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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성 작가 Jun 27. 2018

나이, 존대, 존중

직급과 존중은 별개의 이야기


1. 사소한 습관이지만 상대방이 먼저 '말을 놓아주세요'라고 말하기 전까지 나이 학번 직급 불문하고 말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 말은 '놓을게'라고 Senior가 Junior에게 해야 하는 말이 아니라, '말 편하게 하세요' 라고 Junior가 Senior에게 먼저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상대방이 '그대는 나를 편하게 대해도 좋아요' 라고 말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나이가 많다고 누군가를 먼저 편하게 대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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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회사 생활을 제법 하면서 아직도 지키고 있고, 앞으로도 지킬 것 같은 것. 이메일 끝자락에 '감사합니다 김재성 드림'을 직급 상관없이 붙이는 것. 나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이라고 붙이고, 나보다 직급이 낮다고 붙이지 않고.. 이러고 싶지는 않다. 직급이 높아서 감사한게 아니라, 나와 함께 일을 나누어 해 주기 때문에 감사하므로, 후배사원에게도 당연히 감사하다고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 그리고 더 솔직히 이야기 하면 선배 사원들은 대부분 일을 시키는데 왜 감사한거지...?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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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ㅇㅇ해'라는 말은 내가 앞으로 그 어떤 직급에 가더라도 사용하지 않을 언어. 'ㅇㅇ를 부탁 드릴게요'라고 한다. 일은 시키는게 아니라 부탁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비단 회사 일 뿐만 아닌 다른 일도 마찬가지다. 나중에 나의 아이가 생기더라도 나의 아내가 생기더라도 마찬가지. 상대가 나에게 해'주는'것이지, 내가 시킬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부탁하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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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함께 일하는 주니어를 절대로 '부하'나 '내밑에서 일하는' 이라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후배' '후배사원' 또는 '나랑 같은 팀인' '나랑 같이 일하는' 이라고 말한다. 조금 더 예민하지만 '내 일을 도와주는'이라는 말도 되도록 쓰지 않으려 한다. '내 일'이 아니라 함께 하는 '팀의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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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내가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는 정기적 회의가 있는데, 신입 사원 분들이 Handout을 뽑아서 다른 분들에게 공유한다. 원래는 없던 문화였고, 사실 회의 들어가기 전 내용을 숙지 하지 않고 들어가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 생각하는 나는 '제것은 제가 직접 뽑을게요.' 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이 회의의 성격을 알고 보니, 내가 아젠다를 모두 숙지하고 들어갈 필요가 없다. 그러면 사실 나도 내 것도 뽑아 달라 요청하면 될 일인데, 이상한 고집인지 앞으로 이 회사를 다니는 동안, 또는 이 팀에 머무르는 동안 회의 자료는 직접 뽑을 것 같다. 별 것 아니지만, 나 스스로 수평적으로 행동하고자 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지켜 나가야만 오히려 내 맘이 편하다. 아주 살짝 내 몸이 불편해 지는 것도 있지만, 그건 정말 마음이 편해지는 것과 비견하면 비할 바가 아닌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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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정신없이 살다보니 이제 어느 곳에 가서도 '신입'이라는 이야기는 들을 수 없는 나이와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경력이 쌓여갈수록 쌓여간다고 무언가가 '당연해'지는 것은 점차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스스로를 경계하며 살아가야 내가 바라는 내 모습으로 나이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멋스럽게 나이 드는 것'이 목표니까. 앞으로 더더욱 조심하고 주의해서 습관으로, 당연한 것으로 체화 시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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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재성 

어릴 적부터 프로그래머를 꿈꾼 끝에 서울대학교 컴퓨터 공학부를 간신히 진학했으나, 천재적인 주변 개발자들을 보며 씁쓸함을 삼키며 다른 길을 찾아 나섰다. 이후 프리젠테이션에 큰 관심을 보여 CISL을 만들며 활동을 계속 하더니, 경영 컨설턴트의 길을 7년간 걷다 현재는 미디어 전략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프리젠테이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가끔씩 취미 삼아 프리젠테이션 강의를 하고 있으며, 이런 좌충우돌 지식들을 차곡차곡 정리하여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퍼펙트 프리젠테이션 시즌 2'를 출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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