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수적 검정에서도 확인했지만 세상에 비교 대상이 두 집단만 있는 건 아닙니다.
비모수적 검정에서도 2개 이상의 집단을 비교해야 하는 일은 있습니다.
t-검정의 비 모수적 검정 기법이 윌콕슨 순위합 검정과 만-위트니 검정이 이었다면, 분산분석ANOVA의 비 모수적 검정 기법이 크루스칼-왈리스 검정Kruskal-Wallis test입니다.
앞서 소개한 윌콕슨 순위합 검정과 만-위트니 검정, 여기 소개할 크루스칼-왈리스 검정의 장점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단순함’입니다.
관측값의 순위만으로 집단 간의 차이점을 검정한다는 사실은 대단한 발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복잡함’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함’을 찾을 수는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떤 일을 진행할 때 제가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단순하게 해. 뭐 복잡하게 생각할 거 있어?”
제가 얼마나 이 문제를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하는 말일까요?
그래서 저는 속으로 생각합니다.
‘그건 내가 복잡하게 생각하니까 의외로 단순하게 해결되는 겁니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은 어려운 문제의 정답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단순함 역시 복잡한 문제의 정답을 찾는 과정에서 나옵니다.
잠까 이야기가 딴 길로 빠졌습니다.
크루스칼-왈리스 검정은 이를 정립한 윌리엄 크루스칼 (William Henry Kruskal, 1919~2005)과 앨런 왈리스(Wilson Allen Wallis, 1912~1998)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습니다.
이 둘은 만과 위트니처럼 스승과 제자도 사이도 아니었고 동료 학자라고 하기도 애매합니다.
둘의 공통점은 시카고 대학교에서 함께 근무했다는 점 뿐입니다.
윌리엄 크루스칼은 하버드 대학교Harvard University에서 수학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에는 미 해군에서 근무했으며 이후 가족이 운영하는 기업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크루스칼은 학업에 대한 욕심이 컸는지 뒤늦게 콜롬비아 대학교Columbia University에서 박사 학위 과정에 들어갔고, 콜롬비아 대학교 재학 중인 1950년에는 운명적인 동료 앨런 월리스의 주선으로 시카고 대학University of Chicago의 교수가 됐습니다.
이후 시카고 대학교의 통계학부 명예교수까지 지내다 은퇴합니다.
앨런 왈리스는 미네소타 대학University of Minnesota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시카고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는 학자이면서 매우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카고 대학교 경영대학장을 시작으로 로체스터 대학교University of Rochester 총장, 아이젠하워Dwight Eisenhower 대통령의 특별 보좌관, 미국 통계 협회 회장, 경제부장관,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대통령의 경제 자문 등으로 활동했습니다.
앞서 소개된 여러 인물들이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뚜렷한 업적과 학문적 깊이를 더했다면, 왈리스는 다방면에서 두루 활동한 인물이죠.