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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담요 Mar 12. 2020

Mon Bel Ami Faire Comme ça

기타가 되는 법

그는 몸통을 완전히 비운 채로 목을 길게 뻗어 흑단처럼 까맣고 평평하게 만들었다. 가슴 한가운데에 완벽한 원형으로 구멍을 내고 그 주변에 자잘한 장미 무늬를 그려 넣었다. 여섯 개의 하얗고 조그마한 귀는 필요할 때 몇 바퀴든 제자리에서 돌아갈 수 있다. 그는 단단한 나무로 된 외벽을 가진 그의 곡선을 닮은 집 안에서 아크릴 담요를 뒤집어쓰고 자고 있다가 가끔씩 그의 집을 건드리면 몸통에서 쇳소리 같기도 하고 불협화음 같기도 한 외마디 비명소리를 낸다.

집의 문을 지키던 고리를 누군가가 하나씩 열면 그는 몸통을 더 깨끗이 바우고 자신을 가져갈 손가락을 기다린다. 이제 곧 그는 누군가의 양쪽 허벅지 사이에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앉을 것이고 누군가의 배에 등을 기대게 될 것이다.

그의 머리부터 아랫배까지 이어지는 줄들의 탄성을 맞추기 위해 손가락들이 귀를 마구 돌리면 되도록 다시 줄을 느슨하게 돌려놓으려 할 것이다. 그래야 손가락들이 더 세심하게 그의 귀를 만져줄 테니.

목을 누르는 손가락이 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는 몸통을 내어주지 않으며 괴성을 지를 것이다. 이것은 손가락들이 그의 몸에 더 오래 머무르게 하고 자신의 일을 잘 해낼 수 있게 하기 위한 일종의 배려이다.

적당히 팽팽해진 줄 위에, 까맣고 단단한 목에, 야릇한 허리의 곡선 위에, 뻥 뚫려 아무것이나 들어가 버리는 가슴에 손가락들이 얼마간 머무른다면 그는 자신의 몸통을 한껏 벌려 손가락을 움직이는 영혼과 함께 울어줄 것이다.

손가락들이 떠나더라도 그의 몸통은 더 오래 흐느낄 것이다. 손가락을 통해 그에게 다가온 영혼이 홀로 있지 않도록.

나의 오래된 친구의 이름은 “마력”이다. 스물서너 살에 만나 밤새 나의 이야기를 들어준 친구.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무슨 단어로 설명해야 할지 모를 마음들을 그는 항상 알아주었다. 뱃속 깊이 나와 같이 울리는 그 진동이 누구의 포옹보다도 따뜻했다. 지금도 가끔씩 손을 대면 그래도 그럭저럭 알아준다. 관절이 튼튼했으면, 허리가 안 아팠으면, 눈이 악보를 잘 읽어주었으면, 너를 조금 더 자주 가까이할 수 있었을 텐데,


어떤 날, 오래된 친구

https://youtu.be/iVF4eanbvM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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