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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성 작가 Jan 07. 2018

패션 심미안

深美眼 -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는 눈


적어도 패션의 영역에서는

1. 비싸면 대부분 좋다. 하지만 좋은데도 안 비싼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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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제품은 대부분 심미적으로 괜찮은 제품이 많다. 그러나 심미적으로 괜찮은 제품이 무조건적으로 다 비싼 것은 아니다. 물론 가격이 수백배 이상 벌어진다면 당연히 그 정밀도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지만.. 그래도 분명 비싸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예쁜 제품은 있다. 한정된 재화를 가지고 있어 모든 것을 비싼 제품으로 살 수 없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심미안 (深美眼 -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는 눈) 을 가지고 있는 것이 훨씬 낫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일종의 센스인데, 아버지께서 화가 이심에도 불구하고 지지리 그림을 못 그리는 나는 다행이 그 심미안 만은 물려 받을 수 있었다. 이걸 어떻게 활용했냐고? 내 책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시즌2'의 슬라이드 디자인 파트가 그 증거이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심미안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으나, 들어가 있는 모든 슬라이드는 내가 기획하고 디자인했다.


심미안은 멋지고 좋은 것을 지속적으로 보는 가운데에 '나에게 맞는' '나의 주관'이 담겨져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나에게 맞춰져 있는 심미안이 완성된다.


실제로 내가 사는 대부분의 정장은 자켓 바지 합쳐서 20만원 넘는 것들이 거의 없다. 물론 다양한 경로로 희안하게 사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싸구려 정장으로 보일만한 정장도 하나도 없다.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눈으로 잘 찾아보면 보이는 것.


2. 브랜드가 당신을 패셔니스타로 만들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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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테러리스트들이 자주 하는 큰 실수 중 하나가 '브랜드'에 집착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Fit이 맞는 브랜드는 분명 존재하지만 옷을 징그럽게 못 입는 사람들이 하는 큰 실수 중 하나는 '돈만 많으면 브랜드로 칭칭 감아 나도 근사하게 보일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는 과거 내가 재학하던 학교의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서 본 글이다. 자기도 돈만 있으면 베르사체로 버버리로 둘러서 멋있어 질 수 있다나..)

상상해봐라 온몸에 
구.찌. / 버 버 리 / 베 르 사 체 라고 도배한 사람을
이 얼마나 끔찍한가?

분명 비싼 제품, 특히 명품은 괜찮은 제품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역시 심미안 없이 닥치는 대로 골라 믹스하면 고양이의 열굴에 사자의 몸통 코끼리의 코에 악어의 비늘을 한번에 걸친 형상이 된다. 한마디로 엉망이라는 뜻.


3. 옷을 잘 입고 싶다면 몸부터 가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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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몸이 잘 갖추어져 있다면 그것은 수천만원짜리 옷보다 훨씬 큰 가치를 한다. 에르메스 옷을 칭칭 감은 배나온 아저씨보다 탄탄하게 잘 갖추어진 몸매에 흰 티, 그리고 청바지를 입은 사람이 훨씬 더 멋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키야 성인이 되어버린 당신이 어떻게 바꿀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지만 몸매는 당신이 충분히 바꿀 수 있는 영역 아닌가? 그 측면에서 게으르면서 옷만 예쁘게 걸친다고 해서 당신이 빛나 보이는 것이 아니다.


4. 유행을 따른 자, 후에 촌스러워질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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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패션의 영역은 '최신 유행'을 따라가면 갈수록 나에게 남은 사진들은 훗날 촌스럽게 보이는 사진만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21살 노란머리에 건빵바지. 그리고 힐리스를 신고 다녔던 그 당시의 내 모습을 보면 당시에는 '가장 유행을 따른 모습'이었으나, 지금 보면 촌스럽기 짝이 없다. (당시 사진을 보면 사람들은 90년대 아이돌 같이 입었다고 한다. 그냥 '촌스럽다'를 돌려 표현해 주는 것...)

