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Philip Larkin
매일 같은 하루가 끝났다. 모니카는 작은 소리도 차갑고 매끄러운 벽에 부딪혀 큰 소리로 변하는 화장실에서 하루의 먼지들을 닦아낸다. 샤워기의 물은 집안에서 다른 사람이 물을 틀 때마다 온도가 바뀐다. 그녀의 살갗이 놀라지 않을 정도로 알맞게 맞추어 놓은 물은 가족의 필요에 따라 언제라도 차가워지거나 뜨거워질 준비를 하고 있다. 샤워를 할 동안에는 곳곳에 세제를 뿌려 놓는다. 자신인지 누구인지도 모를 누군가의 흔적으로 희고 매끄러운 타일이 붉어지거나 검은 점들이 포진하기도 한다. 모니카는 매일 그 생활의 흔적을 씻어낸다. 샤워를 마치고 나면 욕조에 언제나 물이 한참 동안 고여있다. 그것이 다 빠질 때까지 기다리다 보면 무척이나 지루하다. 음악이라도 틀어 놓을 걸. 하지만 화장실은 그녀의 취향을 그 무엇보다도 더 크게 증폭시켜 모두에 귀에 대고 그녀에 대해 크게 떠벌일 것이 분명하다.
젖은 몸 위에 옷을 입는다.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흰 이불로 뒤덮인 커다란 침대로 간다. 필립이 말없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오늘 공원에서 토끼 한 마리를 봤어요.”
밤의 무거운 공기를 뚫고 높은 톤의 목소리가 그에게 가서 닿았다. 그는 말이 없다. 그의 고개가 아닌 귀가 살짝 움직인다.
“한참 동안 앞발을 모으고 서 있다가 사람들이 다가가니까 후다닥 달려가던 모습이 얼마나 귀엽던지!”
모니카는 필립이 덮고 있는 흰 이불에 그녀의 차가워진 맨발을 넣으며 말을 이어갔다. 이불 안의 공기는 필립의 온기로 이미 따뜻했다. 필립의 어머니는 부부가 같은 이불을 써야 한다고, 절대로 따로 잠을 자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이불은 무거웠고 자다 보면 필립의 쪽에 쏠려 있어서 불편한 적이 많았지만 그녀는 필립 어머니의 말을 어길 수가 없었다.
필립은 여전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두운 남색 하늘을 채운 구름들이 불안한 듯 하늘을 채웠다가 사라졌다가 한다. 언제나 그 모습을 바꾸는 불완전한 하늘 밑에는 단단한 지평선 위로 검은 빌딩들이 쌓여있다.
모니카는 밖을 내다보는 그 마음이 얼마나 무겁고 또렷하던지 간에 이 답답한 공기를 뚫고 날아가는 그녀의 가벼운 목소리가 얼마나 슬픈지 말하고 싶다.
“필립,”
“왜.”
“아니에요.”
같은 이불을 덮고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참 쉬운 일이다. 그곳에 두 사람이 누워있는 것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서로에게 솔직할 수밖에 없을지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은 점점 더 깊은 침묵 속에서 쌓여간다. 그 안에서는 진실하고 친절한 말이나 거짓되고 무례한 말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시가 아무래도 결혼생활에 대한 시 같아서 인터넷에 "Philip Larkin"을 검색했다. 대충 읽는데 결혼 혐오, 인종주의자, 여성 편력 등의 단어가 나왔고 그것을 비판하는 사람,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옹호하는 사람이 있었다. 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었고 어떠한 마음으로 저런 시를 써 내려갔는지 배경을 알고 싶었다.
필립이라는 사람.
충성도가 높은 사람.
자신에 대해 그다지 즐겁지 않다고 평가하는 사람.
이상한 독신자.
자신을 늙었다고 하는 사람.
삶을 "슬로우 모션으로 죽는 것"으로 표현하는 사람.
내가 모두 드러내기에는, 그리고 내 머리로 이해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그림이었다.
그래서 그냥 내 나름대로 시를 읽고 떠오른 어떤 커플의 모습을 그려 넣기로 했다.
이것은 픽션입니다.
References
https://en.wikipedia.org/wiki/Relationships_that_influenced_Philip_Larkin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14/aug/22/philip-larkin-james-booth-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