길은 멀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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