군 전역 후 복학을 24살에 했는데, 그 때부터 나는 주로 서양 사람들이 어떻게 '수트'를 입는지에 대해서 많이 찾아보았다. 지금도 정장 성애자 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수트는 시대를 막론하고 조금씩 변형될 뿐 극도로 촌스럽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처럼 옷 입는 스타일이 이미 24살에 형성되었다. 물론 바지 길이, 바지 통, 셔츠를 넣어 입는 것 셔츠를 꺼내 입는 것. 타이 폭, 이런 사소한 것들은 계속 변한다. 그러나 24살 때의 사진을 지금 꺼내 보아도 헤어 스타일은 촌스러울지언정 입었던 옷이 그렇게 촌스럽지 않다.

작년 재작년 한창 유행하던 오버사이즈 핏 코트. 요즘 입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지금 유행하고 있는 롱패딩? 몇년 뒤면 다시 외부에서 일정을 소화하셔야 하는 분들이나 입는 옷으로 회귀할 것이다.

'너무 앞서가면, 시간이 지나 너무 뒤쳐진 사람이 된다.'

'무난함'이 뭔지 모르겠다면 그냥 폴로 빈폴, 지오다노 매장으로 향해라.


5. 모두 비싼걸로 휘감으란게 아니다. 포인트 하나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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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정도의 포인트는 당신의 패션 센스를 빛나게 한다. 그리고 다른 것들은 다 비싸지 않고 싸더라도 한 종류의 아이템만 살짝 비싸면 나머지가 다 비싸 보이는 후광 전이효과가 있다. 나의 경우는 (항상은 아니지만) 그 용품을 가방이나 시계 정도로 잡는데, 실제 내가 즐겨입는 정장들은 남들이 생각하는 가격보다 하아아아아아안참 낮은 가격인데도 불구하고 그런 작은 소품 하나가 가져오는 아우라로 저렴한 옷들마저 비싼 옷으로 느껴지게끔 한다. 실제로 전에 신발을 사서 찍어 올렸는데, 어떤 분께서 '이런 디자인 엄청 비싸던데' 라는 코멘트를 다시더라. 근데 그 신발 가격? 탠X같은 매장 가서 살 신발 1켤레로 3켤레는 살 수 있는 가격이다. 이 역시 '예쁜 것을 알아보는 눈'이 비용을 아껴주는 좋은 예시인 것.

사실 옷을 입는 것이야 호불호가 갈리는 일이고, 누군가는 '옷도 못입는게 이런 글을 써' 라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무난한 일반 세상을 살아가는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이정도면 욕먹지는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센스를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패션 관련 심미안을 연습하는 Tip을 하나 알려드리면

1. 오픈마켓 (옥X, G마X, 11번X등..)에 들어간다.
2. 내가 사려고 하는 옷의 종류를 일단 검색한다 (예: 남성 셔츠, 남성 청바지, 여성 원피스 등)
3. 보통 오픈 마켓에는 다양한 제품을 한꺼번에 모아놓고 판다. 그 중에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제품들을 찍어본다.
4. 4-5종류의 제품을 찍은 뒤 구매하기로 진입해 본다. 이 중에서 재고가 거의 없거나 '품절'이 되어 있는 옷의 종류가 몇개 있는지 본다
5. 재고가 거의 없거나 품절이 되어 있는 것을 당신이 많이 골랐을 수록, 당신은 패션 심미안이 좋은 것이다. 어차피 이런 곳에서는 사람들의 눈이 정규분포를 따르고 좋은 물건은 먼저 빠지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덧. 여기서 옷을 사시라는게 아니다. 


당신의 심미안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해 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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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재성 

어릴 적부터 프로그래머를 꿈꾼 끝에 서울대학교 컴퓨터 공학부를 간신히 진학했으나, 천재적인 주변 개발자들을 보며 씁쓸함을 삼키며 다른 길을 찾아 나섰다. 이후 프리젠테이션에 큰 관심을 보여 CISL을 만들며 활동을 계속 하더니, 경영 컨설턴트의 길을 7년간 걷다 현재는 미디어 전략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가끔씩 취미 삼아 프리젠테이션 강의를 하고 있으며, 이런 좌충우돌 지식들을 차곡차곡 정리하여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시즌 2'를 출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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