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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성 작가 Apr 09. 2018

별이 되다

2003-2018.04.07

"있잖아. 그런 말이 있잖아. 죽고 나면 영혼이 올라가 하늘의 별이 된다는 말."


"그런데 정말 하늘의 별이 되는 것이라면, 더 이상 하늘에 별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러면 가슴 아픈 이별을 하는 일도 없을 것 아냐."


"아냐. 그렇지 않아. 다르게 생각해봐."


"하늘의 별로라도 만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이야. 게다가 먼저 올라가 하늘에서 계속 지켜봐 주고 있을테니."


"나중에 우리가 하늘로 올라가게 되었을 때, 이미 와 있던 마리가 계속 우리가 어디 있는지 지켜보고 있었을테니 마중 나올 수 있을테니까."


"어차피 이별할 수 밖에 없다면.. 그래도 별이라도 되어 기다려 주는게 더 좋을 것 같아. 그럼 시간이 한참 지나서도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다시 만날 때. 우리가 헤매이고 있을 때 계속 지켜보던 마리가 달려와서 우리를 맞아 줄테니까."


"그러네. 별이 되어 밝게 빛나며 우리 지켜봐주면 좋겠다."


"그래. 꼭 다시 만날거야. 꼭. 그 사실은 의심하지 말아."


"응. 고구마랑 딸기랑 호박이랑 잔뜩 싸들고 찾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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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겨울에 우리의 곁에 찾아 와 16살이 된 마리는, 

숨소리가 불편해 진지 3일만에 조용히 하늘로 돌아갔습니다. 

어찌 보면, 가는 때 까지 걱정 덜 시키려고 조금만 아프다 갔나봅니다.

어머니께 말씀 들으니, 가기 바로 전 날 집안을 빙 둘러보고 다녔다 해요. 

실제로 본가는 마리가 있던 동안 한 번도 이사 가지 않았기 때문에 평생 살아왔던 집을 마지막으로 둘러보고 

세상에 작별 인사를 하고 싶었나봅니다. 


마지막 날은 물 마실 힘도 없었는지 힘겨워 하던 우리 마리..

미리 천국 가서 천국 구석구석 맛있는 거 많은 곳, 재밌는 장소 다 알아봐놓고 기다려 주리라 믿어요.

십수년간 우리 가족만 보고 살아왔으니까 마리도 우리를 절대 잊지 못하겠죠.

마리가 우리를 잊지 못하는 만큼. 

아무리 긴 세월 지나도 마리 잊지 않고 다시 만날 날을 늘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작은 천사. 우리 곁으로 와 주어서 너무 고마웠어.

이제는 아픔 없이 늘 발랄하게 뛰어 놀길 바랄게.

우리. 꼭 다시 만나자. 꼭.

이제 편히 쉬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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